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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Feb 22. 2020

예술가처럼 춤추듯,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니체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끼고 다니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때가 있었다. 그만큼 니체의 글은 난해하다.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어려운 이유도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철학자, 니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그가 주장하는 삶의 지혜를 알 수 있는 책이 《니체의 인생 강의》다.


"신의 죽음, 초인, 권력에의 의지, 영원회귀 등의 사상은 전부 니체의 관점에서 보면 한 가지 문제로 집중됩니다. 그것은 바로 삶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삶을 성찰하기 위해서, 바람직한 삶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 여러분과 함께 니체의 사상에 다가가는 모험의 길을 떠나고자 합니다."

《니체의 인생 강의》 중에서


니체가 말하는 '신의 죽음'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계관에 물음표를 던지라는 의미다. 그는 허무주의가 일상화된 세속화 시대에도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우리를 유혹한다. 만물을 주제하고 세계를 관장하던 절대적인 신은 죽었으니, 우리가 삶의 주인이 되라고 알려준다. 우리 몸을 인정하고, 내 안의 충동, 감각과 본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본래의 자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절대 권력이나 최고의 가치는 신이었다. 그런 존재가 죽었다고 하니 충격적인 발언일 수밖에 없다. 삶의 주인은 우리인데 우리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한다. 혹은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독서 모임에서 "현재 내 삶의 물음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떠오르는 질문이 없었다. 치열한 고비를 넘어 고요한 호수에 도달한 내 삶은 현재 평온하다고 말했지만 부끄러웠다. 바꾸어 말하면 생각 없이 산다는 의미가 아닌가? 예술작품만 보러 다니며 감흥을 느끼지 말고 나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킬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니체는 삶을 내면으로부터 깊이 성찰하고 들여다보면 우리 안에 꿈틀대는 '권력에의 의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생명이 있는 곳에 권력이 있다'는 말은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현재의 상태를 넘어서고자 하는 권력 증대의 욕망을 가진다고 의미다. 우리 내면에는 끊임없는 권력에의 의지가 작동하고 있는데, 우리는 바깥의 현상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단다. '어제의 나보다 한 뼘 더 성장한 오늘의 나'가 되려는 의지를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해서 찾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도 반대도 할 수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 않을까? 권력에의 의지가 강한 사람은 내가 주장하는 '자기계발 강박증' 환자다.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 이들은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하나를 성취하면 또 그다음 목표를 세우고 매진한다. 삶에 쉼표가 없다. 쳇바퀴처럼 도는 자기계발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서 인생이 허무하다며 투정 부린다. 반면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같은 무기력한 사람도 있다.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왜 사는지도 모른다. 이들에게도 권력에의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일까? 정도의 차이일까? (자기계발 강박증 환자인 나를 포함하여) 둘 다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신이 죽고 난 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대안으로 니체는 '초인(워버맨쉬)'의 삶을 살라고 제시한다.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양식이 두 가지라면 초인의 삶은 자신을 넘어 권력에의 의지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최후의 인간은 21세기 인생의 자화상이다. 개성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군중으로 세속적 가치만 추구하면서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삶을 의미한다. 니체는 이런 비유를 했다고 한다. “현대인은 가슴에 아무런 별도 품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별을 잉태할 수도 없다."


글쎄, 그렇게 초인처럼 살아야 할까? 정말 자기계발 강박에 걸린 사람처럼 미친 듯이 기존의 관점에서 일탈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목표를 향해 돌진해야만 할까?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청국장 같은 자기계발서 냄새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니체는 우리에게 겸손한 자세를 알려준다. 바로 '영원회귀'사상이다.  


"네가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삶을 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네가 지금 아주 고귀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삶조차도 과거에 무수히 반복되었던 삶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나름으로 열심히 살면 뭔가 아주 특별해 보일 것 같지만 결국 반복되는 삶의 일부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약해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니체는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산을 넘어가는 과정, '오버고잉(over-going)'과 현실을 확인하는 내려가는 과정 '다운고잉(down-going)'의 두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목표를 향해 오르고 내려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지금은 안 보이던 경치와 풍경이 새롭게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목표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늘 올라가는 것만 강요받아 목표도 모른 채 정신없이 달려간다. 정작 내려가는 방법은 모른 채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벌벌 떤다.


그렇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권력에의 의지를 찾아내어 초인의 삶을 꿈꾸어야 할 것이다. 다만 영원히 반복되는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힘은 빼야 한다. 내려가는 법도 즐겨야 한다. 삶을 가볍게 만들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예술가처럼 춤추듯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자기계발 강박증이나 무기력증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삶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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