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정체성에 관하여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요?"
글쓰기 특강, 수업, 코칭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오늘은 이 질문과 관련해서 최근에 든 생각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오디오북으로 에세이 한 권을 완독했습니다. 일 년에 책을 한 권씩 꼭 낸다는 전업 작가의 신간이었어요. 예전에 이 베셀 작가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어서 기대가 컸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랐을까요? 책 한 권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느슨하게 글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글 한 편으로도 압축해서 쓸 수 있는 내용이라면 너무 가장된 표현일까요? 어쩌면 그 작가의 스타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의 인생은 고만고만해서 아무리 특별한 경험을 한다고 해도 수십 권의 책을 낼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긴 힘들겠죠. 에세이스트의 한계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작가들이 여행을 즐긴다고 하죠. 낯선 공간에 가면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게 되고, 영감을 얻어 다채로운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전업 작가는 아니니까, 생활 글쓰기로 돌아가 보기로 하죠. 아니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고 싶은 예비작가의 입장에서 이야기해볼까요? 최근 2년 동안 100편이 넘는 글 피드백을 제공했습니다. 구조적인 측면도 언급하지만 주로 예비작가의 판단에 맡기고 비문 혹은 어색한 표현을 주로 알려줬습니다.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기에 그런 피드백조차 조심스러워요.
이번 주 4회에 걸친 '우리 아이 글쓰기 완전 정복' 수업을 마쳤어요.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글을 쓰라고 시키기보다 학부모가 직접 글을 써보고 글쓰기 지도 방향성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실제 학부모들이 글쓰기 지도에 필요한 칭찬과 격려, 재미를 위해 아이의 강점과 아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스토리를 글로 써오게 했습니다.
과제 글을 얼마나 써올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섯 분 이상 써오셔서 낭독과 합평을 하고,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드렸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는데 이런 스킬이 얼마나 중요할까?'
여기서 스킬이란 비문, 수동태, 영어적 표현, 동일한 단어의 반복, 추상적인 표현 등입니다. 사실 작정하고 공부하면 이런 것은 금세 따라잡고, 책을 낸다면 윤문 작업이나 에디터의 도움을 받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거든요. 스킬은 그야말로 스킬이기에 조금만 시간과 노력만 투자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진정성 있는 콘텐츠입니다. 스킬이 부족하더라도 진정성 있는 콘텐츠라면 독자들은 어색한 표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맥락만으로도 진정성이 재빨리 다가오는데 어떻게 비문이 그 길을 막을까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눈치채셨나요? 사실 제가 글쓰기 특강에서도 몇 번 이야기 했던 말인데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먼저 매력적인 사람이 되세요."
제가 읽었던 책에 실망한 이유는 진정성을 못 느껴서이고 나아가 작가가 매력적이지 않아서였습니다. 처음으로 글을 쓰는 학부모의 글에 감동한 이유는 사랑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의 강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아이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신나게 글로 묘사한 학부모에게 매력을 느껴서겠죠?
저 역시 부족합니다. 진정성 있는 성찰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작가가 되려고 오늘도 고군분투 중입니다. 진정성으로 가득한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여러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글쓰기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나를 더 깊게 만나는 '아티스트 웨이, 마이 웨이' 수업 (오늘 시작)
주변 사람들에게 '일과삶의 주간 성찰'을 추천해 주세요. 아래 링크를 지인에게 알려주세요.
- 원데이 독서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