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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Jan 01. 2022

스타벅스 프리퀀시가 뭐길래

취향과 중독 사이에서

4년 전 겨울의 일입니다. 동료 중 한 명이 스타벅스 커피를 쏜다고 해서 우르르 몰려가 공짜 커피를 얻어 마신 기억이 납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프리퀀시 때문이라고 하는데 당최 뭔 소린지 몰랐죠. 당시 저는 스타벅스 마니아가 아니었어요. 동료가 커피를 쏘니 맛나게 마셨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스타벅스의 기프트카드 만 원권을 선물받아 앱을 깔고 회원이 되었습니다. 가끔 스타벅스에 갔고 생일 무료쿠폰을 준다기에 일 년에 한 번 쿠폰을 사용한 기억도 납니다. 그 쿠폰의 존재도 잊어 유효기간을 넘기기도 했죠. 집에서 주말에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는데 250g 원두를 사면 카페 아메리카노 쿠폰을 준다는 걸 알았어요. 15,000원 원두를 사면 4,100원 쿠폰을 주는 셈이니 10,900원에 맛난 원두를 사는 거죠. 코로나로 집에서 커피 마실 일이 잦아졌고 저도 모르게 골드 회원이 되었습니다. 닉네임으로 불러주는 게 보기 좋아서 스타벅스 앱에도 일과삶으로 등록했어요.


사이렌 오더를 사용하지 않다가 점심시간에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앱으로 주문하니 편해서 애용하게 되었어요. 집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어 집에서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고 가지러 가면 음료가 준비되어 있으니 시간 절약이 됩니다. (시간관리 전문가는 사이렌 오더를 사용합니다.) 선물로 받은 커피 쿠폰도 사이렌 오더로 불러와서 결제가 가능하니 스타벅스를 주로 이용하게 되었어요. 텀블러를 가져가면 에코별도 추가 적립해 줘서 12개의 별을 모으면 무료 음료 쿠폰도 금세 받을 수 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스타벅스 취향을 얻었습니다.


중독 사건의 발단은 프리퀀시입니다. 정말 스타벅스가 무서운 브랜드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2021 Winter e-Frequency"라는 표시가 10월 28일부터 스타벅스 앱에 떴어요. 2021년 12월 31일까지 미션 음료 3잔과 그 외 음료 14잔을 마시면 선물을 준다는 내용이었죠. 선물을 보니 컴포터, 2022 플래너, 아날로그 시계더라고요. 컴포터는 그닥 관심 없고, 집에 쌓여있는 플래너도 많고, 시계로 널려있죠. 스티커가 쌓이면 받고 아님 말지 그랬어요.


12월 29일에 단톡방에서 사람들이 프리퀀시 스티커 나눔을 요청하더군요. 앱을 보니 일반 음료만 10잔이 적립된 상태라 애매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스티커를 주기엔 반 이상이라 망설여졌고, 혹시라도 누가 나눠주면 선물을 노려볼까 생각했어요. 혹시 받게 된다면 무슨 선물을 신청할지 고민했어요. 자세히 본다고 봤는데 딱히 끌리는 상품이 없었어요. 단톡방에 있는 분이 미션 음료 한잔과 일반 음료 2잔 스티커를 선물로 주셨어요. 미션 음료 2잔과 일반 음료 2잔 스티커만 있으면 선물을 받을 수 있겠더군요. 가장 저렴한 미션 음료가 5,800원이고 일반 음료가 4,100원이므로 19,800원을 투자해서 선물을 받을 것이냐 마느냐 고민이 되었습니다. 


선물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컴포터는 이미 품절이고, 플래너와 시계 중 골라야 했어요. 2021년에 선물로 받은 몰스킨 다이어리가 있었는데 노력 없이 받은 거라 그냥 연습장처럼 사용했죠. 시계는 집에 이미 넘쳐났기에 2022년용 플래너 하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리퀀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루 딱 2잔만 커피를 마시는 저는 12월 30일에 미션 음료 토피 넛 라떼 1잔과 아메리카노 1잔을 사다 마셨고, 12월 31일도 동일하게 마셨습니다. '19,800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플래너가 품절되기 전에 얼른 신청해서 선물을 받아왔습니다. 


플래너를 받고 나서야 몰스킨 다이어리라는 걸 알았고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초록색 밴드와 북마크도 너무 귀엽고요. 데일리 다이어리여서 시간대별 계획을 적을 수 있어 좋아요. 저같은 J유형에 필수템입니다. 보통 몰스킨 다이어리에는 뒤표지 안쪽에 스티커가 있는데요. 무슨 스티커가 있나 봤더니 세상에 스타벅스 1+1 쿠폰이 3장이나 있네요. "스타벅스와 함께하는 당신의 취향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세요."라는 문장과 함께 말이죠. 이틀 연속 스타벅스 커피 4잔을 마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향이 아니라 아예 중독시키네요. "스타벅스와 함께하는 당신의 중독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세요."라고 해야 하지 않을지? 간단한 탁상 달력도 너무 귀엽고요. 이렇게 스타벅스 마니어가 되어가나 봅니다. 다음부터는 프리퀀시 한다고 하면 미리 음료 사 먹어서 채우려고요. 공짜로 받은 몰스킨 다이어리는 그냥 평범해 보였는데 노력해서 얻은 스타벅스 몰스킨 다이어리는 특별하게 여겨집니다. 프리퀀시를 받기 위해 마시지 않아도 될 스타벅스 커피를 사게 됩니다. 얼마 전에 구매한 핸드드립용 테라로사 원두도 있고 스타벅스 캡슐도 넘쳐나는데 말이죠. 스타벅스의 이런 마케팅 전략이 무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무조건 주기보다는 약간의 노력을 요구하고, 고객을 참여시키는 게임 같은 이벤트, 앱으로 즉시 조회가 가능하고 선물로 스티커를 주고받을 수 있는 IT 인프라, 업계 최고의 제품으로 선물을 제작해서 모두가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딩. 제 일과 삶에도 적용해봐야겠어요. 사실 투썸, 아티제, 커피빈, 이디야 등 다른 앱도 사용하지만 스타벅스 앱처럼 편한 앱은 없더라고요. 점점 중독되어 가는데 끝까지 취향이라고 우기고 싶네요.  


여러분의 취향 혹은 중독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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