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책을 쓴 이유




새로운 시대, 일하는 방식의 변화


COVID-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사람들은 지역 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약속을 취소하고, 외출을 줄였다. 그리고 직장에 출근하는 대신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다른 세상 이야기로만 여겨지던 재택근무가 우리의 일상으로 갑자기 파고들었다. 100%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도 있었고, 1주일에 1~2일 정도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기업도 있었다. 사내에 확진자가 발생하여 허둥지둥 재택근무를 시작한 기업도 있었다. 2019년까지 한국 기업 중 재택근무를 일상적으로 시행하던 기업은 전체의 4%에 불과했다.[1] 하지만 2020년 3월 기준으로 재택근무를 시도해본 기업은 전체의 63%까지 증가했고, 이들 중 52%가 COVID-19 이후 재택근무를 도입했다.[2] 많은 기업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재택근무에 돌입한 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집에서 그럭저럭 일을 잘 해냈다. 재택근무를 하려면 클라우드, 서버, 화상 회의 시스템 등 오랜 시간을 들여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줄 알았는데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대부분의 업무는 처리할 수 있었다. COVID-19 이후 쏟아져 나온 수많은 재택근무 보고서는 일하는 장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업무 효율이 크게 저하되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결과로 제시하고 있다. 오히려 출퇴근에 필요한 시간이 사라져 피로도가 줄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어 직원들의 심리적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


일을 하려면 당연히 오피스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내린 단단한 고정관념이다. 근태는 직원을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 중 하나였고, 오피스에 도착하는 것이 곧 업무의 시작이었다. 산업화를 거치며 수십 년 간 오피스는 일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하지만 COVID-19의 대유행은 고작 3달 만에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렇다면 오피스는 왜 필요한 걸까? 우리는 왜 비싼 부동산 비용을 지불하고 오피스를 만들어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집에서 일해도 생산성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오피스를 만들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흐릿하게나마 '오피스가 없는 세상'을 그릴 수 있게 된 지금, 오피스와 사무환경은 처음으로 존재 이유에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오피스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다


흥미롭게도 오피스의 소멸을 부추기는 것도 재택근무이지만 오피스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 역시 재택근무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재택근무가 집중 업무에는 유리하지만 소통 업무에 몹시 불리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혼자 몰입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는 집에서 일해도 업무 생산성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성과물을 검토하는 등 여러 사람이 의견을 주고받는 일을 할 때 재택근무는 일의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의견을 나눌 때, 우리는 단지 언어적 표현만 이용하여 소통하지 않는다. 책상에 바짝 붙어 앉은 호기심과 의자에 축 늘어진 나태함, 서로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주고받는 눈빛, 동의와 부정을 드러내는 감탄과 한숨,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을 때 터져 나오는 박수와 환호 등, 우리의 회의실에는 수많은 비언어적 표현이 가득하다. 하지만 카메라와 채팅, 그리고 자료 화면으로 구성된 원거리 협업 툴은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자연히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훨씬 많은 부가 설명을 붙여야 한다.


일이란 개인 업무가 전부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모두 혼자 일하는 동시에 함께 일한다. 즉, 우리가 동료와 함께 일하는 한, 모든 기업이 100%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어떤 직종은 혼자 일하는 비중이 높아 재택근무의 비율을 높여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개발자 직군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종별로 재택근무를 도입한 비율을 살펴보면 상위 3개 업종이 통신, 이커머스, 게임으로 모두 IT관련이었다.[3] 일부 업종, 그리고 일부 직군이 재택근무를 활발히 이용한다고 하여 모든 오피스가 사라진다고 단정하는 건 성급한 결론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개인 업무 공간을 완벽하게 지원해주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남아있다. 공간이란 맥락의 구현이다. 우리는 공간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그곳에 방문하여 최대한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란 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애매한 공간이다. 실제로 편안하게 쉬는 공간이었던 집을 한 순간에 치열하게 몰입하는 업무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집 안에 업무 전용 공간을 마련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문 하나로 나뉘어있는 공간의 구분은 완전하지 못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일과 가정은 순식간에 뒤섞여버린다.


물론 오피스는 언젠가 소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동료와 함께 토론하고 즉흥적인 회의를 거듭하여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던 멋진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 공간은 아직 오피스밖에 없다. 일하는 공간이라는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통해 직원들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적 맥락을 제공하는 곳도 아직은 오피스뿐이다. 그러니 비언어적 표현까지 완벽하게 전달하는 통신 기술이 발명될 때까지 오피스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창의적인 반짝임을 만들어내는 세렌디피티의 공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술이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온전한 몰입을 위해 오피스에 모여들 것이다.



앞으로의 오피스를 준비하는 퍼시스 이야기


이 책은 2016년부터 시작된 퍼시스그룹 공간 프로젝트의 중간 정리본이다. COVID-19로 인해 오피스의 일상이 달라진 지금이야말로,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근미래의 오피스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러니 사무환경 전문가로서 퍼시스는 앞으로의 오피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대답을 해보기로 했다.


공간 프로젝트의 기록을 뒤지고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며 자문했다. 우리는 로비를 바꾸고,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들고, 연구소와 본사를 리뉴얼했다.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을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앞으로 공간 프로젝트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까? 이렇게 큰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다시 한번 짚어보자 개별 공간을 진행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 종일 집중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나의 업무 특성에 맞춰 일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한정된 공간을 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 전략을 새롭게 짰고, 사람들이 서로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만들었다. '보다 유연하게,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공간 프로젝트를 요약했다. 그 안에서 유연, 소통, 자율이라는 세 단어를 추려냈다.


이 세 단어는 공간 프로젝트의 요약인 동시에, 앞으로의 오피스를 묘사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원격 근무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일터를 고르는 만족감을 알게 되었다. 개인 업무 공간이 오피스부터 집까지 확장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동료와 긴밀한 소통을 하기 위해 오피스로 출근하겠다 말한다. 따라서 개인 업무 공간 중심으로 짜인 기존의 오피스는 이제 유연한 구조로 바뀌어 개인 업무와 협업을 상황에 맞춰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다양한 공간 선택지를 제공하여 자율적인 업무 환경으로 변화해야 한다.


오피스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앞으로 다가올 오피스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퍼시스는 지금까지 사용한 공간 전략을 유연, 소통, 자율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생각의 정원 -변화의 시작, 활용하는 로비」, 「광화문센터 -스마트워크 시대 또 하나의 오피스」, 「스튜디오 원 -창의적으로 일하는 디자인 연구소」, 「오금로311 -새로운 문화를 준비하다」로 주제를 잡았다. 사무환경은 각 기업의 조직 문화와 건축 환경이 반영된 독특한 결과물이지만, 그래도 다른 기업의 사례를 살펴본다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 책이 변화를 시도하는 모든 기업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통계청, 2019

[2] 「직장생활 트렌드 리포트 2020」, 오픈서베이, 2020

[3] 「코로나19 관련 기업별 재택 근무 현황」, 블라인드, 2020, https://www.teamblind.com/kr/post/코로나19-관련-기업별-재택-근무-현황-YTjcUKQR, 2020년 7월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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