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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는 우리의 오피스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더 좋은 오피스 사무환경을 고민하는 퍼시스는 오피스 사용자인 ‘직원’, 그중에서도 ‘가장 평균의 직장인’이 인식하고 있는 오피스 공간과 근무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대한민국 직장인 사무환경 인식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직장인 사무환경 인식 조사는 국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재직 중인 기업의 제도 및 문화, 사무환경,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량적 데이터는 국내 오피스와 직장인 전반에 대한 변화 추이를 관찰하고 직장인들의 인식을 다양한 범주에서 비교 분석하여 기업들에게 더 좋은 사무환경을 제안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그중 최근 실시한 2020년 대한민국 직장인 사무환경 인식 조사*에서는 COVID-19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급변하게 된 국내 직장인들의 일하는 환경과 방식에 대한 조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이번 글에서는 조사 결과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을 크게 4가지로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본 조사는 데이터 수집 전문 기업 ㈜오픈서베이(OPENSURVEY) 패널 중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며 일주일 1회 이상 오피스로 출근하는 20대~50대 풀타임 직장인 1,000명을 선정하여 2020년 11월 23일부터 28일까지 총 6일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응답을 수집하였다.




1. 국내 직장인의 절반은 

    COVID-19로 인한 사무환경 변화를 경험했다 


출근길 KF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거리두기,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마지막 회식자리, 쉽사리 장담할 수 없는 다음 휴가 계획 등. 모두 COVID-19가 바꿔놓은 대한민국 일터의 풍경이다. 


이제는 회사 내 방역 수칙과 유의사항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직원들이 한데 모여 근무하는 공간인 오피스에서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신경 쓰인다. 무심코 손이 아닌 몸으로 문을 밀어 여는가 하면, 환기가 되지 않은 회의실에는 선뜻 들어서기가 망설여지고, 동료와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업무를 논의하기가 어쩐지 꺼려진다. 개인에 따라 민감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한 번쯤은 이런 심리적 불안을 겪었을 것이다. 


매일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오피스 내 사회적 거리두기 실행에 따른 오피스 공간의 변화, 업무 방식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전체 직장인의 52.2% 사무환경 변화를 경험했다


전체 직장인의 52.2%는 오피스 내 물리적 공간의 변화를 경험했는데, 그중 가장 높은 비율로 응답된 항목은 회의실이나 라운지 등 공용 공간의 사용 제한(28.6%)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좌석 간 파티션 등의 차폐물 추가(19.9%), 좌석의 배치 변경(16.5%), 회의실 내 화상 협업 툴 추가 설치(14.4%)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무환경의 변화는 공간을 직접 사용하는 직장인들의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사무환경 변화 조치를 최소 1개 이상 경험한 직장인들은 변화 경험이 전혀 없는 직장인들에 비해 COVID-19 이후 개인 집중 업무, 창의적 사고, 휴식의 빈도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처럼 감염 확산에 대응하는 오피스 내 물리적 공간 조치는 직원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유지하며 업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업이 직원들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배려하였을 때 직원은 조직이 나를 지원**해 준다고 느끼게 되며 이를 통해 직원들의 헌신, 직무만족, 생산성 증대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지원이란 조직이 구성원들을 위해 시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복리후생, 고용안정, 사무환경 등의 요소를 포함한다. 조직이 구성원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 정도는 조직지원 인식(POS, 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조직지원 인식은 이론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구성원의 직무만족, 조직몰입, 성과 등 주요 변수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어 경영학계에서 매우 중시되고 있는 개념이다. 




2. 늘어난 재택근무 경험, 

    그러나 아직은 오피스에서 일이 더 잘 된다


COVID-19 확산 초기에는 오피스 내 확진자 발생 시 급작스럽게 건물 폐쇄와 방역조치를 취하고 임시방편으로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아무런 사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초기 대처는 말 그대로 허둥지둥 이루어졌고 회사와 직원들 모두 혼란을 겪었다.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자 기업들은 점차 장기적인 접근으로 직원 간 접촉을 최소화하며 업무 생산성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매일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로 출퇴근하는 정규 근무 이외의 제도는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국내 직장인들도 처음으로 새로운 근무 환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2020년 한 해 국내 기업들은 COVID-19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전략을 도입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COVID-19 이전 기업에서 운영해 온 근무 제도는 무엇이 있었는지 조사해보았다. 1위는 유연근무제로 45.2%의 직장인이 주 5일 출근, 하루 8시간 근무 준수 하에 출퇴근 시간이 조정 가능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2위는 탄력근무제로 29.3%의 직장인이 주 40시간 근무 준수 하에 근무 일수와 출퇴근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고 응답하였다.


전체 기업의 39.2% COVID-19 이후 처음으로 재택근무 도입


하지만 COVID-19 이후 순위는 역전되었다. 기업들이 새롭게 도입한 근무 제도 중 각자의 집에서 근무를 하는 재택근무제가 전체의 39.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COVID-19로 인해 가장 강화된 근무 제도로 선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재택근무가 업무에 얼마나 효율적이라고 인식하였을까? 



아직은 오피스에서 일이 더 잘 된다


오피스 근무와 재택근무 중 본인의 업무에 더 효율적인 근무 방식을 선택하는 질문에 전체 53.7%의 직장인이 오피스 근무가 더 효율적이라고 응답하였으며 재택근무를 선택한 직장인은 전체 26.0% 수준에 그쳤다. 


20대~50대 연령대별로 비교해본 결과에서도, 여전히 모든 연령대에서 오피스 근무가 더 효율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더불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오피스 근무와 재택근무의 선택 비율 차이가 더욱 뚜렷해지는 점이 발견되었다. 




3. 대면 업무는 줄고, 비대면 소통은 늘고


COVID-19로 인해 직장인들이 일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기업이 다양한 근무 형태를 도입하게 되며 직원들은 사무실을 벗어나 집, 거점 오피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원격으로 소통하는 비대면 업무 방식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한 곳에 모여서 진행하는 정기 회의(-55.6%), 내 자리 근처 즉각 협의(-27.4%), 동료와의 캐주얼 소통(-42.6%), 대면 보고(-40.9%) 등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업무 행태들의 빈도는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카카오톡이나 슬랙 등을 활용한 온라인 소통(+51.3%), 비대면 화상 회의(+40.5%), 통화 업무(+43.1%), 온라인 업무 보고(+40.5%) 등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업무 행태들은 그 빈도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특히 재택근무 경험 유무에 따라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는데, 이번 COVID-19로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경험이 없는 직장인들에 비해 오프라인 업무 감소와 온라인 업무 증가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큰 폭으로 변화했다고 인식했다. 




4. 우리 회사는 COVID-19에 잘 대처했나


이렇게 2020년 한 해 동안 직장인들은 여러 가지 사무환경 변화와 새로운 근무 제도, 일하는 방식들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회사가 COVID-19에 얼마나 잘 대처했다고 인식하고 있을까? 



전체 직장인의 39.1% 우리 회사는 COVID-19로 인한 시장의 변화에 잘 대처했다


재직 중인 회사가 COVID-19에 ‘잘 대처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직장인은 전체의 39.1% 수준이었다. 

직장인들이 평가한 회사의 대처 수준 정도는 근무 제도 및 물리적 공간 변화 경험 여부에 영향을 받았는데, 사소한 변화라도 실질적인 대응 조치를 경험한 직장인들이 기업의 대처 수준을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치를 살펴보면 근무 제도의 변화를 경험한 직장인이 회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47.2%로 근무 제도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직장인의 긍정적 평가 비율인 25.2%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마찬가지로 사무환경의 변화를 경험한 직장인은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직장인에 비해 회사의 대처 수준에 대한 긍정적 평가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조직 운영 방식 및 사무환경에 대한 만족도 역시 회사의 COVID-19 대처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제도 및 문화의 자율성을 평가하는 질문 ‘우리 회사는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사무환경의 유연성을 평가하는 질문 ‘우리 회사의 사무환경은 경직되어 있지 않고 유연하다’에 동의한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에 비해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대처 수준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 수준을 나타냈다. 




모든 경제 활동이 위축된 COVID-19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성장과 업무 생산성을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대응 방식은 실제로 직장인의 업무 효율과 만족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COVID-19가 엔데믹(종식 없는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일부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의 대응 전략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COVID-19로 인한 국내 직장인들의 일하는 환경과 방식 변화를 알아본 이번 조사 내용이 위기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앞으로의 오피스 대응 전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대한민국 직장인 사무환경 인식 조사’ 2편에서는 숫자로 알아보는 국내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근무 환경 - 회사의 근무 제도와 사무환경, 그리고 하루 일과의 모습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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