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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May 19. 2024

인간이해 3_ 성장하는 인간

인간다움이란 과연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M83 - Outro (Interstellar)


업무에 관해 상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화가 있습니다.


팀장: “A 업무에 대해서 어떤 자세로 할래?”

팀원: “배운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팀장: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야.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
         “그리고 회사가 학교야? 배우는건 학교에서나 배우는거고.”

팀원: “잘하겠습니다!”

팀장: “어떻게 잘 할래?”

팀원: “전략을 세워서… 열심히..”

팀장: “(웃으며) 열심히 필요 없다니깐. 여긴 프로의 세계야.

노력해서 될거였으면 아무나 데려왔지. 넌 선택된 인재니 잘해야해.”


 이는 인간은 ‘정해져 있다’는 타고난 인간형에 대한 관념이 전형적으로 반영된 사례입니다. 그런데 한 미국 심리학자는 이런 고정된 인간형에 대한 관념이 사실보다는 ‘편견’에 가깝고 이것이 개인과 조직의 실질적 성과를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팬포드 대학교_Stanford Univ.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_Carol Dweck은 인간의 본성을 ‘고정된 것’으로 여기는 마인드셋은 성장을 위한 도전을 회피하게 하고 실패 앞에서 노력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는 반면, 이를 ‘가변적’으로 여기는 마인드셋은 노력과 학습으로 성장하게 하고 도전과 결국 새로운 숙달_new mastery에 이르게 한다고 말합니다.[1]


캐롤 드웩_Carol Dweck은 사람의 본질을 두가지 마인드 셋으로 정의합니다. 고정 마인드셋_Fixed Mindset과 성장 마인드셋_Growth Mindset 입니다.


고정 마인드셋은 인간은 타고난 것이며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타고난 재능, 역량이 있으며 이것은 노력이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인식이 내재해 있습니다.


장 마인드셋은 사람이 가진 자질은 단지 성장을 위한 출발점일 뿐이며 노력이나 전략, 또는 타인의 도움을 통해 얼마든지 자랄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애초에 갖는 재능이나 적성, 관심사나 기질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누구나 응용, 경험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정된 자질’이라는 세계에서 성공이란 ‘자신이 똑똑하거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반면 ‘변화하는 자질’의 세계에서 성공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익히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일’을 뜻합니다. 고정 마인드셋 세계에서 실패는 ‘패배’나 ‘후퇴’의 동의어와 같습니다. 사례의 농담반 진담반 대화처럼 이 세계에서 ‘노력’이란 곧 ‘무능’한 것입니다. 실패와 마찬가지로 '멍청하고 재능이 없는 사람이나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라는 인식과 행동을 유발합니다.


 뇌가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 우리의 인생을 유전자가 결정한다는 믿음을 떨쳐내고 뇌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적응력이 높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많은 것들이 달라집니다. 어떤 것을 배울 때마다 우리 뇌가 새롭게 조직된다는 사실은 ‘신경가소성_neuroplasticity(뇌가 외부환경의 양상이나 질에 따라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특성), 즉 뇌의 유연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뇌는 성형적_plastic이고 순응성이 있다_malleable. 신경회로는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는데, 새로운 언어나 운동기능의 습득이 왕성한 유년기때 사용되는 새로운 신경회로의 활동성이 최대치를 보입니다. 성년기나 노년기에는 약간 감소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언어나 운동기술을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습득할 수 있는 일정한 수준의 뇌신경 가소성을 일생동안 유지합니다.[2] 뇌 신경가소성에서 진행한 연구들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뇌는 얼마든지 성장하고 바뀔 수 있음을 입증했고 최근들어 이는 확고한 정설이되었습니다.[3]


 결국 우리를 고정된 관념에 붙들어 맨 것은 우리의 바꿀 수 없는 유전자, 사실이 아니라 그저 우리 자신의 (잘못된) 인식과 신념이었을 뿐입니다. 어린아이, 심지어 세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도 여러 방식으로 고정 마인드셋을 만들어 냅니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우리의 언어, 우리의 고정관념에 비롯한 상황도 사람을 그렇게 자극합니다. 예컨대 ‘똑똑하다’는 표현이 고정 마인드셋을 야기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똑똑하다고 칭찬하면 처음 아이는 ‘그래 역시 나는 똑똑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어려운 문제를 만나 그것을 풀지 못하면 ‘똑똑하지 않다’는 말을 들을까 혹은 남이 내가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를 두려워합니다. 어느순간 아이는 ‘똑똑한 척’을 하기 시작합니다.


테일러리즘 경영이 가진 사람에 대한 인식과 관료제, 권위주의, 경쟁과 압박, 감시와 처벌, 당근과 채찍 등의 시스템은 그렇게 오랜 기간 인간의 고정 마인드셋을 자극해 왔습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경쟁과 압박 시스템은 인간의 ‘경직-투쟁-도피_freeze-fight-flight반응’을 부릅니다. 경직-투쟁-도피_freeze-fight-flight 반응은 긴박한 위협 앞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원시인이 사냥을 나갔다가 야생동물을 만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는 순간 얼어붙습니다. 경직_freeze 반응은 소위 지향반응_orienting으로 부교감신경계에 의해 매개되며 잠시 운동반응이 정지되어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합니다.


 도망이나 싸움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겁에 질린 긴장성 부동_tonic immobility 상태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 역시 일종의 경직_freeze 반응에 해당됩니다. 완전한 긴장성 부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며 근육으로 공급되는 혈액의 양을 증가시켜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에 직면하게 되면 인체는 생존하기 위해 그 위험에 대항할 것인지(fight) 혹은 도망갈 것인지(flight) 반응하게 되며, 우리 뇌의 여러 부분과 자율신경계가 혈액 내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여 신체가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처럼 스트레스 반응은 1차적으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저하되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위험한 야생동물에 갑자기 맞닥뜨렸을 때와 같은 물리적 위협이 우리에게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이러한 생리현상은 진화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발달한 인간의 특성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질적으로 그런 ‘물리적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위기’가 아닌 상황에서조차 위와 같은 생리현상이 인간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료와 경쟁하게 될 때,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을 때와 같은 긴장상황은 원시시대 인간이 생존을 위협하는 야생동물을 만난 상황과 분명 다름에도 인간의 생리적 반응은 유사합니다. 우리의 두뇌는 순간적으로 납치되어 (brain hijack) Freeze-Fight-Flight의 세계로 빠져들고 맙니다.


이러한 생리적 반응은 ‘생존 상황’에서는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우리를 돕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발현되면 그 장점 반대편에 있는 부작용이 더 크게 발현됩니다. 즉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우리의 고정 마인드셋을 자극합니다.


 고정 마인드셋은 사람들이 속임수를 쓰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 경영의 경쟁과 압박 시스템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성과를 내는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슈퍼스타처럼 보이기 위한 속임수를 찾도록 유도합니다. 어려운 도전 역시 피하려고 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아무리 높은 가치가 있더라도, 일단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가 높거나 난이도 높은 전략 과제라면 구성원은 그것에 흥미를 느끼기 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부터 느끼기 때문입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생물학적 ‘진화’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완벽함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속되는 적응 과정이 반복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주기는 지속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전개됩니다. 자연이든 유전자든 사람이든 완벽하다면 진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유기체, 조직, 사람은 단한 순간도 완벽한 적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슈퍼스타, 원래부터 완벽한 누군가를 가장하고 연기하는 것보다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을 보았을 때도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완벽주의보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되 (어쩌면 끝까지 미완성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완성을 향해 끈기 있게 나아가는 완성주의가 우리에게  좀 더 필요한 마음이 아닐까요? 인간은 모순과 역설을 품은, 불완전하고 연약한 존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는 그날까지 성장합니다. 



Reference

[1] Dweck, C.S (1999). Self-theories: Their role in motivation, personality, and development, Philadelphia, PA: The Psychology Press.

[2] Azari NP & Seitz RJ (2000) Brain Plasticity and Recovery from Stroke. American Scientist 88. pp426-431, Hensch TK, Bilimoria PM (July 2012). “Re-opening Windows: Manipulating Critical Periods for Brain Development”. 《Cerebrum》 2012: 11. PMC 3574806. PMID 23447797.

[3] Michael Merzenuch, Soft-Wired: How the New Science of Brain Plasticity Can Change Your Life (San Franciscon: Parnassu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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