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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어린 점주였어요. 운영하면서 심각한 무기력증을 느끼고, 갖고 있던 편의점들을 정리한 뒤 무작정 일본 여행을 갔었어요. 처음 느낀 음식 문화에 매료되어 계속 일본에 방문하게 되었고, 요리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시작하게 됐어요.”
여러 스타일의 요리를 하다 야키토리(닭고기를 꼬치에 꿰어 만든 음식)의 매력을 알게 되고, 수련 끝에 17년도에 수원 인계동에서 꼬치와 요리를 판매하는 이자카야 ‘기사화’를 오픈했다. 요리를 깊게 연구하고 일해 온 만큼 상업적인 가게보다는 ‘음식’을 하고 싶었지만 수원 이자카야는 소주집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음식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 22년 7월까지만 운영하게 됐다.
“원래 안산 사람이지만 안산에서 장사하는 게 싫어서 다른 지역으로 갔었어요. 그때는 지인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이제는 고향인 안산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22년 12월 고잔동에 오픈한 야키토리 사화는 사장님 혼자 운영하고 있다. 가오픈 시기에 많은 인원의 손님을 받았었는데, 제공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은 3인 이하의 손님만 받고 있다.
”혼자 일하니까 슬로우푸드가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방향이기도 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그리고 여럿이서 모여 빠르게 먹는 술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사화에서는 슬로우드링크를 추구하고 있어요. 소주는 잔이 비면 빨리 따라 마셔야 하는 술이잖아요. 금방 취해서 가게에 대한 기억이 없는 술자리가 아닌, 천천히 이야기하며 즐기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역 증류주와 니혼슈, 하이볼, 병맥주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소주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
리큐르사케와 쇼츄는 온더락으로 제공된다. 일본의 증류주라고 불리는 쇼츄는 얼음으로 희석해 마시기도 하지만 뜨거운 물에 희석해 마시기도 한다. 니혼슈는 가득 넘치게 부어 재물과 복을 넘치게 받으라는 의미가 담긴 ‘마스잔’으로 제공되어, 넘친 사케로 한잔 더 마시는 특별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리큐르사케 기반으로 만들어진 하이볼은 도수가 낮아 취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야키토리 사화에서는 닭을 직접 발골해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안산에서 잘 다루지 않는 닭의 특수부위를 맛볼 수 있다. 발골하면 20가지 종류의 부위가 나오는데 식도, 대동맥, 아킬레스 등의 특수부위는 한정으로 판매되고 있다.
“손님들은 생소한 부위를 먹어보는 것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저희 사화에서는 직접 닭 한 마리를 발골해서 하루 준비하는 꼬치 개수는 한정적이지만, 고기 질은 정말 자신할 수 있어요.”
“김상환이라는 제 이름에서 받침을 뺀 기사화가 제 어릴 적 별명이었어요. 스승님도 저를 사화라고 부르기도 하셨고요. 그래서 수원에서의 첫 가게를 기사화라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계속 제 이름을 브랜드화 시키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야키토리’에 ‘사화’를 붙인 야키토리 사화로 짓게 됐어요.”
집을 연상케하는 ‘사화’의 로고는 사장님이 직접 디자인했다. 글자를 활용해 로고를 만든 스승님의 가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사화의 외관은 사장님이 일본에 가서 처음 꼬치를 먹었던 곳에서 영향을 받았다. 작은 창 안으로 꼬치를 굽고 있던 모습이 인상 깊었고, 밖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창문의 위치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내부는 전에 쓰였던 벽과 천장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 인테리어 했다. 기존의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 맞추어 다찌 테이블을 제작했고 가볍게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혼술 하시는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혼자 오셔도 좋고 둘이 오셔도 좋아요. 집에 안 가도 좋으니 천천히 즐기다가 ‘좋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생각으로 가시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한 야키토리 사화는 술 한잔하며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 추천하는 공간이다.
글·사진|워크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