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업을 사장도 모르게하라
지난 글에선 당태종과 설인귀, 그리고 태사자의 사례를 통해 만천과해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만천과해는 승전계의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인데 승전계는 적을 이기고 있을 때 쓰는 전략이다.
즉 나와 우리 회사가 언더독이 아닌 탑독일 때 쓰는 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 상대방보다 풍부할 때에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최근 기업용 IT솔루션으로 유명한 A사에서 곧 신제품을 낼 것이라고 몇달 전부터 언론 보도를 하였다. 심지어 IT 솔루션 시장에서 잘 하지않던 신제품 출시회를 큰 규모로 연다고 광고하였고 이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A사는 ERP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인B사의 바로 뒤를 추적하며 2021년 기준 국내 시장에서 20%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다. 1위인 B사가 국제시장 ERP 점유율이 1위임을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다. 심지어 A사는 중견 ·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3만 곳의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웨어는 45만 명이 넘는 엄청난 숫자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A사 고객의 대부분은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이라 당연히 여태까지 보여온 시류 상,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ERP 신제품 출시에 많은 기업이 긴장했다.
특히나 요즘 화두인 AI기능까지 확장된다고 하니 중소 IT회사들에서 긴장하지 않았을 리 없다.
행사 당일, A사는 신제품을 공개하며 새로운 포부를 발표했다.
바로 글로벌 시장이었다.
물론 아는 사람들은 신제품이 국내 중소기업 타겟이 아니라는 걸 이미 다 알고있었지만
이날 처음 안 사람들도 적은 수는 아니었다.
그리고 신제품 자체만을 기대하고 신제품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천여 명의 관중들은 A사의 글로벌 진출 의지와 그에 따른 회사의 비전, 기술을 실시간으로 보고 들었다.
졸지에 A사의 비전 선포식에 누구보다 큰 박수로 이를 환영한 것이다.
이 외에 만천과해는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경쟁사에 대해 새로운 제품과 관련된 정보를 전략적으로 숨기고 오히려 자사에 대한 안좋은 기사나 반응을 방치한다. 혹은 B급 프로젝트에 대해 언론에 내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관심이 줄어들었을 때 전략적으로 이를 발표해 경생사 대비 상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시장에서의 1위를 굳힌다.
혹은 경쟁사와의 제품 경합과정에서 자사 내에도 일부러 불리한 협상 조건 및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흘린다. 경쟁사가 차지하고 싶은 시장을 피해 다른 시장에 관심을 둔 척 연기하기도 한다. 그후 결과는 마찬가지다.
내부를 속일 때도 있다. 정부지원사업 등을 핑계로 실질적으로 판매하는 가격을 낮추고 고객에겐 정상가보다 90% 이상 할인되었다고 말하고 회사에는 정부지원사업으로 100%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의 이익율은 80% 정도로 모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되지만 고객과 회사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단, 만천과해에는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따른다.
먼저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일정 지위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만천과해의 방법은 최소 한 달에서 일 년 이상의 시간을 걸려 운영하기 때문에 장기전을 치를 인내심이 준비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조건들 없이 만천과해를 시도한다면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명심하자, 승전계의 전략은 모두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언더독이 아닌 탑독의 전략이니만큼 이를 통해 기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