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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준 Nov 27. 2024

이어폰 흘린 날

2024.3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미팅 시간을 착각하고 약속보다 1시간 반쯤 빨리 가게 되었다.
시간도 남고해서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다 이어폰이 땅에 떨어졌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고 밥을 마저 먹은 뒤
카페에 갔다가 미팅을 마치고 나왔는데

로비를 벗어나려고 하자
갑자기 모르는 남자가 와서 말을 걸었다.

"아까 혹시 OOO에서 식사하셨죠?"

처음 들어본 식당이름에 나도 모르게 반문했다.

"OOO이요..?"

그러자 남자가 

"아, 갈비 김치찌개요~ㅎㅎ"

그제서야 내가 점심에 계산을 안하고 왔나, 하고 온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예, 맞아요." 하자 남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혹시 이거 두고가시지 않으셨어요?"

남자의 두 손엔 이어폰이 덩그러이 놓여 있었다.

알고보니 이어폰이 떨어졌을 때,
내가 케이스만 챙기고 이어폰은 내버려두고 왔었나보다.
잃어버린 줄도 몰랐는데 잘 주워두고 있다 내가 지나가는게 창밖으로 보이자
달려나와 건네준 것이다.

고맙다는 말을 건네기도 전에 남자가 황급히 자리를 떠나며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라고 가게 쪽으로 뛰어들어갔다.

나는 멍하니 일 이분간 같은 자리에서 고마움을 곱씹었다.

모른 체 했어도 영영 몰랐을텐데.
작은 선의라 생각하는 것들이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구나. 생각하며
오늘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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