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법. 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사실 잘 몰라도 상관없다. 세상에는 이미 성공하는 법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자기개발서만 해도 수백, 수천 권이고 유튜브에 '성공하는 법'이라고 검색하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10가지 습관, 성공하는 마인드, 성공을 끌어들이는 법…. 등등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주 자세하게 성공하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하나같이 똑같이 말한다. 이대로만 따라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인생이 망하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사실 인생이 망하는 건 어렵지 않다.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누워서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인생은 자연스레 망하게 된다.
그렇게 점점 성공으로부터 멀어지는 나를 느끼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을 때쯤 공주에 갔다. 경부 고속버스터미널에 들어서자마자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멀미가 심한 사람은 공항이나 역, 터미널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있다. 오늘 멀미의 여부를. 오늘은 머리도 안 아프고 코로 들어오는 숨이 무겁지 않다. 이런 날은 멀미를 안 한다. 역시 공항보다는 터미널이 체질이라고 생각하며 큰사람은 못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중학생 시절의 원대한 꿈이 떠오른다. 전 세계를 누비는 도서관 관장. 나름 꿈 발표 대회에서 반 1등을 차지하여 전교생이 보는 강당에서 나의 꿈을 발표했다. 정말이지 그때의 내가 자랑스럽고도 웃기다. 너무나도 원대한 꿈이라서…. 지금은 '전 세계를' 누비고 싶지도 않고 도서관 '관장'은 더더욱 되고 싶지 않다.
어쩌다가 도서관 관장에서 지금의 베짱이가 되었나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떠올리다 보면 공주에 금세 도착한다. 공주에 갈 때마다 나를 반기는 문구가 있다.
흥미진진 공주.
저 문구를 볼 때마다 정말로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주 방문은 나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나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일등 공신 유가 삼촌과 함께 등장한다. 유는 내가 들고 있는 파리바게뜨 빵 봉투를 보고 말한다.
아빠, 얘는 공주 올 때마다 할머니 드시라고 터미널에서 빵 사 간다? 진짜 가정교육 잘 받았어.
어느새 24세, 대학교 4학년, 취준생. 이 되어버린 나는 요즘 하나의 습관이 있는데 무엇이 나의 취업에 도움이 되나? 를 따져본다. 내 장점과 적성을 살려서 취업을 준비하라는데 내 장점은 친화력 좋음, 인상이 좋음, 잘 웃음, 잘 움, 수다를 잘 떪 정도밖에는 떠오르지 않고 도무지 친화력으로 취업하는 법은 잘 모르겠다. 면접관이랑 친해질 자신은 있어도 합격할 자신은 없다. 유의 말을 들은 나는 또 생각한다.
가정교육 잘 받음. 으로는 취업하기 힘들겠지....?
가정교육 잘 받은 나와 아마도 잘 받았을 유는 공주 할머니집 거실에 앉아 셀프 염색을 한다. 미용사는 나고 손님은 유이다.
망해도 책임안진다? 염색하고 나랑 손절하고 싶을 수도 있어.
괜찮아. 아무리 망해도 혼자 한 것 보다는 낫겠지 뭐.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머리는 망해도 다시 하면 되니까.
그럼 인생은?
........그것도 그럴걸?
망해도 괜찮은 건지 괜찮지 않은건지 모르겠는 염색을 하며 일단은 나의 쓸모를 다한다. 지금 중요한건 인생보다 유의 머리. 얼마나 골고루 빠짐없이 염색 되었는가이다. 유와 함께 있으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쓸모있는 인간이 된다. 나의 친화력과 수다력은 유 앞에서 가장 발휘된다. 좋은 친구란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게 면접관 앞이 아니라는 사실이 좀 애석하긴 하지만 말이다. 유는 나에게 자꾸 착하다고 말하고 부지런하다고 말한다. 그럼 나는 그제서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좀…. 착한가? 나름…. 부지런한가?
유와 함께한 며칠간은 인생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그런 건 딱히 중요하지 않았으므로. 그 대신 도서관 관장이 아닌 또 다른 원대한 꿈같은 것을 고백하기도 했다. 돈 벌어다 주는 글, 인세로만 먹고사는 작가, 백만 유튜버 같은. 너무나 원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그런 것들을.
공주 터미널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인생이 망하면 내가 가장 먼저 갈 곳이 어디인지 깨닫는다. 성공으로부터 멀어짐과 동시에 망함으로부터도 멀어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