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필자는 알고 있다.
우리가 20대의 싱그러움보다 예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이 된 우리가 그녀의 책을 집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서른이라도 예쁘고 싶은 우리 안의 바람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책 안에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소소한 여자들의 일상과 심정이 담겨 있어서 ‘혹시 작가가 내 친구였던가?’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10년 넘게 방송 작가로 일했다는 그녀이기에 독자를 단숨에 빨아들이는 흡입력 있는 글 솜씨도 남다른 것 같다.
가장 설득당했던 대목은 여자들이 느끼는 서른에 대한 남다른 의미에 대한 이야기와 연애와 결혼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뭐 그런 것으로 고민을 하고 그러나 싶은 일들도 그 나이 때의 사람들에게는 인생 최대의 고민이듯,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우리에게는 연애 하나도 쉽지 않고, 사회생활 하나도 쉽지 않다.
여자들에게 스물아홉과 서른의 간격은 태평양만큼이나 크다.
20대에 꿈꾸던 30대의 모습은 멋진 오피스룩을 뽐내며 카리스마를 보유하고, 직장 내에서 후배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텔레비전의 한 장면 그대로다.
(역시 드라마가 문제다. 진짜 당면한 현실을 너무 초라하게 만들어 버린다)
회사 내에서 직급과 경력도 어느 정도 쌓이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는 이미 정해놓은 길이 있으니 별로 두려울 게 없으며, 곁에는 결혼을 앞둔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있다. (물론 상상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입사한 후 딴 길로 새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여전히 회사 내에서 내 자리는 불확실한 것만 같고, 입사 남자 동기들은 하나 같이 다 승진했지만 여자인 나만 뒤쳐져 있다. 아직도 이 길이 내 길인지 아닌지 모르겠고, 일에 대한 열정도 사그라져 들기만 한다.
그렇지만 당신도 알고 있다.
뭐가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당신이 꿈꿔왔던 30대의 모습은 그저 드라마에서 본모습이라는 것을.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걸.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로 누구라도 만나보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신의 선호도가 확실해진 30대 여자는 아무나 만나는 건 더 어렵다.
실패하고 싶지 않고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 덥잖은 이야기들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걸 최악으로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점차 알아가기 때문에, 한눈에 이게 시간 낭비다 라는 판단이 선다.
그러면서도 고민한다. 감추어져 있는 매력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하고 말이다.
" 내가 혹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
그렇지만 곧 깨닫는다. 첫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처음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은 두 번, 세 번 만나도 결국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이 남자나 저 남자나 거기서 거니니까 아무나 만나라고?’
100세 시대에 매일매일을 즐겁게 살아도 모자란 내 인생을 왜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서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음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만나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진지한 만남도 가져보고, 그러다가 여행이 떠나고 싶어 지면 남편도 아이도 없으니 훌쩍 떠나서 여행자로 살아보기도 하는 자유로운 삶 말이다.
일단은 나 혼자만 먹여 살리면 되니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실천해 보는 이런 삶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