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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Mar 30. 2021

태어나서 처음 외국에 일하러 갔다

#1_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두렵고 설렌다.


해외에 가본 것이라고는 여행이 전부인 나에게는 외국은 항상 즐거운 곳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세상에 로그인할 수 있는 곳이 나에겐 해외였다.


유학은커녕 단기 어학연수조차 가지 않은 내게 외국어라는 것은 여행을 갔을 때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통로이며 내가 여행을 다니는 동안 하면 할수록 내게 도움이 되는 아주 고마운 존재였고, 난 그것을 즐겼다.


그런 내가 해외에 처음으로 일하러 나오게 되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난 알지 못했다. 준비하는 과정은 그저 즐거웠고 여행을 1년 동안 다녀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2015년 4월 3일 태국행 비행기를 타고 푸껫 공항에 처음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가 다 되어 가는 야심한 시간이었다.

나와 교대하게 될 같은 팀 직원은 도착시간이 너무 늦은 새벽인 지라 호텔에서 다음 날 아침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공항에는 태국 기사가 공항 입구에서 팻말을 들고 기다리기로 되어 있었다. 이민가방과 캐리어를 모두 가져와 짐이 많았던 나는 낑낑거리면서 1년 치 살림살이를 들고 공항 게이트를 나왔고, 국제 고아라도 될까 두려움을 가졌지만 어렵지 않게 내 이름을 팻말로 써둔 태국인 기사와 만날 수 있었다.

친절하게 내 짐 가방을 들어주며 안내하는 기사의 가이드를 따라 난 여행객인 듯, 출장을 오듯 픽업용 밴에 탑승했다. 이날 입실 고객이 없어 탑승자는 나 혼자밖에 없었기 때문에 픽업한 뒤 짐을 싣고 바로 출발했다.



내가 일하게 될 카오락은 시내가 아닌 외곽에 있었기 때문에 푸껫 공항에서 넉넉히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푸껫에서 카오락으로 가는 길은 주로 2차선 또는 4차선인 작은 도로를 달리는 데 가는 길목에 가로등이 많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처음 발을 들이는 초심자에게는 약간 무서움이 감돌기도 했다. 처음 오는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내려 숙소로 오는 길이 참 멀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업무차 온 것이지만 낯선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에서 졸 수는 없었기에 늦은 시각이었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가는 길을 지켜보았는데, 아무리 봐도  눈 앞에는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1시간이 조금 넘어 시내로 보이는 곳들을 지나서 드디어 새벽 2시 쯤 호텔에 도착했다. 걱정할 것은 없었지만 무사히 숙소에 돌아온 것에 감사하며, 수고한 운전기사에게 준비해둔 약간의 팁을 건네주었다. 친절하게 호텔에 모든 짐을 내려주고는 그는 홀연히 떠났다. 새벽이라 그런지 호텔 리셉션에는 직원이 얼마 없었고(2명 정도), 내 여권을 받아 들고는 나에게 입실을 위한 서류를 들이밀었다. 이름과 여권번호, 국적 등 신상 정보들을 써내려 가고 내 이름으로 예약된 객실을 배정받아 객실로 이동했다. 짐이 많았기 때문에 버기카로 객실까지 아주 친절한 벨보이가 안내를 해주었다. (훗날 이 벨보이와는 함께 본인 농장에 방문할 정도로 친해졌다.)


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Khao Lak)는 영어 인사말과 함께 태국어인 "싸와티캅"(안녕하세요)을 외치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나도 질세라 공수를 하고는 알고 있는 "싸와디 카"( 안녕하세요)로 응수했다. 태국말을 할 줄 아냐고 좋아하는 그에게 내가 아는 말은 그거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친절한 직원 덕에 2층에 위치한 방에 잘 도착해서 객실 안까지 짐을 가져다주고는 그는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사라졌다. 그가 나가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물을 머금은 솜처럼 긴장감과 피곤함에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3시가 넘었고, 다음날 아침 직원과 만나려면 4시간도 못 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씻을 것만 꺼내서 씻고 알람을 맞추고는 많이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쌓아 두었던 피로감이 몰려왔다. 


다음 날 아침,

태국에서 1년 전부터 일하고 있던 직원과 드디어 만났다. 많이 어색했지만 서로 그 간극을 느낄 새도 없었다.  만나자마자 호텔 매너 저급 직원들과 아침 미팅 시간에 맞추어 참석해 인사를 나누어야 했기 때문에 짤막하게 호텔 직원들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고 바로 회의실로 들어가는데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처음이었다.

영어회화 학원에서, 그리고 해외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업무차 와서 수많은 외국인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보기는 난생처음이었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온 니나라고 하고, 이번에 이곳에 오게 되어 1년을 함께 일하게 되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고, 이렇게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이다. 감사하다. "


초롱 초롱한 눈으로 최소 10명은 돼 보이는 외국인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으니 매우 신경이 쓰이고 긴장됐다.

한국에서는 원래 남들 앞에서 나서고, 이야기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이 없는 나였는데, 처음 경험해 보는 환경에 오니 나도 어쩔 수 없었다.

 

회의중에 새롭게 만나게 된 사람들이 새로 온 나를 위해 한 명 한 명 자기 소개를 해 주었다. 이 사람은 프런트 매니저이고 여기는 프런트 부매니저, 이쪽은 식음 매니저, 식음 부매니저, 하우스키핑 매니저, 시설팀 매니저, 연회영업팀 매니저, 인사팀 매니저, 부매니저,  예약실 매니저 등등 소개할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고, 오랜만에 쓰는 영어에 기억해야 할 직원들의 이름과 얼굴이라는 홍수에 난 그저 끝을 모르고 허우적거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한 귀로 들어와서 한 귀로 나가는 느낌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맘처럼 되지는 않았다. 카오스였다.


 다음은 근무할 호텔 투어를 했다. 다양한 장소를 하나하나 소개해 주면서 직원들에게 소개해주었다.

어색한 눈인사를 나누며, 첫인상에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서 긴장되지만 내가 가진 최대한의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이려고 노력했다. 직원들은 하나 같이 친절했고, 나의 웃음에 웃음으로 응대했다. 계중에는 차가운 직원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는 대체적으로는 다 좋아 보였다.


근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한국 파트너사 직원에게는 호텔의 배려로 매니저급 대우가 주어졌다. (매니저급 대우에는 추후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일반 직원과는 확연하게 다른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원래는 2인이 사용하는 직원용 기숙사를 파트너사 외국인 근로자인 우리를 위해 1인실 단독룸으로 배정해주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1인실을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매니저들만 1인실을 사용한다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묶게 될 내 방의 열쇠를 받아서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하루를 일찍 마무리할 시간이 주어졌다. 방안에는 숲 쪽을 향한 조그만 테라스에 커다란 나무 옷장과 침대, 베개, 얇은 시트, 그리고 얇은 이불이 있었고 방안에는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혼자 살기에 넉넉했고, 오히려 너무 넓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갔고, 새로운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어 긴장 반, 설렘 반이었다. 

딱히 힘든 일은 없었지만 전날 새벽에 도착해서 얼마 못 자서 그런지 긴장해서 인지 몰라도 급격하게 피로가 몰려왔고 정말 죽은 듯이 바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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