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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Apr 06. 2021

태국 취업 비자를 받으러 싱가포르에 간다고요?

#2_ 태국의 취업 비자 발급1

태국에 도착한 뒤 구세주처럼 믿고 의지했던 전 근무자가 10일 뒤쯤에 한국으로 귀국한다고 했다. 이 낯선 땅에서 모국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10일 뒤에 떠난다니 너무 아쉬웠다.

(물론 아쉬운 나와는 달리 그녀는 지겨웠던 이곳을 이제 곧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한 주 동안 현지 적응과 인수인계로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잊을만하면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하는 고객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냈다. 내가 온 시기가 4월이라 비수기인 상태여서 손님이 많이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혼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인수인계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업무가 끝나면 직원 기숙사로 바로 가서 쉬기도 했고, 새로운 친구와 맥주를 한잔 기울이기도 했다.


외국인 신분의 사람이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관광(여행) 비자가 아닌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취업비자가 필요하다. 나는 시간이 촉박해 취업비자를 받지 못한 채 여행비자로 이곳에 도착했다.



때문에 전임자인 그녀가 떠나기 전에 해야 할 마지막 임무는 시간이 촉박해 여행비자로 온 나를 싱가포르로 보내 태국 근무에 대한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서류 작업을 준비해주는 일이었다. 나는 의아했다. 왜 태국 비자를 받는데 태국에서 받지 않고 국경을 넘어서 싱가포르까지 가야 하는지 말이다. 답변은 의외였다.

현재 나는 태국에 여행비자로 체류를 하고 있는데 태국 내에서는 바로 워킹 비자로 전환이 안되고 제3국에서만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럴 거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한국에서 입국 서류를 받을 걸 그랬다.'는 나의 푸념에 태국 회사에서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원본이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국 회사의 서류를 우편으로 받아야 했을 텐데 시간 상 그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내 말대로 한국에서 워킹 비자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코스이지만 시간이 꽤 많이 걸려서 작년 이맘때 그녀도 급박한 일정에 일단 여행비자로 태국으로 왔다가 싱가포르에서 워킹 비자를 받고 다시 태국으로 입국했다고 했다. 싱가포르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까다롭게 서류를 보기 때문에 서류 준비를 단단히 해가지 않으면 여러 차례 비자 승인이 거부당할 수 있다고 했고, 그녀도 몇 차례 서류 부족으로 승인 거부당했다고 했다. 주싱가포르 태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딱 오전 9시~12시까지 3시간만 운영하고 그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칼같이 끝난다고 했다.(이건 주한 태국 대사관도 동일하다) 그래서인지 대사관 앞에는 비자를 기다리는 끝없는 행렬이 아침마다 이어진다고 했다. 여러 가지 말을 들었지만 아직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라 매우 긴장하면서 준비한 서류를 계속 뒤적이게 되었다.  


태국에서 일하려면 취업비자를 받아야 한다. 내가 받을 취업 비자는 Non_B 비자라고 해서 비이민자가 허가받을 수 있는 합법 노동 체류 비자였다. 구비해야 할 서류는 개인 구비 서류와 일하게 될 회사 구비 서류 두 가지 파트가 있었다. (현재는 코로나 19 검사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주한 태국대사관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개인 서류

1) 비자 신청서

2) 여권용 사진

3) 여권

4) 여권 사본

5) 영문 이력서

6) 영문 최종학력 졸업증명서

7) 영문 주민등록등본

8) 비자 신청일 기준 한 달 이내 발급된 영문 잔고 증명서(잔고 45,000밧 이상)

9) 현지 거주 증명서(호텔 예약 확인서, 부동산 계약서 등)


회사 구비 서류

1) 노동부 또는 투자청 (BOI) 고용허가서

2) 태국 회사의 초청 장장 원본 1부 (비자 받을 본인의 여권번호와 영문 이름 반드시 기재,

발신은 태국 회사, 수신은 주한 태국대사관)

3) 태국 회사의 사업자 등록증 1부

4) 태국 회사의 등기부 등본 1부

5) 태국 회사와 맺은 고용계약서 (급여 반드시 기제 45,000 바트 이상)

6) 태국 회사의 법인세 납세증명서 (50 카테고리 [ภ.ง.ด. 50] 및 01 카테고리 [ภ.พ. 01])

7) 태국 회사의 부가세 납세증명서 (20 카테고리 [ภ.พ. 20] 및 최근 3개월 30 카테고리 [ภ.พ. 30])

 - 세금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엔 영문 또는 태국어 사유서 제출

 - 회사 구비 서류 2번에서 6번 서류의 경우 사본이어도 상관은 없으나 매 페이지마다 회사 직인과 대표자 사인이 직접 찍혀 있어야 함.




구비서류 리스트만 봐도 숨이 막혔다. '이걸 언제 다 준비하지? 나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거 맞나?'

개인 서류 준비는 내가 하면 되니까 그렇다 치지만 회사 구비 서류는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호텔에 계속 물어봐야 하는 지라 출장일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워킹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는 호텔에서 보내는 초청 편지(Invitation letter)뿐만 아니라 호텔에서 작성한 근로 계약서(직급, 근로 기간, 월급, 연봉, 복지 등등), 노동 허가서, 사업허가증 등등 너무너무 많았다. 호텔에서 발급해 주는 서류는 모두 태국어로 되어 있어서 내가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게 맞게 발급이 된 건지 안된 건지 어떻게 알지? 싱가포르에 가서 퇴짜 맞으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 거지?' 가기 직전까지 걱정이 많았다.

가까스로 하루 전날까지 호텔에서 건네준 서류와 함께 내 출장 준비는 완료되었다. 처음에는 싱가포르로 출장을 간다고 해서 '태국에 오자마자 또 인접 국가에 간다니 너무 신난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준비하다 보니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비자를 받기 전까지는 태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무시무시한 출장이었다. 그 사이에 그 지역에 하나밖에 없었던 내 한국인 동료인 전임자는 인수인계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 현재까지의 일정

4/3 태국 입국

4/15 태국 출국&싱가포르 입국  (4박 5일 취업 비자 발급 출장)

4-20 싱가포르 출국&태국 입국


마지막으로 항공편과 숙박을 다시 한번 체크하면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한 출장길에 올랐다. 오자마자 출장이라니 설레기도 하면서 걱정도 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 해내고 오자!'하고 마음을 먹었다. 돌아오면 도움 없이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해쳐나가야 했기 때문에 마음을 독하기 먹어야만 했다.

10여 일 만에 다시 입국할 때와는 또 다른 복잡한 마음을 안고 오후 푸껫 공항으로 향했고, 에어 아시아 비행기를 타고 화려한 도시 싱가포르에 도착해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공항에서 유심칩을 사서 바로 설치했다.

 


전임자는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어차피 첫날은 아무것도 못하니 저녁에 나가서 맛있는 거라도 사 먹고 이왕 출장으로 온 김에 싱가포르 주변도 둘러보라고 했었다. 오늘은 대사관이 이미 문을 닫았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에 방문해야 했지만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아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았고 왠지 경건한 마음으로 마인드 컨트롤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방안에 있어도 할 것도 없고 해서 저녁이나 근처에서 먹고 일찍 잠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위치한 한 허름한 중식당에서 하이난 닭고기 덮밥 하나를 시켜서 주린 배만 채우고 호텔로 돌아와 씻고 정신없을 내일을 위해 대사관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두고 알람을 맞춘 뒤 일찍 잠들었다.


아침 7시, 알람 소리에 잠을 깨서 대충 씻은 뒤 조식을 먹으러 나갔다. 아침을 든든히 채워야 하루를 잘 버틸 수 있을 거 같아서 평소보다 더 든든히 먹었다. 양치를 하고 준비한 서류가 빠진 것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 한 뒤 비자 발급 담당자에게 조금이라도 말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 공들여 화장을 하고 대사관 방향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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