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건들이는 문장] 농담 by 밀란 쿤데라
갑자기 모든 것을
다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고
모든 근심들을 다 털어버리고 싶었다.
이해도 못하겠고,
나를 기만하기만 하는 이 물질의 세계에
더 이상 머물러 있고 싶지가 않다.
다른 세계가 아직 존재하고 있다.
내 편안한 집일 수 있는 세계,
나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세계.
거기에는 길이 있고, 방랑객이 있고,
유랑하는 악사가 있고, 엄마가 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런 생각을 떨치고 기운을 차렸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 / 농담
불볕같은 더위에 지친 어느 오후,
온 몸이 나른해지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떠날 수 없는 현실이 아프고, 답답하고, 또 답답하지만 내가 어찌할 도리는 없다.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떨쳐낼 수 밖에. 기운을 차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냥 그런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