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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Jul 21. 2021

누군가를 마음에 들인다는 것

[마음을 건들이는 문장]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손미나) 3


누군가를 마음에 들인다는 것은 서로의 낯설음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견뎌내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알아갈 때는 아주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급하지 않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조금씩 거리를 좁히는 것. 시간과 정성을 들여 상대와 자신을 서서히 길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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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환경과 마주하게 되면 누구든 새롭게 관계를 맺게 된다. 그것이 학교를 옮기는 전학이든, 회사를 옮기는 이직이든, 사는 지역을 바꾸는 이사이든 말이다.

낮선 환경에서는 대부분 본능적으로 타인을 경계하게 되는 습성이 있다. 아마도 이것은 나보다 더 강한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주위를 경계하며 몸을 피하던 옛 사냥의 습성에서 비롯된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낯선 환경에서 타인을 경계하라고 학습되어진 우리는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성급하게 상대가 다가오는 경우, 짐승과는 다른 방식으로 '으르렁'거리거나 최대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기위해 애쓴다. 나의 바운더리에 넘어오지 않도록, 나의 소중한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인간이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마음에 들인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의 바운더리에 기꺼이 넘어올 수 있도록, 나의 소중한 공간을 허락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낮설었던 만큼 상대방도 그 낯설음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어린왕자가 여우를 '길들이듯' 그들이 당신에게 '여며들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번거롭지만 필요한 과정이다. 이성과의 만남에서 손부터 잡듯이.


나는 여전히 두렵다. 상처받거나 상처 줄까 무섭고, 누군가와 너무 멀어지는 것도, 너무 가까워지는 것도, 마음을 전부 털어놓는 일도, 누군가가 나를 너무 좋아해주는 것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천천히 가면 괜찮다는 것을 이 작은 동네 사람들로부터 배웠다. 내 일상을 현미경으로 보고 소소한 기쁨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내 마음이 눈곱만치의 불안함도 느끼지 않고 사람들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실로 기쁜일이었다. - 171-


그치만 누군가를 내 마음에 들이는 일은 항상 두렵다. 이성에게 고백을 하고 거절을 당하는 것과 같이 내가 마음에 두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나의 다가감과는 상반되게 점점 멀어진다고 느낄 때 나는 상처받는다. 그런 상처가 쌓이고 쌓여서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서 때로는 새롭게 누군가를 마음에 들이지 않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두려움을 견디면서라도 마음에 두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천천히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점점 더 나이가 들수록 오래된 관계, 때로는 알고 지낸 시간과 상관 없이 존재만으로 편안해 지는 사람들을 더 찾게 되는 이유다. 코로나는 코로나 이전보다 넓고 얕은 관계보다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과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꼭 가지 않아도 되는 인사 치례 같던 결혼식과 장례식의 불참의 이유도 간단했다.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만남을 피한다고 해서 상처를 받지 않고, '코로나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관계의 변화이다. 예전에는 경조사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가지 않는 다고 해서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내가 퇴사해도 회사는 잘 굴러가듯이.


걱정이 가득한 우리의 생각보다 세상은 '잘 돌아가니' 걱정 마시길.

그리고 아끼는 사람들과 하루 하루 소중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 서로에게 '여며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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