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건드리는문장] 복자에게(김금희)
인생과 감정의 파도를 몇 번은 넘어야 가능할 듯한 그런 무력한 자책이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돼지 목살 냄새와 함께 방 안에 가득 찼다.
- <<복자에게>>, 김금희 -
무력한 자책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는 표현을 이렇게 실감 나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인생과 감정의 파도를 넘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웃들과 정답게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부모의 모습을 이렇게 슬프게 바라보는 주인공의 마음이 안타깝다.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전하려고 왔는데 "네가 웬일이냐?"라니... 무력감이 느껴질 만도 하다.
이 대목에서 화자가 얼마나 감정의 파도를 많이 겪어냈는지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항상 보호해주는 보호막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와 반대되는 상황을 보니 나의 현실과 과거가 얼마나 지대한 행복이었는지를 가늠케 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부모는 선택할 수 없는 존재지만, 인생은 선택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자책감을 느끼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혼자 읊조렸다. 그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면서.
음식에 감정을 섞어서 표현하는 것이 참 생소했고, 아직 어색함을 느끼기 때문에 이 문장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보통 집안에서 고기를 구우면 그 냄새가 집안 전체로 퍼지게 된다.
그렇게 집안 전체로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지듯 화자의 무력한 자책, 아마도
'내가 여기를 왜 왔을까..?',
' 부모님은 내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궁금해하시기는 할까?'
이런 류의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하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그들의 관심사가 아닌 '자신에게만 기쁜 소식'을 들고 온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었을까.
그녀의 마음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만든 원인이.
부모에 대한 원망의 마음과 함께 사랑의 마음이 함께 공존했기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웠을 것이다. 그들의 '잘 지내는' 모습에 괜스레 원망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삼겹살이다.
삼겹살의 '치익-----------'하는 소리가 참 좋다.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도 좋고 거기에 곁들이는 '투명한 소주'의 쓴맛도 좋다.
살짝 탄 듯이 바싹 구워진 삼겹살에 곁들이는 파김치의 맛을 사랑한다. 김치는 삼겹살 구운 기름에 구우면 이상하게 그 맛이 배가 된다. 여기에 알싸한 마늘을 바싹 구우면 감자칩 같은 식감이 된다. 아직 생마늘을 통째로 먹는 어른이 되지 못했다. 구워 먹는 마늘이 100배는 더 좋다.
애호박도 구우면 더 맛있다. 언제부턴가 함께 구워 먹기 시작했는데 달짝지근하고 말캉말캉한 그 식감이 좋다. 갑자기 얘기하다 보니 삼겹살이 먹고 싶어 졌다.
안 되겠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에 소주다.
가족들과의 이야기보따리도 빼먹지 말아야지.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