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후기 / 편집자의 마음(이지은)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애씀은 독자에게는 비밀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적어도 '나'는 안다. '책'도 안다.
동료와 함께 애쓴 장면 하나 하나가 모여 본문 사이에 켜켜이 쌓인다.
그 노력의 결과는 독자가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보이지 않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 무엇도 결코 홀로 우두커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이 소개하는 글자들이 우리 삶과 꼭 닮았다. 혼자서는 결코 온전히 살 수 없는 존재들.
함께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온전해진다니 얼마나 위안이 되는 지 모른다.
무심코 지나치는 수많은 일상 안에 누군가의 노고와 애씀이 담겼음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낯선 서로의 간극을 줄이는 일
자기 상황도 감당이 안되는데 감히 남까지 헤아릴 겨를이 생기겠는가.
다만 내 일, 내 직업, 내 위치가 제일 힘들다는 생각은 상대의 일, 상대의 직업, 상대의 위치를 간과하게 만들어 결국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는 점만은 인지해야 한다.
프리랜서는 출판 생태계에서 분명 갑의 위치는 아니다. 어쩌면 업계 피라미드 말단을 차지할 지도 모르겠다.
가장 약한 존재가 어떤 취급을 받는 지 들여다보면 그 업계 수준이 보인다.
"어떨 때 일하는 게 가장 즐거워요?"
"같이 일하는 사람과 잘 맞을 때요."
돌아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놈의 일을 끙끙대며 버티는 이유는 3년마다 이직하는 회사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일을 할 때 그만두게 만드는 것도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때로는 함께 일하는 사람 때문에 괴로워 밥을 벌어다 주는 직업을 내던지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일은 괴롭지만 하루 하루를 근근히 버티기도 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서로 상호작용 하는 것에 기쁨과 희열을 느끼고 동질감을 인정 받고 싶어한다.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출판과 매체의 편집자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는 책이었다.
새삼 책 한권 한권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숨은 조력자들의 공을 창문처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