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드라이브 여행 | 강원도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잔도)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위치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총 연장 3.6km, 폭 1.5m 로 한탄강의 대표적인 주상절리 협곡과 다채로운 바위로 가득한 순담계곡에서 절벽을 따라, 절벽과 허공사이를 따라 걷는 잔도로 아찔한 스릴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경험하는 '느낌 있는 길!'
서울 근교에는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둘레길과 다리를 건널 때의 흔들 흔들한 아찔함을 즐기기 위한 마장호수, 감악산 등의 출렁다리가 인기가 많은 편이다. 작년 가을 이러한 인기를 반영해 출렁다리와 트레킹을 위한 둘레길을 합쳐놓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코스인 한탄강 주상절리길이 강원도 철원에서 오픈했다.
아찔한 출렁다리와 걷기를 좋아하는 지라 눈여겨 보고 있던 차에 가족들과 주말 나들이겸으로 이곳 저곳을 알아보다가 가족 구성원 모두의 만장일치로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한탄강 주상절리길(잔도)을 가기로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파주 운정 신도시에서는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서울에서도 비슷한 거리이고 당일치기 드라이브 코스 및 운동 코스로 딱이다.
우리 가족은 오전부터 움직이는 것보다는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겸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라 점심을 서둘러 먹고 부랴부려 집을 나섰다. 요새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려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터라 오랜만의 외출이 사뭇 반가웠다. 이번 여행지는 '길'이 테마인 지라 추운 날씨를 단단히 대비하기 위해 옷도 단단히 입었고 손을 따뜻하게 덥혀줄 핫팩도 챙겼다. 차안에서는 기대감에 다양한 이야기꽃을 피웠고 1시간 30분이 훌쩍 흘러 우리가 도착한 곳은 주상절리길의 출발점인 '드르니매표소'였다.
그런데 어째 기분이 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출입구에 나오는 사람만 있고 들어가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에 진입해서 들어가려는데 내 눈에 15시 입장 마감이라는 표지판이 들어왔다. 그럴리가 없다.
여기가 무슨 한라산도 아니고 입장 제한이 있을리가. 내가 잘못 본거 같지만 입장 제한이라는 표지판을 보았다고 이야기했지만 가족들은 모두 '너가 잘 못 본거다.'라고 나의 말을 일축했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주차를 하고 매표소로 다가가려고 하는데 내가 봤던 입장 제한 표지판과 동일한 표지판이 매표소 근처에도 큼지막하게 있었다. 아뿔사! 정말 입장제한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강원도에 사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 파주에서 1시간 30분을 열심히 달려왔기에 망연자실했다.
온김에 화장실 들렀다가 입구에서 사진이나 찍고 가자는 아빠의 말에 화장실을 들렀다가 입구에서라도 인증샷을 찍을까 해서 매표소 뒷쪽 공간에 그나마 풍경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그 시간에 입장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매의 눈으로 누군가가 입장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더니 엄마는 부리나케 빛의 속도로 매표소 나이가 지긋한 직원에게 달려가 우리의 입장을 하소연했다. 멀리서 이거 보려고 경기도 파주에서 왔다(파주라고 하면 사람들은 북한 근처라 생각해 굉장히 멀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했다. 역시 엄마의 스킬.)고 하며 지금 몇분 지나지도 않았고 방금 전에 누가 들어가는 것도 보았다. 우리도 좀 들여보내 달라 때를 썼다.
무려 '경기도 파주'에서 온 관람객을 안타깝게 생각한 그 직원은 인원이 몇명이냐고 물었다.(성공에 다다랐다)
재빨리 4명이라고 답하고 결제할 카드를 건네자 티켓과 함께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지역사랑 상품권 1천원권 20장도 함께 건네 주었는데 마음이 급한 엄마는 티켓만 받고 지역 사랑 상품권을 건너뛰자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며 강원도 철원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라고 하면서 건네주었다. 그리고 이번이 진짜 마지막 결제라고 하면서 결제를 해주는 직원에게 마감을 지시했다. (나이스!)
이렇게 시작부터 험난했던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돌아갈 뻔 하다가 극적으로 다시 입장하게 되었다.
들어가는 것조차 감사하게 생각한 우리는 3.6km의 모든 코스를 가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입장 마감 시간이 있다는 것은 일정 코스를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 일부 코스만 돌다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이미 입장 마감 시간에 입장했기 때문에 긴 코스를 돌기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무릎이 안좋으신 아빠와 오래 걸으면 통증을 호소하는 엄마와 함께 였기 때문에 반 정도만 걷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출발선에서부터 가족 모두의 동의하에 결정했다.
입구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상절리길에 진입하자 눈앞에 기암괴석과 함께 아찔한 절경들이 펼쳐졌다.
성벽처럼 견고한 주상절리를 바라보니 문득 안동 하회마을에 위치한 근사했던 부용대가 떠올랐다.
자연적으로 생긴 이 암석들의 향연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오늘 했던 모든 헤프닝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얼마전 내린 눈들이 아직 한탄강의 물 위에 떠있는 것을 보니 신비롭게 느껴지며 외국여행을 한 기분이다.
한탄강 물줄기를 따라 S자로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코로나로 방콕하느라 알게 모르게 받았던 스트레스와 답답했던 마음들이 좀 풀리기도 한다.
절경에 빠져들어 걷다보니 어느 새 반환점으로 생각한 중간 지점에 다다랐다. 전체 코스를 도는데 2시간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부모님의 발상태도 괜찮아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자연 경관을 바라보며 하는 트래킹은 언제나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고 오히려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
중간 중간 위치한 다리는 출렁다리로 사람들을 긴장하게 했다.
한탄강 주상절리의 묘미 중 하나인 아찔한 스릴감은 뭐니 뭐니 해도 절벽이 비치는 투명하게 제작된 다리와 철원한탄강 스카이 전망대 인데 이곳을 건널 때 절대 바닥을 유심히 바라보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다리가 후들 후들 떨리기 시작하면서 계속 발 아래를 쳐다보게 되면서 발걸음이 느려진다. 특히 반원 형태로 되어 있는 코스는 원형을 띄면서 걷다보면 바닥이 보이는 구간에 진입하게 되는데 중간에 마치 유리가 깨진 것처럼 일부 구간이 비닐의 공기로 인해 공포감을 배가하는 장소가 있는데 심장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
주상절리길에는 이러한 다리가 12개나 있는데 각각의 위치에서 만날 수 있는 광경이 각자 다르다고 한다.
길을 걸을 때는 몰랐으나 나중에 철원시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해보니 이런 정보를 미리 알고 가지 않아서 그저 걷기만 하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정보를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리마다 만날 수 있는 지질적 환경이 달라 자녀를 데리고 가는 부모님에게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알려줄 수 있는 체험거리가 될 것 같다.
다리에서 만나는 지질이야기
단층교
단단한 암석이나 지층이 갑자기 충격을 받게 되면 갈라진 틈이 생깁니다. 이로 인해 암석 또는 지층은 이동하거나 미끄러져 어긋나게 되는데, 이를 '단층'이라고 부른다. 단층교에서 화강암 절벽의 단층을 살펴보자.
선돌교
철원의 한탄강은 유난히 경사가 급하고 물의 흐름이 빨라 하천의 침식지형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선돌교에서는 하천 활동으로 단단한 화강암 바위가 깍여 나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돌개구멍교
돌개구멍은 하천의 암반 바닥에 생긴 원통 모양의 깊은 구멍을 말한다. 자갈이 물과 함께 회전하며 바위를 갈아내면서 만들어지는데, 화강암과 같은 암석으로 된 하천 바닥에 잘 나타난다.
화강암교
화강암은 땅 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식어서 생긴 암석이다. 대체로 색이 밝고 검은 반점을 갖고 있고 굵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표면이 거칠다. 화강암교에서 철원 한탄강의 기반암인 다양한 화강암의 모습을 찾아보자.
수평절리교
철원 한탄강에는 화강암이 가로로 깨진 수평절리가 많다. 땅속에 화강암이 숨겨져 있다가 화강암을 덮고 있던 미지의 암석이 제거되며 화강암은 빠르게 올라온다. 이때 화강암의 연약한 부분이 깨지면서 생겨나는 것이 바로 수평절리다.
바위그늘교
강물은 크고 작은 바위 틈을 따라 깊은 땅 속까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두꺼운 풍화층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화강암은 여러 형태를 띄며 풍화된다. 이곳에서 화강암의 안쪽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박리현상을 볼 수 있다.
2번홀교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있는 한탄강CC골프장의 2번 홀에서 골프공이 날아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걱정말자. 보호망 구조인 2번홀교가 여러분을 안전하게 지켜줄것이다.
현무암교
현무암은 지표로 흘러나온 마그마가 빠르게 식어서 생긴 암석으로 어두운 회색 내지 검은색을 갖고 있다. 현무암교에서 다랑의 기공과 주상절리의 발달이 인상적인 현무암을 감상해보자.
현화교
철원 한탄강은 1억여년 전에 지하의 화강암이 땅 밖으로 드러났고 이후 약 54만년 전에서부터 약 12만년 전 사이에 현무암 용암류가 이 곳을 덮었다. 한탄강의 침식작용이 새로운 물길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덮여있던 화강암이 드러나기도 한다.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모습을 현화교에서 확인해보자.
돌단풍교
단단한 현무암 주상절리 틈으로 피어난 돌단풍을 찾아보자. 돌단풍은 주로 바위 틈에서 자라는 풀이다. 잎이 단풍잎처럼 생기는 주로 돌 틈에 서식하여 돌단풍 혹은 돌나리라고 불린다.
쌍자라바위교
밝은 색의 화강암 위에 어두운 색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화강암에는 줄기 모양의 암맥을 볼 수 있다. 암맥은 마그마가 화강암의 틈에 따라 들어온 흔적으로 화산활동은 가장 명확한 증거다.
주상절리교
한탄강의 용암대지는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용암이고 한탄강을 따라 남쪽으로 흐르면서 형성되었다. 화산활동이 멈추고 기후적요인으로 강의 흐름이 변화하였고 현재와 같은 한탄강이 만들어졌다. 세계 4대 고대문명이 하천유역에서 탄생한 것처럼 한탄강의 풍부한 수량과 탄탄한 용암대지는 사람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제공하였다.
특이했던 다리는 2번홀교였다. 길을 걸을 때는 이게 뭔지도 모르고 걸었는데 다리 위쪽에 보호망이 쳐져 있어서 위에서 낙석이 떨어지나 생각했는데 이전에 한탄강 CC를 방문했던 적이 있던 부모님이 골프공이 날아올수 있어서 그물망이 있는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정답이었다. 특히 2번홀교는 2번 홀에서 날아오는 공이 많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 듯 했는데 다리의 이름에도 이렇게 스토리가 담겨 있으니 재밌었다.
주상절리길에는 교량만 많은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쉬어 갈 수 있는 쉼터도 많다.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목을 축이고 한숨 돌리면 다시 걸을 힘이 난다. 쉼터에도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일 수 있으니 쉼터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가자.
이번에는 마감시간에 맞춰서 오느라 한번도 쉼터에서 쉬지 못하고 내리 걸었는데 다음에 방문할 때는 쉼터에서 여유를 가지고 쉬는 시간도 가져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멋져 보였던 곳은 순담계곡 쉼터와 쪽빛소 쉼터, 그리고 너른바위 쉼터였다.
쉼터 이름으로 보는 한탄강
순담계곡 쉼터
각양각색의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진 순담계곡의 경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구리소 쉼터
예로부터 한탄강 여울의 소리가 가마솥 끓는 물 소리 같다 하여 구리소라고 불려진 곳.
샘소 쉼터
샘소는 기묘한 암석들이 둘러싸인 가운데 샘물이 솟아나는 신비한 장소.
쪽빛소 쉼터
기암절벽과 잔잔히 머무르는 한탄강 물결이 쪽빛을 담았다.
동주황벽 쉼터
이곳에는 황토빛 벽이 있다. 원래는 아래쪽은 검은색, 위쪽에는 황토색과 암갈색을 띠고 있지만 주상절리 벽은 햇빛을 받으면 황토빛으로 물든다. 동주는 철원의 옛 명칭.
돌단풍 쉼터
한탄강의 자랑인 돌단풍을 만날 수 있다. 주상절리와 바위 틈에 숨어 있는 돌단풍을 찾아보자.
너른바위 쉼터
너른바위는 평평하고 큰 두개의 화강암이 서로 의지해 사람인 모양을 하고 있다. 이처럼 넓은 바위는 승일교 상류에는 마당바위, 순담계곡 아래엔 너른바위가 있다.
민출랑 쉼터
민출랑은 전라도 사투리로 깍아지른 절벽을 말한다. 한탄강 민출랑은 너른바위 끝부분 경사진 여울 일대이다. 절벽을 따라 깔린 현무암을 비집고 흘러가는 우렁찬 강물소리를 들어보자.
왕정랑 쉼터
궁예가 왕건의 반란으로 쫒길 당시 이곳에서 강을 건넜다고 한다. 왕정랑은 왕이 무릎 아래 부분만 걷어 올리고 손수 건넜다는 뜻. 인근 마을 드르니도 궁예가 들렸다가 갔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동온동 쉼터
동온동은 한겨울에도 춥지 않은 양지 바른 마을이다. 청록빛의 잔잔한 강물과 화강암 절벽이 그림같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당일치기로 새하얀 눈이 녹기 전에 다녀와야할 필수 여행지다. 이번에 내가 다녀온 곳은 한탄강 주상절리길(잔도)인데 물윗길이라고 하여 한탄강 강물위에 띄운 부표위를 걷고 강이 15CM이상 얼었을 경우에는 직접 얼음위를 걸어보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직 물윗길을 가보지 않아 궁금하다.
얼음 위를 걷는 물윗길은 3월까지만 운영한다고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제 막 오픈한 곳이라서 아직 유명한 관광지들 만큼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유명해지기 전에, 얼음과 눈이 펼쳐진 주상절리의 절경을 만나보기 위해 꼭 방문해야 할 서울 근교 당일치기 코스로 강력 추천한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잔도)
운영 : 09:00 ~ 15:00 (동절기 일몰관계로 15시 마감, 회차별 300명 제한)
휴무 : 매주 화요일, 1/1, 설날 당일, 추석 당일 휴무
가격 : 성인 10,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주소 :
드르니 매표소 - 강원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174-3
순담 매표소 - 강원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78-2
문의 : 순담 매표소 033-452-2225 , 드르니 매표소 033-452-9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