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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Mar 02. 2022

내가 매일 3가지 커피를 만드는 이유

우리 가족의 서로 다른 커피 취향

오늘 아침은 딸기와 바나나를 우유에 넣고 갈은 딸기 바나나우유와 크래미 살과 모짜렐라 치즈, 양상추를 넣고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뿌린 샐러드, 마늘빵, 소금 후추로 간을  구운 야채다.

차려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상을 정리하고서 엄마, 아빠, 그리고 나의 커피를 준비한다.


엄마의 카푸치노, 아빠의 맥심 모카골드, 나의 핸드드립


아빠는 백만인, 아니 천만인의 국민커피 맥심 모카골드를 매 식후 약처럼 마신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고 병적으로 식후 커피에 집착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밥을 먹고 커피를 주지 않으면 신경질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식사도 준비해주고 식후 커피까지 대령하려니 종종 마음에서는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내가(우리가) 아빠의 수랏간 상궁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정에 이끌려 또 속도 없이 커피를 '대령해'드린다.

작년부터 주식에 한참 빠져있는 지라 '유튜브'님과 연결 중일 때는 생방송이 아니라 굳이 지금 안 보고 먹고 보아도 되는 대도 "밥 먹어라", "커피 마셔라", "간식 먹어라"는 이야기에도 "가만있어!", "지금 안 먹는다니까!" 라던지 "기다려!" (내가 강아지인가... 왜 기다려야 하지... 먹을 거 준비해주는 것도 힘든데) 등등 다양한 신경질적이고 명령조의 말로 굳게 닫힌 방문을 두드리는 자들을 섭섭하게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방문이 더 무거워졌다.

그럴 때면 '여기가 군대인가, 집안인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빠가 조금만 더 다정하게 말을 했으면...

아빠는 '가족들에게도' 까칠한 걸까?, 아니면 '가족들에게만' 까칠한 걸까?


아무튼 그렇게 우리 집 가장이신 대장님에게 커피님을 '대령'해드리고 나면 이번엔 엄마 차례.

엄마는 돌체 구스토 커피 머신의 카푸치노를 즐겨 마신다. 풍부한 우유 거품에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그 위에 시나몬 파우더를 솔솔 뿌린다. 그런데 다소 건강 염려증과 걱정이 많으신지라 좋아하는 카푸치노를 마실 때도 종종 '이거 자주 마시면 안 되는데...' 하는 죄책감을 가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내린 커피를 마신다.

오늘은 마침 그런 날이라서 카푸치노 기계를 세팅하다가 내가 평소에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커피머신 전원을 껐다.

원래 오늘은 커피를 오전에 안 마시고 오후에 마실 생각이었지만 엄마 혼자 마시려고 내가 내려주는 것은 또 마음에 짐을 가지게 될 엄마를 위해 나도 마시기로 한다.

물을 끓여서 드리퍼에 거름종이를 깔고 갈아놓은 원두를 4,50g 정도 넣고 뜨거운 물을 조심스럽게 붓는다. 원래는 핸드드립용 주전자에 물을 덜어서 커피를 내리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귀찮아서 그냥 전기 포트채로 커피를 내렸다. 포트채로 내리니 원두에서 발생하는 크레마의 색이 전용 포트로 핸드드립을 할 때와는 짙게 나온다. 역시 핸드드립 전용 포트로 내린 커피가 일정한 양과 속도로 물이 공급되어 그런지 더 맛이 좋았다.

'다음엔 핸드드립 포트로 꼭 내려야지'하는 후회가 밀려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내가 매일 아침 만드는 커피는 맥심 모카골드 커피, 돌체구스토 커피머신으로 내린 카푸치노, 핸드드립 커피 총 3가지이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으로 우리 가족은 하루를 시작한다.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각자의 커피 취향이 다른 지라 한 가지를 먹으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이젠 매일 다른 커피를 만드는 것이 이제는 오히려 익숙해져 한 가지만 만드는 것이 어색할 정도이다.

내가 커피를 만드는 것은 커피를 전할 때 그들의 표정에서 오는 행복감 때문이다. 맥심 커피를 전할 때 아빠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고, 카푸치노를 전할 때 엄마의 애교와 함께 밝은 표정이 나온다. 아마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받아 든 내 표정도 향긋한 커피 원두의 향을 맡을 때부터 이미 기분 좋아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어쩌면  한잔의 커피는 우리 가족의 행복한 시간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전날 핸드드립 전용 포트로 내렸던 핸드드립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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