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여행

침묵

by 루 살로메
4월의 경주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멀리 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없어졌다. 최소한의 친구만 옆에 남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직장동료였던 P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P는 모든 것을 갖췄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처럼 인간관계를 맺었고 우아하게 발버둥 쳤다. 나와는 성향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P는 앞으로도 그렇게 잘 살아갈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잘 산다는 거. 세상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P가 잘 사는 사람에 속한다면 난 분명히 못살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하면서 아닌 것은 놓아버리는 성격. 그런 의욕이란 태생적으로 없는 사람.


경주에 오면 그런 내가 위로를 받는다. 여긴 늘 화려한 시간 뒤에 남겨진 쓸쓸함과 침묵 같은 것이 있다. 마치 이 모습을 위해 신라가 있었던 것만 같다.


고요

적막


어떤 노력과 관계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을 잠시나마 얻게 된 기분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강박과 불안 속에서 지낸다. 당장 오늘이라도 떠나야 할 운명이라면 떠나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생각. 매일 그런 생각을 또렷하게 한다.


천국이 침묵이었으면 좋겠다.

천사도 신도 죽은 후의 인간도 모두 침묵으로 공평해지고 위로받고 그래서 비로소 아름다워지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Pray for Itae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