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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보렴 Mar 19. 2023

스킨스쿠버로 익힌 '긴장 다루는 법'

시험관 이식을 앞두고 마주한 '마음의 이야기'

아 이식 전 날,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고 왼쪽 어깨가 결렸다.

긴장이 되었나 보다.



갑자기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땄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무거운 장비를 메고 줄을 잡고 처음 바다에 들어간 순간, 배에서 뛰어내린 후 호흡이  됐던 순간들.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고, 깊은 바닷속이 너무 궁금해서 신랑과 함께 도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걸 경험하는 내 몸은 매우 긴장되어 있었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수경에 물이 차는 것 같고, 깊은 바다에 내던져졌을 때는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몰려왔다.


맞아, 나 이렇게 새로운 경험 앞에 몸이 긴장하는 사람이었지.


그러고 보니 번지점프를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너른 호수를 앞에 두고, 스태프가 "3, 2, 1, 번지!" 외쳤을 때 두 번이나 주저앉았다.


두 개의 버킷리스트를 통해, 생각보다 긴장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식적으로 시험관 과정의 마지막 절차인 '배아 이식'을 앞두고 역시나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느낀 마음의 변화는 세 가지이다.

그리고 그 마음들은 몸과 연결되어 있어서, 함께 다루어주어야 했다.



엄마, 아빠가 된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가장 큰 마음의 변화는 '책임감의 증가'였다.


이식이 잘 되면 임신을 하는 것이었으므로, 부모역할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엄마, 아빠가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부부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 직업에 관한 미래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우고, 재정적인 부분을 논의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해야 할 공부를 시작했다.

신혼 기간 5년 동안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했던 그 공부 말이다.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늘어나니, 각자의 생업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저절로 움직인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식이 잘 될지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어떡하지?', '냉동 배아가 몇 개 남았지?', '이 과정을 또 하려면 너무 힘들겠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시험관 앞두고 좋은 생각, 예쁜 생각만 하라는데 그건 정말 쉽지 않다.


생각이 많아지자 불안감이 엄습했고,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배와 어깨가 아파왔다.

먼저, 알아차렸다. '아, 나 지금 불안하구나.'

다음으로, 스스로 인정하며 불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4초 들이쉬고, 2초 정도 멈추었다가, 7~8초 정도 길게 숨을 내쉬기를 반복했다.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행동을 하자 불안감이 조금 낮아졌다.


신랑에게 배 좀 문질러주라고 하자 "일규 손은 약 손~"하며 문질러주었다.

손으로 어깨도 주무르자 약간 풀리는 것 같았다.

기침이 나오길래 소금물로 목을 헹구고,

찬양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일기를 쓰면 마음이 좀 가라앉으니

노래를 틀고 몇 자 적은 후 잠을 청했다.


나를 아는 게 너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다루는 것도 너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식 당일에 느낀 '긴장감'이었다.


이른 아침에 이식이 잡혔다.

감사하게도 신랑이 휴가를 쓸 수 있어서 동행해 주었다.

병원으로 가는 2시간 동안 잠이 쏟아져서 차에서 눈을 붙였다.

잠이 오는 거 보니 마음이 편안한가 보군.. 생각했지만,

병원이 다가올수록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대기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여러 예비 산모들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머리에 동그란 모자를 쓰고 쪼르륵 앉아 있었다.

난자 채취를 하는 분은 수액을 맞고 있었고,

나처럼 배아 이식을 하는 사람은 발목에 같은 색의 띠를 메고 수액 없이 앉아 있었다.

긴장된 얼굴들. 몸까지 같이 경직이 되었는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옆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손을 조물조물 주무르기 시작했다.

가벼운 호흡과 함께 목 스트레칭도 하고, 종아리도 풀어주었다.

호흡과 스트레칭은 나름의 긴장감을 낮추는 방법이었다.


'잘 될 거야.' '배아가 자궁에 찰떡 붙을 거야.'(아기 태명은 찰떡으로 이미 지어두었다.ㅎㅎ)

'I'm worthy. 나는 가치로운 존재야. 우리 아기도 가치로운 존재야.'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걸면서 긴장을 풀었다.


내가 꼼지락대자 한 두 분이 스트레칭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과 몸을 돌보면서, 말없이 같은 처지에 놓인 서로를 응원했다.


이식 과정은 온전히 의사에게 '맡기는' 시간이므로 믿음이 필요하다.

수술대 위에 누워 차가운 수술 도구가 아프게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야 한다.

통증 때문에 다시 한번 몸이 경직되었고, 계속 '괜찮아' 다독이면서 초조함을 다루었다.


의사 선생님이 배아 사진을 보여주시고, 안전히 이식을 할 때까지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여기까지 인도하셨으니, 앞으로도 인도해 주실 줄 믿는다고.




스킨스쿠버를 배울 때, 강사님께서 계속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바다에 몸을 맡기면 물에 뜨지만, 살고 싶어서 버둥거리면 가라앉는다."

"호흡기를 믿으면 숨이 쉬어진다."


시험관이라는 의학적 도움을 받고자, 두렵지만 여기까지 도전했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배운 여러 가지로, 마음과 몸의 연결된 부분을 이완시켰다.

그렇지만 '생명'의 영역, 즉 착상과 잉태의 과정은 이제 사람이나 기술의 영역이 아니다.

내가 믿고 의지하는,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 생명을 믿고 맡긴다.


중요한 순간에 내 마음의 시끄러운 여러 가지가 믿음의 이야기로 귀결되어 감사했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

(시편 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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