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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보렴 Feb 24. 2023

엄마가 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우리 부부는 2018년에 결혼하여 햇수로 6년째 비자발적(?) 신혼기간을 보내고 있다.


부부가 둘이서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우리는 8년이라는 장거리 연애기간 동안 남들 1년 데이트하는 것보다 더 적게 만났기 때문에, 결혼 후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가고 데이트하듯 살아가는 신혼기간이 꿀 같이 달콤하기도 하다.


때로는 헬육아를 경험하는 지인들이 "그때를 즐겨~ 애 낳으면...(슬픈 이야기 생략)"라고 얘기하시면서, 부러운 눈빛을 보내주시기도 하므로, '아, 자유로운 이때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어느 날이겠구나.' 싶기도 하므로 더 알차고 의미 있게 즐기려고 한다.


하지만, 결혼하면 당연히 우리 닮은 귀염뽀짝 아이들을 낳고, 미니미들과 오손도손, 쿵짝쿵짝, 우당탕탕(?) 살아가리라고 기대했는데, 둘만의 신혼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




신혼 3개월 즈음 임신을 했었다. 뛸 듯이 기뻐했고, 7주 정도 즈음 자연유산을 겪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기쁨아, 엄마 아빠야." 하며 배에다 얼굴을 대고 우리 목소리도 들려주고, 임신출산어플에 매일 아기에게 보내는 편지도 쓰고, 먹고 마시는 것을 조심하고 심지어 바디종류까지 모두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아기는 우리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잠깐의 기쁨을 맛보게 해 주고, 우리 곁을 떠났다.


아기집이 보이는 상황에서, 염색체 이상의 문제로 더 이상 세포분열을 하지 못하고, 찢어질듯한 복통을 동반한 채 혈로 흘러나왔다.

'심장소리를 듣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랬으면 더 가슴 아팠을 거다.'라는 주변의 위로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은 세포에 불과하겠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첫아기와의 이별은 충분히 아팠다.


아기가 떠난 후, 약간 실감이 안 났던 것 같다. 그래서 아기에 대한 진정한 애도를 몇 년이나 지난 즈음에서야 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산전 검사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지내면 다음 아기가 찾아오리라~고 생각하면서 신혼을 즐기기로 했다. 마침 자연과 가까운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되어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누렸다.

2년 즈음 지났을 때, "두 분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아기가 안 생기는 게 문제죠."라고 산부인과 의사가 말했던 게 생각났다. 더 늦어지면 노산이 되고 그럼 더 힘들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있었다. 둘 다 아기를 진심으로 원하는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인공수정에 도전했다.


그러나 2번의 인공수정은 잘 되지 않았고, 작년 말부터 시험관 과정을 시작했다.



인공수정, 시험관.. 이런 단어들이 많이 두려웠고, 힘들다는 그 과정을 내가 잘 겪어낼 수 있을까 겁이 났기 때문에 빠르게 시도하지 못했다. 2번의 인공수정을 하면서, 주사를 무서워하는 나를 대신해 신랑이 간호사가 되어 배주사를 놔주고 많이 안아주고 위로해 줘서 잘 견뎌왔다.


하지만 시험관은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라는 것을 느낀다. 별생각 없이 갔던 난자채취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호흡이 곤란해져 입원을 했고,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엄마가 되는 과정이 이렇게 길고 힘들 줄 몰랐다.

인공수정, 시험관. 이런 것들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그 과정들을 겪으니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씩씩한 사람이고, 믿는 구석(하나님)이 있고, 사랑의 마음으로 응원하고 기도해 주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이 지지부진한 과정을 잘 감당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임 기록은 우리 부부에게 소중한 아기가 찾아올 때까지 소원함을 가득 담아 꾹꾹 적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지금 많이 아프고 힘들지만, 함께 힘내서!  드림스가 컴스트루 되는 소망의 그날, 충분히 기쁨을 누리자고 응원과 격려를 담아 써나가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메이저난임병원에 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임신을 소망하며 마음 졸이고 지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원 대기시간이 기본 1~2시간 되어도 마다하지 않고 전국에서 몰려든다. 정부가 출산율에 대한 걱정만 하지 말고 임신을 원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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