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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보렴 Mar 17. 2023

"시험관 하면 여자 몸이 많이 상한다던데"

시험관 이식을 앞두고 마주한 '몸의 이야기'

시험관을 진행 중이다.


'시험관'을 한다고 하면, 시험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도

"아, 시험관 하면 여자 몸이 많이 상한다던데."라고 한 마디가 나올 정도로

'시험관'이라는 과정이 여성의 몸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계신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는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나도 막연히 걱정될 뿐이었다.



피검사, 나팔관조영술, 자궁(내시)경 그리고 입원하게 되었던 난자채취까지.

몇 달간 꽤 오랜 시간 동안 내 몸의 상태를 관찰하고 임신확률을 높이기 위한 시술을 진행한다.

어떤 이들은 나팔관조영술이 출산의 고통만큼 힘들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난자채취 후에 복수가 차서 이온음료를 박스로 사놓고 마셨다고 한다.

사람마다 더 힘든 과정은 다르지만, 적게 고생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굵직한 과정들을 마치자, 감사하게도 5일 배양 배아(수정란)가 잘 만들어졌다.

각각 채취한 신랑의 정자와 나의 난자를 병원에서 배양기술로 수정시켜서 5일이나 잘 자라게 해 준 것이다.


우리 부부 난임의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이므로

그동안 수정란이 자연적으로 잘 만들어지지 못한 것인지, 착상이 잘 안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선 수정란이 예쁘고 건강하게 잘 만들어져야 착상 확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5일 배아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중요했다.

(3일 배아보다 5일 배아가 착상 확률이 높다.)



이식 전에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

이식하기에 좋은 몸을 준비하는 나의 몫은 이제 시작이다.




이식 전 일주일의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매일 1개의 배주사, 3종류의 다른 약, 2번의 질정을 챙겨야 한다.


오전, 일정한 시간에 프롤루텍스 배주사(프로게스테론 호르몬제)를 맞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병원마다 다르다는데,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왕주삿바늘로 약을 뽑은 후

좀 더 얇은 바늘로 바꿔 끼워서 덜 아프게 배에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아기바늘을 챙겨줘서 다행이었다.  

배주사 맞는 데 필요한 것들

약은 세 종류를 챙겨 먹어야 한다.

- 하루 세 번 같은 시간에 복용하는 프로기노바(프로게스테론 호르몬제-착상이 잘 되도록 돕는 호르몬),

- 아침, 저녁 식후 복용해야 하는 소론도(면역 억제/염증반응 억제-배아를 외부 물질로 생각하고 공격할 것을 막아줌)

- 저녁 식후 복용하는 베이비 아스피린(심혈관 질환 및 혈전 예방제-자궁 내 혈류 개선을 도움)


마지막으로 아침, 저녁으로 루티너스 질정(질에 넣는 알약)을 삽입하는 것까지 놓치면 안 된다.

배아이식 전후 3주치 약과 주사



추가적으로 병원에서 필요하다고 얘기한 건강보조식품으로

유산균과 비타민D까지 챙겨 먹으면 하루의 퀘스트 완료!



챙겨야 할 약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까먹을까 봐

시간마다 알람을 해두고, Medisafe라는 약 알람 어플을 이용해 체크했다.(강추!!)

복용한 약은 체크할 수 있고, 시간을 설정해 두면 알람이 울려서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어플 medisafe


주사를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배에 놓는 주사는 신랑 간호사님이 아주 열과 성을 다하여 놔 주셨다.

출근 전 피곤할 텐데도 최대한 덜 아프게 놔주려고 많이 애써주어 고맙다.

이 과정을 혼자만 감당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든든했다:)



이식 전 몸의 변화는 확실히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제를 맞으면서 시작되었다.

가장 큰 부분은 밤에 잠을 계속 설친다는 것이다.

평소에 잠에 들기는 어려워도 한 번 자면 통잠을 자거나, 장실에 가고 싶어 깨더라도 1번 정도였는데

주사를 맞은 이후 밤에 2~3번, 그 이상 깨어서 화장실에 갔다.

역시 잠이 정말 중요한 걸 느꼈는데, 숙면을 못하니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약한 감기 기운이 찾아왔다.


두 번째 어려움은 악명 높은 '배주사' 통증이었다.

주사를 맞은 부분이 돌처럼 딱딱해진다고 해서 일명 '돌주사'라고 불리는 주사가 있다.

내가 맞는 프롤루텍스는 '돌주사의 배주사버전'이라고, 간호사님이 설명해 주셔서 미리부터 엄청 겁먹었다.

역시나 주사를 맞고 1시간 정도 되면 주사부위가 뭉치고 통증이 심했다.


덜 아프기 위한 소소한 팁은, 처음에 주사를 맞을 땐 문지르면 안 된다. 멍이 들기 때문이다.

주사를 맞은 후에는 알코올솜으로 꾹 누르고 있다가, 1시간 지난 후에 살살 문질러 풀어주면 된다.

사실되지 않는다. 안 풀린다. 그래서 돌주사다ㅜㅜ.

그리고 이전 배주사와 달리 미리 얼음찜질을 하거나, 무감각하게 만든다고 손으로 탁탁 때리면 피부가 긴장되어서인지 더 아프고 뭉치는 것 같아서 비추한다.

이 주사는 이식 후에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2주간 계속 맞아야 한다.



이토록 많은 약과 주사와 씨름하며, 호르몬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며 이식을 준비했다.

이 외에도 채소와 과일, 잡곡과 생선을 위주로 먹는 지중해식단을 하려고 노력했고

하루 만보 이상 매일 걷는 등 임신하기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마음 한 켠에는 컨디션 관리를 더 잘하지 못해서 감기에 걸렸나,

이식하기에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가, 하는 생각들로 무거운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과정들을 씩씩하게 잘 감내했고,

몸의 이야기에 최대한 열심히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나와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분들도

미처 못한 것들보다는 참 많이 수고하고 있다고, 너무 대단하다고, 스스로를 격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시험관 하면 몸이 상한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몸소 느끼는 요즘.

그만큼 마주한 몸의 변화들이 크고, 아프고, 적응하느라 힘들다.

나는 이제 시작(1회 차)인데, 주변이나 커뮤니티를 보면 생각보다 고차수까지 노력하는 분들이 참 많다.

이 어려운 과정을 한 두 번도 아니고, 많으면 10번 넘게, 수년간 감당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그분들의 임신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대단히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착상이 잘 될 것이라고 믿고 담대히 나아간다!

이미 임신했다고 믿는 편안한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



이식 전 마주한 '마음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작성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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