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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 아빠
Aug 23. 2021
#20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
서로 이해못하는 세상
금요일 저녁이었다.
기막힌 일이 있었다.
오토바이 배달자와의 싸움이다.
어둠이 내린 저녁, 콩이와 놀이터 순회를 다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파트 내부는 오토바이 통행 자체가 안되도록 하고 있는데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무심결에 욕설을 섞어 지하주차장으로 가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 배달 기사는 급정거 후 뛰쳐왔다.
나는 나 대로, 그 녀석은 그 녀석 대로 욕지거리를 하며 서로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난 콩이가 옆에 있어 피하기에 더 급급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영상을 찍었으니 신고하자고 했다.
콩이에게 이 상황을 더 보여주고 싶지 않아 그대로 자리를 피했다.
# 나의 시선
아이의 안전을 위해 오토바이는 아파트 경내를 다녀서는 안된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도 천천히 다녀야지 시속 60킬로는 넘어보이는 속도로
무식한 굉음을 내며 달려서는 안된다.
택배차량 기사분들은 좋은분들이다. 오토바이처럼 아이들을 추월해 곡예운전을 하지 않는다.
오토바이는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고
거주자가 항의하고 지적하면 알아듣고 지나갈 것이지 이 무슨 무식한 행동인가.
지독한 담배냄새도 난다.
나중에 보니 마스크도 안썼다.
우리 콩이가 보고 있다.
고함치고 욕하기는 싫지만 한참 어려보이는 놈이 반말로 욕하며 달려드는데 똑같이 대항안할수는 없다.
그래도 계속 콩이 눈치를 살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우리 콩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불안해 할 것이다.
얼른 안아들었다.
이 무식한 배달 기사놈한테서 떨어져야 겠다.
킥보드를 끌고 콩이를 안고 자리를 벗어났다.
# 배달기사 시선
어두워져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하던대로 쌩 달린다.
사람이 나타나면 피하면 된다.
애랑 같이 지나는 어떤 아저씨가 난데없이 소리를 지른다. 욕도 섞여있다.
뛰어 내렸다.
왜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느냐고.
구체적 설명도 없고 애를 데리고 자리를 피하려 한다.
애 들으라는 듯이 더 욕을 했다.
배달이 급한데 왜 방해를 하나. 내가 아는 욕을 다 퍼붓는다.
아파트건 어디건 속력을 높이면서 나오는 이 오토바이 소리가 아름답다.
콩이는 괜찮을까.
아빠가 모르는 사람이랑 욕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며 충격받지 않았을까.
싸우는 와중에도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갑자기 큰 소리를 낸다.
우는 줄 알았다. 겁이 나서 얼른 안아주었다.
옆에서 미친놈이 욕을 하건 말건.
이 녀석... 마스크를 살짝 내려보니 웃고 있다.
아빠가 어떤 삼촌을 만나 큰소리로 신나게 얘기한 것 정도로 받아들인 듯한..
자리를 떠나 돌아오는 길에 콩이에게 물었다.
"콩이야 뭐가 웃겼어?"
"아빠랑 오토바이 아저씨랑 막 크게 말하는게 웃겼어!"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한 것이다.
엄마랑 아빠가 조금만 언성이 높아져도 화내는 걸로 알고 울상이 되는 녀석이
모르는 사람하고의 싸움은 인지를 못했다.
욕설은 다 걸러들은 모양이다.
평소에도 자기가 모르는 말은 걸러듣고 전혀 기억 못하던 콩이다.
"아빠가 아저씨한테 지하로 가~ 천천히 다녀라~" 이랬어.
이게 콩이가 집에와서 그 상황을 표현해낼 수 있는 전부였다.
어찌하리...
처음에는 그 배달기사를 응징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도 못한 것에 대한 것에 대한 화가 컸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콩이에 대한 걱정이 다시금 커졌다.
그런데 정작 새로운 깨달음이 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세상에 대한 상호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다.
이른바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이고, 마음의 이론의 결핍이다.
사람은 자기 중심으로 인지하고 행동한다.
신호를 어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버젓이 인도로 통행하는 배달 오토바이들을 볼 때마다
뭐 저런 인간들이 있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 배달기사들은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그걸 지적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글에서 자폐스펙트럼의 유병율이 미국 아동의 10% 정도에 이른다고 적은 적이 있다.
그런데 과연 10% 뿐이겠는가.
자폐스펙트럼이 아동에만 해당되겠는가.
젠장 어른이 더 문제 아닌가.
서로를 이해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 마음의 장애를 가진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들간의 인지의 부조화이다.
화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이다.
모르겠다.
성인 자폐스펙트럼, 마음의 이론의 결핍, 사회의 인지 부조화..
내 능력밖으로 크게 생각하지 말자.
배달원의 고함과 욕설을 들어보니 더 잘 알겠다.
답답하다고 콩이에게 함부로 하지 말자.
콩이를 더 이해하고, 더 보살피고, 더 따뜻하게 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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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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