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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Aug 20. 2021

#19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치료란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옛날에는 전형적인 자폐증인 '자폐성 장애'(영어로는 autistic disorder라고 함)만을 장애로 인식하였다가, 현재는 아주 가벼운 상태의 자폐 증상부터 기존의 자폐성 장애까지를 모두 하나의 스펙트럼에 놓고

하나의 질병명으로 진단을 하는데 그것을 바로 '자폐스펙트럼 장애'라고 한다.


2.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특정 행동패턴에 집중하는 것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3.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조기진단을 통한 치료가 중요하며, 이론적으로 18개월이 지나면 진단이 가능하다.


4. 아동의 개인적 특성을 반영하여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개별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집중적 조기중재를 실시하여야 한다.


5. 개별화된 집중적 조기중재 없이 인지치료, 언어치료, 작업치료와 같은 보조적 치료만 실시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




오래전에 턱관절이 매우 안좋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근데 이게 참 웃겼다.

원인이 뭐고 증상은 뭐고 방치할 경우 이러이러한 안 좋은 점이 있다 라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정작 이를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곳은 없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치과, 한의원 이런 저런 병원을 찾아 오랜시간 치료받았지만

별 호전 없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냥 그 안 좋은 상태로 살고 있다.


콩이와 자폐스펙트럼 치료를 위해 발달센터를 다니면서 느낀게 이것과 비슷하다.

이론적으로는 꽤 잘 정리가 되어 있지만, 일단 진단 단계부터 만족스럽지 않다.

ADOS, ADI-R, CARS와 같은 진단검사가 있고,

미국정신의확회에서 제정했다는 DSM-5 라는 진단기준도 있지만,

그 진단과정을 보면 이게 뭔가 싶다.

진단검사는 그 검사를 실시하는 검사자에 따라 일관되지 않은 것 같다.

콩이의 경우 검사자의 성향에 따라 진단검사 결과 차이가 꽤 컸다.

검사자의 능력 차이로 누군가는 제대로 하고 누군가는 엉터리로 한건지

모두 다 제각기 엉터리로 한건지는 알 길이 없다.


동일시기인데도 검사할 때마다 진단 결과가 다르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진단과정에서 소아정산과 의사의 역할은 검사 후 그 결과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 뿐이다.

그나마 의사의 진단과 건강보험공단의 판단은 또 달랐다.


더 큰 문제는 치료과정이다.

이론상 개별화 교육프로그램을 통 집중적 조기중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작 그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니 제대로 된 곳이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어떤 소아정신과에서도 개별화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았다.

의사들이 한 처방이래봐야 기껏해야 1주일에 언어치료 몇번, 놀이치료 몇번 이런 정도다.

그런 처방은 아동발달센터 상담실장의 처방보다 두리뭉실하고 성의가 없었다.

그나마 그런 치료과정들도 전문의에 의한 치료가 아니고, 능력 편차가 아주 아주 큰 치료사들의 영역이다.

대학병원이나 개인 소아정신과나 별반 다를게 없다.

대학병원은 예약이 엄청나게 밀려있고, 진료비가 더 비싸다는 차이 정도이다.

치료사들의 능력은 개인차가 엄청나게 크다.

그러나 누가 나은 치료사인지 단기간에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치료라는 것은 아동발달센터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아동발달센터는 병원 부설인지 아닌지의 차이는 있다.

병원 부설의 치료는 표면적으로는 더 비싸다.

콩이가 다니는 곳을 기준으로 하면, 병원 부설은 40분 1회기당 7만원, 일반 센터는 4~5만원 이다.

그러나 병원 부설은 실비 보험이 적용되므로 실제로는 일반 센터의 반 가격 정도이다.

그걸 감안하여 가격이 책정되었을 것이다.

일반 센터의 경우 저렴한 곳이 4~5만원이고 비싼 곳은 더 비싸다.

콩이의 경우 무슨무슨 대학의 교수님이 진행하는 40분 1회당 15만원 짜리 치료를 논문 대상으로 허락하는 조건으로 몇개월간 회당 7만원에 받은 적이 있는데 그게 가장 비싼 축에 속했다.


병원 부설이면 뭔가 좀 나을 것 같지만 개인적 경험으로는 전혀 아니다.

의사는 아무런 역할도 없는데다 지어 정신과 의사도 아 경우가 많으며(현재 다니는 2곳은 모두 이비인후과 전문의), 어차피 치료는 치료사의 몫이다.

오히려 일반 센터의 치료사들이 좀 더 성의가 있고 몇분이라도 더 수업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병원 부설이 실질 치료 비용이 더 저렴하므로 병원 부설을 주된 치료처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몇개월에 완료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니고 수년, 십수년, 수십년을 이용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집으로 방문하는 치료사도 있다.

센터를 찾아가는 것보다 비용은 당연히 더 비싸다.

콩이의 경우 회당 6~7만원 수준이다.

물론 실비보험 적용은 안된다.

집에서 수업하고 상담하므로 더 성의가 있고, 시간도 좀 더 할애해 준다.

콩이의 경우를 볼 때

방문 치료사, 일반 센터 치료사, 병원 부설 센터 치료사 순으로 확연히 능력차가 보인다.


저명한 사람들이 썼다는 이론서나 논문들을 보면

아이의 발달상황을 정확히 고려한 프로그램을 처방받아 집중적으로 치료받고

거기에 언어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 같은 걸 추가로 하면 뭔가 큰 진전이 있을 것 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현실은 아니올시다이다.

장애통합어린이집도 별 도움이 안되었고, 특수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제도권에서 기대할 수 있는건 별개 없는 것이다.

대부분은 해당 개인 가정에서 오롯이 짊어지고 가야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것이 완치되는 질병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극단적인 자폐증이 아닌

콩이와 같이 경계상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증상의 완화, 완만한 발달을 기대할 수는 있다.

발달센터에 다니면서 콩이는 분명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우리네 부모들이 공유하는 인식이 있다.

"발달센터를 다녀서 나아진건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성장한 건지.."


자폐스펙트럼의 범위가 넓고 예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진단을 받는 요즘

미국의 경우 2009년 기준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유병률이 10% 정도라고 한다.

아이들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이다.

이 정도면 개인 가정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정도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국가들의 경우 학교에도 이런 아이들을 위한 더 체계적인 치료 제도가 있는 모양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들을 위한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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