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선배 김세평> 제3부 - 02 길잡이별 직장인

[직장생활 추천도서] 초집중(니르 이얄, 줄리 리 저)

by 책장인 김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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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 02 길잡이별 직장인


휴게실 앞을 지나가는데 세평선배님과 백선배님이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아까 세평선배님의 지방전근과 관련하여 다투고 계시는 거 같다. 세평선배님의 지방전근, 정말 사실일까?


그렇게 나는 근무시간 내내 세평선배 눈치를 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영희: (에휴···, 어떡하지? 세평선배 눈치가 보여 말도 못 걸겠고······)


김세평: 어라? 영희 씨?


이영희: ······아! 네? 부르셨어요?


김세평: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고민 있어요?


이영희: (이 인간이?!) 제 표정이요? 아, 저, 그건, 그러니까······.


김세평: 음? 왜 자꾸 말을 흐려요? 혹시 저한테 뭐 할 말 있어요?


이영희: (에이, 모르겠다!) 선배님, 저 오늘 필라테스 학원까지 좀 태워다주세요!


김세평: 에? 오늘요?


이영희: 오늘 필라테스 수업이 있거든요! 왜요, 평소에도 자주 태워다주시잖아요!


김세평: 허 참. 이거 기름 값을 받던가 해야지! 아주 대놓고 당당하게 태워달라고 하시네요?


이영희: 헐! 너무하십니다! 치, 알았어요. 그럼 저 그냥 버스타고······


김세평: 하하. 농담이에요. 당연히 태워드려야죠. 그럼 6시 땡 치면 바로 제 차로 가시죠.


이영희: 아···, 감사해요!


사실 오늘 필라테스 수업은 없었다. 나는 너무 답답했던 나머지 세평 선배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나저나 제대로 물어볼 수나 있을까? 도대체 왜 세평 선배는 지방으로 내려가려고 하시는 걸까? 아무튼 퇴근 시간이 되었고 나는 세평 선배와 함께 차로 이동했다.


이영희: 저······ 선배님?


김세평: 왜요? 저 불렀어요?


이영희: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김세평: 뭔데요?


이영희: 그······ 그러니까······


김세평: 오늘 뭐 나무늘보 성대모사라도 하시기로 한 거예요? 영희 씨 말이 엄청 느려졌네요?


이영희: 에이 모르겠다! 선배님!


김세평: 어이고, 깜짝이야! 왜 그래요!?


이영희: 선배님 진짜 이번에 지방으로 전근신청하신 거 맞아요?


김세평: 하하. 뭐에요, 영희 씨. 그게 궁금하셨던 거예요? 네, 맞아요. 저 이번 인사에 맞춰 지방근무 신청했어요.


이영희: 헐······. 그러셨군요. 그럼 혹시 이번에 승진하신다는 소문은···?


김세평: 승진이요? 저 승진 안 해요. 이번 전근신청으로 취소됐죠.


이영희: 진짜요?


김세평: 우리 회사는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승진시켜주죠. 승진이라는 게 결국 본사에서 버티는 이들에게 회사에서 주는 암묵적인 보상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본사에서 나가겠다고 하니 회사에선 굳이 저를 승진시켜줄 이유는 없죠.


이영희: 정말이에요? 참나, 어이없네요. 그래도 그동안 선배님이 본사에서 고생한 것도 있는데! 그깟 승진 좀 그냥 시켜주면 어디 덧나나?


김세평: 어라? 제가 승진 못해서 영희 씨 화났어요?


이영희: 그렇죠! 선배님이 승진해야지 그럼 누가 승진해요?


김세평: 뭐... 전 승진에는 관심 없으니 괜찮아요. 그나저나 제가 승진도 포기하고 굳이 지방으로 내려가려는 건 이상하진 않아요?


이영희: 선배님이야 워낙 특이하신 분이니까 저는 선배님이 충분히 그런 선택을 하실 수도 있다 생각해요.


김세평: 음? 제가 특이하다고요······?


이영희: 그럼 뭐 정상인줄 아셨어요?


김세평: 아, 아닌가요? 하하.


이영희: 아무튼 승진도 포기할 정도로 그런 중요한 선택을 하려고 했으면, 적어도 백선배님이나 저한테 먼저 이야기하셔야 했던 거 아니에요? 저 지금 굉장히 서운한 거 아세요?


김세평: 아아, 그건······.


이영희: 뭐예요, 진짜! 당장 다음 달부터 지방으로 가시는 거잖아요? 그럼 이제 곧 우리 헤어지게 되는 건데! 이거 너무 서운하잖아요! 저도 이렇게 서운한데 백선배님은 얼마나 많이 서운하겠어요?


김세평: 후···, 맞아요. 제가 생각이 좀 짧았어요. 미안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이영희: 뭐가 어쩔 수 없었어요!


김세평: 음···, <초집중>이란 책이 있는데요, 니르 이얄, 줄리 리의 저서이고······.


이영희: 헐? 지금 책 이야기가 나올 상황이에요?


김세평: <초집중>이란 책 제목처럼 개인적으로 정말 집중해야 했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영희 씨.


이영희: 이해는 하는데······.


김세평: 만약에 제가 선택을 내리기에 앞서 백선배나 영희 씨와 먼저 이야기를 나눴다면, 아마 저는 지방전근이란 선택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분명 마음이 약해졌을 테니까요.


이영희: 그, 그래도!


김세평: 저는 이번 선택을 순전히 제 길잡이별에 따라 결정하고 싶었어요.


이영희: 네? 길잡이별이요?


김세평: 아아, 자신만의 가치관을 <초집중>에서는 길잡이별이라 표현하더군요.


이영희: 자연스레 또 책 이야기로 넘어오셨군요?


김세평: 후후. 눈치를 채셨군요. 아무튼 <초집중>에서는 가치관은 길잡이별, 즉 살면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참고하는 고정된 점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번만큼은 오로지 제 가치관 길잡이별을 따라가고 싶었어요.


이영희: 참나······.


김세평: 사실 저는 저만의 가치관에 목말라있었어요. 저는 진짜 가치관도, 생각도 없이 그냥 남이 시키는 대로 살아왔죠.


이영희: 에이, 선배님이 무슨 생각 없이 살았어요.


김세평: 진짜에요. 제 귀는 늘 얇고, 팔랑거렸죠. 그래서 그동안 어찌나 남의 말에 잘 넘어갔던지! 전 항상 남이 하라는 대로만 이끌려 다녔고요.


이영희: ······진짜요?


김세평: 특히 저는 엄하셨던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만 끌려 다녔죠. 지금 영희 씨와 다니고 있는 회사도 사실 아버지의 강요를 이기지 못해 들어간 회사였어요.


이영희: 그러셨군요. 그래도 회사에서는 선배님이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않으셨어요?


김세평: 아니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느 날 회사에서 저를 본사로 발령을 냈어요. 그렇게 본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너무 힘든 거예요. 매월 거의 100시간가까이 야근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이영희: 네? 야근을 100시간씩이나요?


김세평: 그런데 힘들어하는 저를 보며 직원들은 그저 제게 지금 버티기만 하면 승진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 뿐이었죠. 그렇게 다들 버티라고만 하니까 저는 뭣도 모르고 그냥 버텨야만 하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결국 몸에 탈이나 응급실에 실려간적도 있었어요. 전 회사에서도 이렇게 주위에서 하라는 대로만 생활했어요.


이영희: 흠······. 선배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이해했어요. 그렇지만 선배님이 그렇게 고생하셨으니 그동안 남들보다 승진도 빠르셨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선배님 승진이 가장 유력했잖아요?


김세평: 영희 씨 말이 맞아요. 그런데요, 솔직히 저는 승진이 왜 좋은지 모르겠어요.


이영희: 네? 승진이 왜 좋은지 모르시겠다고요? 회사에서 승진하는 건 당연히 좋은 거 아니에요?


김세평: 음······. 영희 씨처럼 다들 승진이 좋다고만 말하니, 저도 승진해야만 하는 줄 알고 이렇게 죽어라 일하며 버텨온 거죠. 그런데요 영희 씨, 회사에서는 아무나 승진시키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시죠?


이영희: 아···, 그렇죠. 대부분 승진하는 조건으로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하죠.


김세평: 잘 아시네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도 이번에 승진하게 된다면 저는 본사에서, 그것도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로 발령이 날 예정이었죠. 그렇데 저는 그곳에서 몇 년을 더 버텨야 하겠죠.


이영희: 에휴, 말 그대로 당근과 채찍이네요. 그래서 선배님이 승진이 왜 좋은지 모르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승진 후에는 엄연히 채찍이 기다리고 있으니······.


김세평: 물론 승진하면 전보다는 급여도 많아지고, 곧 팀장도 달겠죠. 그러나 저는 이상하게도 이런 이유들로 승진이 좋은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더군요. 왜냐면 제 가치관인 길잡이별이 다른 하늘에 떠있었기 때문이죠.


이영희: 그러면 선배님의 길잡이별은 어디에 떠있던 거죠?


김세평: 저의 길잡이별은 제 자신을 지키고 위로하는 하늘 위에 떠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길잡이별이 떠있는 그 하늘 아래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요.


이영희: 으으음······. 자신을 지키고 위로하는 하늘이요? 도통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김세평: 하하. 제가 너무 시적으로 표현했네요? 음···. 영희 씨는 제가 예전에 회사에서 일하다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적 있으시죠?


이영희: 아, 네. 예전에 들었어요. 아마 급성 간염에 걸리셔서 입원하셨다고···.


김세평: 당시 저의 부장님은 제게 승진하고 싶으면 회사에 열정을 보이라며 억지로 프로젝트하나를 제게 맡기셨죠. 그렇게 얼떨결에 맡은 프로젝트를 힘겹게 진행하다 결국 저는 스트레스성 급성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어요.


이영희: 헐! 전 원래 선배님이 간이 좋지 않으신 줄 알았죠.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김세평: 그때 한 2주정도 병원에 입원했을까요? 그때 병실에 아파 누워있던 제게 스스로 질문을 던졌죠. 어쩌다 내가 이렇게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을까? 살면서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거였으니 이렇게 된 제 자신에게 충격이 컸어요.


이영희: 지금 선배님의 건강한 모습을 봐도 믿기지가 않네요. 저는 선배님이 아프셨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김세평: 그러게요. 음······. 아무튼 이 상황이 난 건 전적으로 제 잘못이었죠.


이영희: 에이, 아니죠! 당시 부장님이 잘못하신 거죠! 아니, 그 부장님은 왜 그렇게 억지로 선배님에게 그런 일을 강요해가지고, 에휴!


김세평: 아니에요. 제 잘못 맞아요. 이건 제가 줏대 없이 그저 남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라는 대로 살아서 그렇게 된 거에요. 남들이 뭐라던 간에 제 자신은 제가 지켰어야 했죠. 그러나 당시에는 저는 그러지 못했죠. 왜냐면 저만의 가치관과 길잡이별이 없었으니까!


이영희: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김세평: 제가 진작 시간을 내어 저만의 가치관을 정립할 시간을 냈어야 했는데, 그저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치관을 만들 생각도 없이 살다 결국 이런 일을 당한 거죠. 하지만 아팠던 덕분에 2주 동안 병실에서 저는 저만의 가치관을 정립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저만의 길잡이별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영희: 아, 자신만의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거였군요. 이런 말을 저는 처음 들어봐요. 가치관은 그냥 살다보면 알아서 생기는 건줄 알았어요.


김세평: 아니에요. 아까 언급한 책 <초집중>에도 나오는 얘기에요. “문제는 우리가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한 시간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무심코 인생의 어느 한 영역에서 시간을 쏟아 붓느라 다른 영역에 소홀해 진다.”


이영희: 오, 진짜 그러네요. 흠···, 그럼 선배님은 그때 병실에서 어떤 길잡이별을 찾으셨나요?


김세평: 제가 퇴원할 즈음이었죠.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문득 제 머릿속에 길잡이별 하나가 찾아왔어요.


이영희: 정말요? 뭔가 신기해요! 그럼 혹시 그 길잡이별이 어떤 건지 좀 여쭤 봐도 될까요?


김세평: 그럼요. 제게 찾아온 길잡이별은 이름은 ‘위로’라는 이름이었어요.


이영희: 네? 위로요?


김세평: 그건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어요. 바로 ‘나를 위한 위로’였죠. 그렇게 전 다짐했죠. 이제 나는 앞으로 내 자신을 위로하며 살겠다고. 앞으로는 남에게 기대지 않고 직접 제 자신을 직접 위로하기로 한 거죠.


이영희: 그렇군요. 나를 위한 위로라······.


김세평: 이번 일도 그래요. 정말 승진을 선택하고 본사에 남는 게 맞는 걸까? 저는 제 가치관 길잡이별인 ‘위로’에게 물어봤어요. ‘있잖아, 승진이란 게 과연 내게 위로가 될까?’


이영희: 어? 그래서 길잡이별이 뭐라고 답하던가요?


김세평: 제 질문에 길잡이별은 ‘No'라고 답을 주더군요. 그렇게 저는 인사부서를 찾아가 승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동시에 지방 전근을 신청하게 된 거죠.


이영희: ······이제 왜 선배님이 승진을 포기하셨는지 이해가 돼요. 그래도 본사에는 그냥 남으실 순 없으셨나요? 선배님이 없는 회사는 상상이 안 가요!


김세평: 미안해요, 영희 씨. 아무래도 지방에서 일하게 되면 본사에 일하는 것보단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길 거예요.


이영희: 그러겠죠. 본사만큼 일이 많진 않겠죠.


김세평: 전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싶어요. 그렇게 책들을 통해 더 많은 위로를 받고 싶고요.


이영희: 아니, 잠깐만요! 무슨 책을 읽겠다고 자진해서 지방으로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김세평: 여기요.


이영희: 아이 참! 승진도 포기하고 지방에 가서 책 읽겠다는 사람은 진짜 전국에 선배님밖에 없을 거예요!


김세평: 음? 제가 우리나라 온리 원(only one)인가요? 그것도 나쁘지 않군요.


이영희: 뭔 소리에요! 에휴···, 한편으로는 선배님만의 가치관이 확고한 거 같아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김세평: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이영희: 그래도 저는 서운해요. 그리고 많이 아쉽고요.


김세평: 미안해요, 저도 서운하고 아쉬운 건 마찬가지에요. 음···, 아무튼 저는 영희 씨도 나중에 꼭 시간을 내서 영희 씨만의 길잡이별을 찾아보시길 바라요. 누굴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영희 씨만을 위한 길잡이별을 말이에요.


이영희: 오···, 저도 저만의 길잡이별을 찾을 수 있을까요?


김세평: 물론이죠. 영희 씨도 영희 씨만의 길잡이별을 따라 분명 멋진 가치관을 실현하는 직장인이 될 거에요. 제가 늘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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