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추천도서]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
제3부 - 03 마시멜로 직장인
‘여기 어디인가 두었는데······, 아하, 여기 있었군!“
요즘 내 일상이 꽤 범상치 않은 거 같아 기록물로 좀 남기기 위해(?) 오랜만에 일기장을 폈다. 음, 최근에 내가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내가 눈앞의 승진을 포기하고 도리어 승진과는 거리가 먼 지방으로 전근신청을 한 사건 때문에 그렇다.
직장 동료들은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물어봤다. 나는 굳이 내 선택의 이유를 숨기지 않았다. 나는 지방에 내려가 책을 좀 많이 읽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다. 내 대답을 듣고 동료들은 나보고 미친놈이라 했다. 하하. 그러고 보니 백선배는 내게 쌍욕까지 했다.
나를 미친놈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번 승진을 핑계 삼아 회사는 나를 더 굴려먹을 속셈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승진 후 내 다음 발령지는 매일 야근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다는 그렇게나 일이 많은 부서라 들었다.
물론 승진하는 게 꿈인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힘든 부서로 발령이 나더라도 승진만 할 수 있다면 그저 버텼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 꿈은 승진이 아니었다. 나의 꿈은 하루라도 책 한 권 더 읽는 거였고, 그래서 이번에 승진도 포기하고 비교적 여유로운 환경인 지방근무를 선택했다.
아무튼 나는 요즘 예전에 읽어본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최근에는 <마시멜로 이야기>를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마시멜로 이야기>가 마침 지금의 내 상황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이런저런 이야기로 나를 위로해주었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마시멜로의 유혹에 저항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선 선택의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한다.”
“인생의 성패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 그리고 마시멜로의 유혹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달려있다.”
그래. 나는 내 인생의 성패를 독서에 걸었다. 그래서 본사보다 비교적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일할 수 있는 지방전근을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만약 이번에 회사 승진이란 마시멜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면, 나는 책을 읽기는커녕 계속 일에 치여 누구보다 바쁘고 힘겨운 일상을 살아갔을 거다.
아무튼 <마시멜로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길 잘한 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매 순간의 선택이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되새긴다.
“우리는 평생 동안 수백만 번의 선택을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또는 무엇을 가지게 될지가 달라진다.”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하던 예전 내 신입사원 시절이 문득 생각난다. 내가 회사를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회사는 내게 마치 전부인 것처럼 느꼈다. 아무래도 취업난으로 고생하다 입사한 회사였기에 더 각별했다. 그렇게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회사 눈에는 그저 고된 회사 일에 묵묵히 잘 견디고 버티는 직원으로만 보였나 보다. 그래서 회사는 본사에 일 많고 힘들기로 악명 높은 부서로 나를 발령을 냈다.
그렇게 나의 고된 본사에서의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전 근무지와 다르게 본사에서 맡은 일들은 상상이상으로 정말 많았다. 나는 매일 야근했을 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회사를 나와 일을 했다. 본사에서 고된 나날이 계속될수록, 나는 피폐해지고, 병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가 내게 찾아왔다. 그는 내게 자신을 낯선 선배라 소개했다. 그는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찾아와 내게 도움이 될 책을 선물했다. 그리고 내게 선물한 책을 통해 내가 직장생활을 책으로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특별히 직장에서 내 자신을 사랑하고 지켜낼 줄 아는 지혜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이제 나는 그에게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어떠한 책도 선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하하. 그렇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이제 내가 직접 나에게 책을 선물하게 되었으니까! 이제는 내 스스로에게 선물한 책을 통해 내 자신을 지키고 위로한다.
아, 맞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내가 그를 서울역에서 마주친 적도 있었다. 그때가 아마 막 본사에 발령오고 나서였을 거다. 당시 나는 출장지로 가기 위해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예매하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쓴 어떤 낯선 사람이 내 어깨를 두들기며 아는 체했는데 바로 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서울역에서 그를 만난 건 우연이 아닌, 분명 그의 계획이었던 거 같다. 그러나 그는 마치 우연히 나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했고, 뜬금없이 내게 기차에서 읽어보라며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라는 책이었는데, 그는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벌어질 일들을 담은 책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출장지로 가는 동안 그가 선물한 책을 읽어보았는데, <에이트>란 책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또 지배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은 앞으로는 의사, 약사, 변호사, 공무원 등등 할 거 없이 수많은 직종들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거란 내용이었다.
음. 책 내용만 읽어보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를 잃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작가가 너무 인공지능을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인공지능이 줄 수 있는 혜택도 분명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미래에서 온 그는 도대체 내게 왜 이런 책을 주고간지 모르겠다. 도대체 이게 내 직장생활하고 무슨 상관이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어놓았다. 그렇게 포스트코로나란 전후무후한 시대가 열렸고, <에이트>에서 예견한 내용대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여러 직종들을 하나둘 대체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눈앞에서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체되어 일자리를 잃는 것을 목격했다. 책 내용이 정말 사실이었다. 잠깐... 그렇다면 과연 인공지능 앞에 나의 일자리는 안전하긴 한 걸까?
아마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나의 일자리까지 인공지능에 대체될 수 있다는 걱정에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흠... 생각을 해보니 내가 인공지능에 대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 인공지능이 가지지 못한 걸 내가 가져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에이트>를 다시 펼쳐 들었다. 책에서는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은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게 된다고 했다. 그래, 바로 이거였다!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만이 나를 인공지능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바로 그 열쇠였다.
그렇게 나는 그 열쇠를 찾기 위한 독서를 시작했다. 독서는 당장 내가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독서는 나를 지키고 위로하기 위함이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으로부터 나를 지켜내고 성장하기 위한 독서로 발전했다.
나의 독서가 발전이 거듭될수록, 나는 회사가 아닌 책이야말로 나를 인공지능으로부터 지켜줄 것을 확신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확신을 모르고 회사는 그저 내 눈앞에 승진이라는 유혹의 마시멜로를 보여줬다. 회사는 내게 이 마시멜로를 먹고 본사에 남으라고 손짓했다.
그러나 회사가 보여준 마시멜로는 내 눈에는 돌덩이로만 보였다. 나는 그 돌덩이를 발로 차버렸다. 만약 내가 지금 당장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었다면 아마 바쁜 회사 일로 독서는 꿈도 꾸지 못했을 거고, 독서를 통한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놓쳤을지도 모른다.
······잠깐? 혹시 미래에서 온 김세평은 바로 그 마시멜로를 먹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내가 마시멜로를 먹지 않게끔 우연을 가장해 내게 찾아왔던 게 아니었을까? 만약 내 추측이 사실이라면, 좋아. 네가 이루지 못한 그 꿈을 내가 대신 이루어주겠다!
일기를 쓰다 잠시 펜을 내려놓고,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갖춘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한다 할지라도 나만은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 그래, 나의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대체하지 못해 나를 지배하지 못하고 그저 쩔쩔매고 있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짜릿하다!
이봐, 미래의 김세평! 나는 네 바람대로 눈앞의 마시멜로의 유혹을 멋지게 뿌리쳤어!
이제는 미래에서 나를 응원해줘!
네가 못 이룬 꿈을 내가 대신 이룰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