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추천도서]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김창옥 저)
제3부 - 05 편집달인 직장인
내가 몸이 아파 회사를 쉬게 되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군.
그래, 나는 그 누구보다 회사에 충성했었지. 새벽까지 일하는 건 늘 기본이었고, 주말, 휴가도 모두 자진반납하고 회사에 출근했어. 이렇게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나를 분명 회사에서 알아줄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회사는 나를 인정해 주었고,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최연소이자 최단기로 팀장과 부장을 연달아 달았었지.
그런 내게 새로운 목표가 생긴 거야. 바로 임원이 되는 것! 지금처럼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다면 임원승진은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했지.
그러나 임원으로 가는 길은 예상 외로 쉽지 않았던 거야. 그러고 보니 나는 무식하게 회사에서 일만 열심히 했지, 회사에서 제대로 된 라인을 탈 생각은 하지 못했었어. 결국 나를 임원으로 이끌어줄 라인도 없던 나는 결국 좋은 라인을 타고 있던 후배들에게 역전당하기 시작했지. 아무런 힘없이 나는 그저 그들을 지켜만 봤어. 그렇게 최단기간 임원 승진의 꿈은 물 건너갔고.
그러던 마침 회사에서 이번에 많은 예산을 들여 야심차게 어떤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더군. 그러더니 회사에서 나를 신생부서의 부장으로 발령을 내더니, 내게 그 신규 프로젝트를 맡기더군. 회사는 내게 이번에 신규 프로젝트만 잘 성공만 시킨다면, 분명 내가 임원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올 거라 했어. 그래, 드디어 내게도 임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야!
그러나 이번 신규 프로젝트는 정말 쉽지 않았지. 아무래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였기에, 기존 매뉴얼에 벗어나는 상황들과 변수들이 계속 발생했어. 그렇게 우리 부서는 매뉴얼 없이 변수들을 일일이 대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어.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든든한 부하직원 하나가 있었어. 그 친구는 우리 부서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잘 해결해주었어. 아주 능력 있는 친구였지. 그래, 그는 마치 내 젊은 시절을 보는듯했어! 나는 이 친구에게 내 임원승진을 걸기로 했고, 회사에서 지켜보고 있는 신규 프로젝트를 그 친구에게 전임시켰어.
그런데 그 친구는 내게 신규 프로젝트를 맡고 싶지 않다며 말하더군. 뭐 자신의 직급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던가? 내가 그 친구를 아쉬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거야! 그 친구는 열정이 없었어! 내가 젊은 시절 회사에 보였던 열정이 그 친구에게만 있었더라면!
그래, 나는 만약 그 친구가 내가 지녔던 열정만 갖춘다면, 앞으로 그 친구는 분명 우리 회사에서의 앞날이 창창할 거라 생각했어. 난 욕심이 났고, 프로젝트를 맡지 않겠다던 그 친구의 요청을 거절했지. 난 그 친구를 수시로 불러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한 열정과 가르침을 주었지.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쓰러져 버린 거야. 그간 회사 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급성 간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더군. 열정도 부족한데 병원에 입원까지? 그 친구는 자꾸 내게 이런 모습을 보이니 아쉽더군. 아무튼 몇 주 뒤 그 친구가 돌아왔어. 그 친구는 회사 첫 복귀 날에 내게 인사하러 찾아오더군.
돌아온 그 친구는 이전과 다른 눈빛을 지니고 있었어. 마치 나를 향한 분노, 그리고 원망이 섞인 듯 그런 눈빛이었지. 그런 눈빛으로 그 친구는 내게 다른 부서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어. 나는 그 친구의 요청을 거부했지. 나는 신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그 친구가 필요했어.
그러나 그 친구는 우리 부서를 떠나려는 의지가 강했지. 무슨 방법을 쓴 건지 모르겠지만 얼마 있지 않아 결국 그 친구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더군. 이런···, 생각보다 그 친구의 빈자리는 매우 컸어. 다른 부하 직원에게 신규 프로젝트를 맡겼지만 소용없었어. 그렇게 우리 신생부서는 신규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도 못하고 계속 삐걱만 거리더니, 결국 신규 프로젝트가 사라질 위기까지 처해버렸지. 젠장! 이러다가는 이번에도 임원이 될 기회를 놓칠 거 같았어.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이미 후배들에게 역전당한 내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기에······. 나는 이번만큼 무조건 임원이 되어야 했어. 결국 부장인 나도 실무에 뛰어들었지. 무너져가는 신규 프로젝트를 살려내기 위해 지난날의 열정을 다시 불태웠지.
내가 좀 무리했던지 결국 몸에 탈이 나기 시작하더군. 그렇게 병세는 악화되었고, 그렇게 내 몸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어. 결국 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내가 병원에 입원함과 동시에 신규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어. 결국 내 임원승진도 날아가 버린 것이지.
‘젠장! 이렇게 임원자리는 물 건너가는 건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건가?’
그렇게 나는 며칠을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무기력하게 지내던 중 그가 내 병실을 찾아왔지.
김세평: 부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장부장: 어? 김세평? 자네가 여긴 어쩐 일로······.
김세평: 몸이 편찮으시단 이야기 듣고 병문안 왔습니다.
장부장: 하하하! 병문안이라고? 이 친구가 내 병문안을 올 줄은 상상도 못했군? 그래. 아무튼 오랜만이야.
김세평: 부장님. 몸은 많이 괜찮아지셨나요?
장부장: 뭐 그럭저럭. 아, 그러고 보니 자네도 그때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지 않았나?
김세평: 네, 맞습니다. 당시 저는 스트레스성 급성 간염이었습니다.
장부장: 아아, 그랬었지? 나도 그렇다네. 지금 급성 간염으로 입원 중이지.
김세평: 직원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여기 병원에 입원했었습니다.
장부장: 뭐야? 입원한 병원까지 같은 거였어? 하하하! 자네랑 나랑 공통점이 꽤 있군 그래···.
김세평: 부장님. 신규 프로젝트 소식은 들었습니다. 신생 부서에서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장부장: 후후, 고생 좀 했지. 자네가 나간 뒤로 더 고생하기도 했고!
김세평: ······.
장부장: 음···, 그래. 그러고 보니 자네 이번에 승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자네 부장말로는 자네가 제일 승진이 유력하다고 하던데?
김세평: 아닙니다. 저는 이번 승진 후보에는 있지 않습니다.
장부장: 음? 자네가 없다고?
김세평: 사실 이번에 저는 지방으로 전근을 가게 되었습니다.
장부장: 뭐? 자네가 지방으로 전근? 아니, 자네 같은 친구는 그리 쉽게 본사 밖으로 보낼 인물이 아닐 텐데?
김세평: 제가 신청했습니다.
장부장: 뭐? 자네가 지방근무를 직접 신청했다고?
김세평: 네 그렇습니다.
장부장: 하하하하! 자네는 정말 여전하구만. 자네는 늘 예상 밖으로 행동한단 말이지. 30년 가까이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네 같은 직원은 처음이야. 그래서 어디로 가게 되었는데?
김세평: 부산 영도 지점입니다. 발령은 이미 났고, 다음 주부터 출근입니다.
장부장: 완전 끝으로 가는군. 자네 너무 설쳤어. 당분간 승진은 힘들겠어.
김세평: 상관없습니다. 제가 선택한 거니까요.
장부장: 그래. 아무튼 잘 가게나. 가서도 어디 아프지 말고.
김세평: 네. 부장님도 어서 쾌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저 부장님께 드릴 게 있습니다.
장부장: 음? 이 책은 뭔가?
김세평: 소통강사로 유명한 김창옥 강사님이 쓴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라는 책입니다. 부장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장부장: 책이 선물이라···? 그러고 보니 자네는 항상 책을 들고 다녔지. 나한테 이 책을 선물하는 이유라도 혹시 있나?
김세평: 직원들한테 들었습니다. 이번 신규 프로젝트 건으로 낙심하고 계시다면서요.
장부장: 뭐 낙심하고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김세평: 부장님, 제가 방금 드린 책에선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이미 산 삶을 바꿀 수는 없어요. 못 돌려요. 하지만 그 삶에 대한 종합편집권은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전 부장님께서 이번 기회에 한번 부장님의 ‘종합편집권’을 실행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부장: 뭐? 종합편집권?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김세평: ‘종합편집권’은 내 안에 있는 일종의 편집프로그램 같은 겁니다. 자신의 인생 가운데 벌어진, 지난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장부장: 자신의 지난 인생을 편집한다고? 음, 그것 참 이상한 이야기군.
김세평: 부장님은 제게 말씀하셨죠. 부장님이 바로 이 회사에서 빽도 없이 오직 열정으로만 최단 기간에 팀장과 과장을 연달아 단 유일무이한 직원이었다고요.
장부장: 후후후, 내가 그런 얘기를 자네에게 했었나? 그래, 그땐 그랬었지. 그렇지만 지금은 신생 부서 하나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무능한 부장일 뿐이지!
김세평: 부장님,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신규 프로젝트 실패 건은 지나간 과거일 뿐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장님의 종합편집권 프로그램으로 지나간 일들은 그냥 편집하고 삭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부장: 뭐라고? 하하하하! 이봐 김세평. 말장난이 좀 심하군. 난 이번 일로 이 회사에서 임원이 되긴 글렀어. 난 실패자라는 거야.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아. 이봐, 변하지 않는 사실을 어떻게 편집하라는 건가?
김세평: 편집할 수 있습니다. 실패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 다행이었다고 편집하시는 겁니다.
장부장: 뭐? 내가 실패한 게 다행인 일이라고?
김세평: 그간 부장님은 계속 회사의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착각하셨습니다.
장부장: 내가 착각했다고? 김세평, 너 말 다했어?
김세평: 부장님이 자신 몸도 돌보지 않고 계속 괜찮다고 착각해서 그래서 결국 지금 몸에 탈이 나신 거 아닙니까? 만약 이번에 간이 영구적으로 망가져버리기라도 했다면 부장님 목숨까지 위험했을 텐데요?
장부장: ······.
김세평: 보십시오. 조금만 더 늦게 알았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부장님께서 이 회사에서 자신의 몸이 어디까지 일 하실 수 있는지 몸소 깨달으신 거 아닙니까?
장부장: 그렇지.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간이 좋지 않다는 걸 몸소 알게 되었지······.
김세평: 이제 부장님은 부장님을 소중한 지혜를 얻으신 겁니다. 그래서 제가 묻고 싶은 겁니다. 도대체 이게 왜 실패입니까? 오히려 다행이면 다행이지 않습니까? 더 큰일 없이, 건강도 다시 되찾고 있으시고요.
장부장: 오히려 다행인 일이라······.
김세평: 저는 부장님께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꾸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규 프로젝트 실패 건도 감사한 일로 편집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장부장: 그리고 또···?
김세평: 임원이 되시지 못했다고 자신을 실패자 취급하는 게 아닌, 어떠한 라인도 없이 오직 실력으로 떳떳하게 도전하는 당당한 모습으로 편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부장: 김세평······.
김세평: 피곤하실 텐데 번거롭게 드려 죄송합니다. 부장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부장: 김세평, 잠깐만!
김세평: 부르셨나요, 부장님?
장부장: 자넨 지난날 나 때문에 아파서 병원에 입원까지 했는데 내가 밉지 않은가?
김세평: 아뇨, 밉지 않습니다. 왜냐면 제게도 종합편집권이 있거든요. 음······. 솔직히 당시에는 부장님이 미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부장: 내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김세평: 뭐든 최연소와 최단기라는 성과를 이루신, 그런 훌륭하신 부장님 밑에서 일할 수 있어 당시 저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부장: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고맙네. 그래, 나도 자네를 응원하겠네. 언젠가 다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땐 더 많은 걸 가르쳐주겠네.
김세평: 감사합니다, 부장님. 그럼 전 이만···.
하하하하, 김세평, 이 친구에게 한방 먹었단 말이지. 음···, 내 인생의 종합편집권이라? 나는 그 친구가 이야기한 대로 나만의 종합편집기를 실행해 지난날의 나의 인생을 계속 돌려보았어.
그래, 그러고 보니 이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고 하지? 그러니 나도 당연히 완벽한 사람이 아니겠지. 그럼에도 나는 왜 스스로를 완벽한 사람으로 몰아갔을까? 아직도 최연소, 최단기간이란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저 어떻게든 임원이 되고 싶어서? 아니, 고작 그런 것들 때문에 내 몸을 혹사시켜가며 결국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단 말인가? 세상에 이런 바보짓을 내가 했다니······.
그래, 이제 내 나이에는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건 없더군. 그러니 그저 하루하루를 건강한 나날들로 이루어가야겠어. 그러고 보니 병원에 입원한 내 모습을 보며 아내와 딸이 울더군. 이번 일로 가족들이 얼마나 나를 걱정했을까?
아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겠지. 지난 30년 가까이 내가 무리한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나를 걱정하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 남은 인생은 이제 다시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걱정하게 하지 말자. 가족들에게는 내가 건강한 것 외에는 바라는 게 없다는 걸 잊지 말자고.
하하하하! 책을 읽다 꽤 흥미로운 문구가 보이는군.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어렵다면 ‘어, 저 사람은 자기 삶을 괜찮은 시선으로 종합편집하네.’하는 사람 곁으로 가세요.” 종합편집권을 잘 다루는 사람 곁으로 두라는 말인가? 후후후, 편집달인 김세평. 넌 비록 부산 영도로 도망갔지만 언젠간 다시 내가 본사로 부르겠다.
그래, 김세평. 그때까지 몸조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