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추천도서] 퇴사는 여행(정혜윤 저)
제3부 - 06 방황하는 직장인
백선배: 이제 다음 주면 부산으로 내려가겠네? 너는 평생 서울에만 살아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세평: 그러게. 그래도 드디어 본사로부터 벗어나는 거니까. 걱정은 없어.
백선배: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본사에서 일하기 싫어 부산까지 도망가는 놈이 어디 있냐? 에고, 언제 네 방황이 끝날지 모르겠다.
김세평: 하하. 백선배~ 방황한다는 건 좋은 거야.
백선배: 엥?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방황이 좋다니?
김세평: 방황을 해야 내 자신을 만날 수 있거든.
백선배: 병이 아주 제대로 나셨군. 으이그······. 그나저나 어제 장부장님 입원하신 병원에 직접 갔다 왔다며?
김세평: 어라? 그건 어떻게 알았어?
백선배: 회사에 뭐 안 나는 소문이 있겠냐? 나는 예전에 네가 장부장님한테 시달려 병원에 입원도 하고 그랬으니 나는 네가 장부장님 미워하는 줄 알았지.
김세평: 음···, 딱히 장부장님을 미워하진 않았어. 그냥 당시에 조금 화가 났을 뿐이지. 그리고 다 지나간 옛날 일이잖아?
백선배: 크~ 김세평, 많이 쿨해졌는데?
김세평: 허 참. 나 원래 쿨했거든? 아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장부장님하고 같이 일할 때, 장부장님이 아침마다 나만 보면 방황 좀 하지 말라고 늘 잔소리하셨는데.
백선배: 엥? 장부장님이 너한테 방황하지 말라고 했다고? 왜? 그때도 너 방황했었냐?
김세평: 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냐면 아마······.
“왜 이렇게 방황하고 있어? 김세평! 정신 안차려?”
오늘도 부장님은 아침부터 나를 따로 불러놓고 잔소리를 하셨다. 부장님은 얼마 전 부서로 발령받은 내가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생각하시나 보다.
그래, 사실 부장님 말씀이 맞다. 나는 지금 방황 중이다. 입사 3년차에 나는 처음으로 본사로 발령받았다. 본사에서 맡은 일들은 내가 3년 동안 이 회사에서 일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게 낯설었다. 다시 신규직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맡은 업무들도 이상했다. 분명 선배들도 다루기 힘든 어려운 업무들인데, 이상하게 그런 업무들이 내게 모두 몰려있었다. 새로 발령받았다는 이유로 그냥 몰아준 걸까?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본사에 온 것도 충분히 방황할만한데, 이젠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드니 나는 더 방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방황하는 마음을 좀 붙잡고, 위로도 받고 싶었나본지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퇴사하고 싶어. 이 회사는 나랑 맞지 않은 거 같아······.”
“세평아, 그래도 네가 힘들게 들어간 회사인데······. 아들! 힘들더라도 좀 버텨봐.”
아이 참! 엄마는 아들 마음도 몰라준다. 내가 오죽했으면 퇴사하고 싶다고 엄마한테 전화까지 했을까? 물론 이런 일로 엄마를 걱정시켜 드리는 것도 아들로서 잘못일 수 있겠다. 그러나 정말 힘들어서 그랬다. 이달에 몇 시간을 야근했는지 세어보니 무려 100시간이나 된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밥도 제대로 안 넘어간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날로 야위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팀장님이 사무용 관련 서적들을 사오라고 하셔서 서점에 갈 일이 있었다. 나는 서점에 간 김에 내 책도 한 권 골라볼까 싶어 도서검색대로 갔다. 음······. 나는 무얼 검색할까 고민하는 척하다 아주 자연스럽게 ‘퇴사’란 단어를 검색했다.
“와, 퇴사에 관련된 책이 이렇게나 많구나? 뭘 골라볼까······. 어라? 퇴사? 여행?”
나는 모니터로 검색 결과를 보던 중 ‘퇴사’와 ‘여행’이란 평소 내가 호감을 둔 두 단어가 모두 들어간 책 제목을 발견했다. 정혜윤 작가가 쓴 <퇴사는 여행>이란 제목의 책이었다. 눈에 들어온 책이어서 그런지 내용도 재밌을 것 같단 생각에 바로 구매하고 한번 읽어보았다.
“방황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그 인식을 바꿔보기를 권유한다.”
“방황한 덕분에 나는 나 자신과 친해졌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잘 알게 됐다.”
어라? 마치 방황하고 있는 나를 책이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책은 내게 ‘방황’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깨워주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지금 내가 회사에서 방황하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내가 깨달은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방황은 꼭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걸 깨달았고, 다른 하나는 ‘방황이 있기에 나는 내 자신을 더 알아갈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회사에서 부장님은 나만 보면 늘 잔소리로, 내게 방황 좀 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마도 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회사에서의 방황은 그저 나쁜 것이었나 보다. 그런데 방황이라는 걸 그저 나쁘게만 바라봐야할까? 왜냐면 방황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방황할 수 있다. 사람이란 그런 존재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회사에도 모여 있다. 그러니 회사에서 사람들이 방황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솔직히 부장님도 그동안 회사에서 방황하신 적이 아예 없진 않으셨을 거다. 그런데 과장님은 그저 방황은 사람이 해선 안 될 짓이라고 나를 몰아세웠다. 그래서 나는 방황하는 나를 스스로 꾸짖고 책망하기만 했다.
‘남들은 다 멀쩡히 다닌다는 회사인데 나만 왜 이 모양일까?’
‘늘 이런 식이었지. 난 끈기도 없고, 능력도 없는 그저 그런 인간이야.’
‘나는 아직도 부모님이나 걱정시키는 철부지 어린애구나.’
그런 부장님과 다르게 <퇴사는 여행>의 저자는 책을 통해 방황하고 있는 내게 괜찮다고 이야기해줬다. 방황을 통해 내 자신을 더 알아갈 수 있고, 남들이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생기게 될 거라고 알려주었다.
“지금 고민이 많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방황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며 계속 고민하고 시도하는 한, 이 시기를 거치고 나면 남들은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생길 테니까.”
그래, 방황하고 있단 이유로 내 자신을 자책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저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을 뿐이다. 좋았어! 다음에 또 부장님이 방황이니 뭐니 잔소리를 하려고 하시면 나는 “부장님,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저만의 이야기를 좀 집필하려고 합니다만?”이라고 말씀을 좀 드려야겠다(물론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겠지만).
아아, 그러고 보니 책의 저자는 더 한술 더 떠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다.
“당신의 자발적인 방황을 응원합니다.”
내가 직접 방황하길 응원한다고? 그래, 한번 책 저자의 조언에 따라 고민 좀 해봐야겠다. 무슨 고민이냐면 바로 나는 이번 방황을 통해 나만의 어떤 이야기를 써볼지 말이다. 음······. 고민 끝에 나는 이 방황을 통해 한번 내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런 ‘위로 스토리’를 써보기로 했다. 그래, 특별히 방황하는 직장생활 중 나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아니, 이런 회사를 방황하지 않고 멀쩡히 다니는 이들이 이상한 거야. 분명 내가 정상이고! 참나, 다들 이상하구만?’
‘엄마도 지금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실 거야. 솔직히 엄마는 이 회사에서 일해보신 적도 없으시잖아? 그러니 엄마한테 무슨 이해를 바라겠어. 엄마가 뭐라 하시든 신경 쓰지 말자.’
나는 회사생활 중, 아니 내 인생 처음으로 나를 다독이고 응원해줬다. 사실 나는 내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왔다. 남들과 나를 비교하기까지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러나 이번 방황을 통해 내 자신과 마주볼 수 있었고, 나는 이 힘든 세상에서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내 자신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좋았어! 나는 앞으로도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방황하는 직장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동시에 나는 회사에서 방황 중인 나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근데 장르는 뭐로 할까? 흠흠, ‘셀프 파이팅’은 어때? 하하하, 내가 만든 장르지만 꽤 괜찮은 장르인 것 같군!
자자, 앞으로도 난 회사에서 방황할 예정이니 그렇게들 아시라고. 오늘은 부장님께 불려가고, 내일은 엄마가 나를 걱정하시겠지만, 뭐 어때? 이렇게 나는 나의 소중한 이야기를 멋지게 쓰고 있으니까!
김세평: 흠흠, 아무튼 말이야, 백선배.
백선배: 엥? 뭐가?
김세평: 방황은 좋은 거야.
백선배: 그 얘기는 왜 계속 하는데?
김세평: 내가 없는 김에 백선배도 방황도 좀 하라고. 나는 백선배의 자발적 방황을 응원하니까.
백선배: 예예~ 잘 알겠으니 부산에 내려가도 연락은 자주 하고.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