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선배 김세평> 제3부 - 08 행복착각 직장인

[직장생활 추천도서]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네모토 히로유키 저)

by 책장인 김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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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 08 행복착각 직장인


“영희 씨, 좋아해요. 그것도 많이!”


“네? 뭐예요 갑자기······.”


“정말이에요. 그러니까 영희 씨, 저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이번 지방전근이 끝나면 저 다시 돌아올 테니까 그때 다시 우리..!”


“아, 선배님, 죄송해요. 저는 장거리 연애는 자신 없어요······.”


2년 전 내가 본사를 떠나기 전날, 나는 같은 팀 직원 영희 씨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다. 그러나 영희 씨는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


지난 몇 년 간 영희 씨와 같이 일하면서 영희 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그리고 영희 씨도 내게 호감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왜냐면 그동안 영희 씨는 나와 회사 점심시간에 함께 곰카페에 가서 책도 읽었고, 내가 필라테스 학원까지 태워다 주기고 하고, 주말에도 따로 만나 서로 책도 선물하고 등등. 아무튼 영희 씨와 나 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종합적으로 판단을 했을 때 분명 영희 씨도 나를 좋아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뜨헉! 그러나 모든 게 내 착각이었다···! 영희 씨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영희 씨에게 나는 그저 친한 직장 선배였던 거다! 크흑······.


그러고 보니 네모토 히로유키 저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에선 이런 문구가 있었지?


“살짝 과장된 표현으로 ‘행복은 착각’입니다.”


이 모든 게 착각이었지만 난 행복했다. 그래, 행복은 정말 착각이 맞다. 그동안 영희 씨와 함께 회사에서 보낸 지난 나날들은 행복 그 자체였다. 비록 영희 씨도 나를 좋아하고 있을 거라고 착각했지만, 그 착각으로 인해 그동안 나의 회사생활은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상에, 내가 회사에서 일하며 이런 행복을 느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영희 씨를 좋아하기 전까지 내 회사생활은 늘 힘들기만 했다. 책상 위에는 서류가 산더미, 부장님은 잔소리, 팀장님의 괴롭힘! 그러던 어느 날, 신입사원이었던 영희 씨가 우리 팀으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어쩌다 휴게실에서 울고 있던 영희 씨를 위로해주면서 그렇게 나는 영희 씨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선배님, 지난번 추천해주신 책 정말 잘 읽어봤어요. 되게 재밌던데요?”


“어? 제가 추천한 책을 읽어보셨다고요? 헉, 감동······.”


그래, 어느 날부터였을까? 자연스레 나는 영희 씨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리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영희 씨도 나를 좋아할 거라 착각도 했다. 영희 씨에 대한 나의 착각 때문이었는지 어느덧 내 회사생활은 행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서류가 산더미로 있든, 부장님의 잔소리가 심하든, 팀장님이 괴롭히든 상관없었다. 하하하, 그 누구도 나의 행복을 꺾을 수 없었다. 왜냐면 내 옆에는 늘 영희 씨가 있으니까!


어라? 영희 씨가 오늘 야근을 한다고? 영희 씨가 야근한다면 나도 야근하겠다! 지금 피곤한 게 중요한가? 영희 씨가 이 추운 겨울날 야근을 한다는데! 이따 집까지 안전히 태워드려야지! 하하하, 영희 씨를 위해서라면 야근도 언제든 환영이다!


이 모든 게 영희 씨가 나를 좋아할 거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행복이었다.


“‘바보가 되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올해 다시 본사로 발령이 났다. 이제 다시 나는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지난 지방근무 2년 동안 부산 영도에서 바다도 마음껏 보고, 독서도 원 없이 하며 지냈다. 꿈만 같았던 부산 영도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다시 본사로 돌아가야 한다니······. 본사로 돌아가면 또 어떤 어려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다.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착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나는 착각하려 한다. 나는 내가 본사로 돌아가는 게 아닌, 지난 영희 씨와 추억이 머물고 있는 그곳으로 가는 거라고 착각하려 한다. 영희 씨와 함께 나란히 앉아 일했던 사무실 책상은 지금도 잘 있는지, 영희 씨와 자주 가던 곰카페에서 마시던 커피는 여전히 맛있는지, 영희 씨와 자주 걷던 산책로에는 아직도 예쁜 꽃들이 피어있는지······.


그래, 나는 본사로 돌아가는 게 아닌, 그녀와 행복했던 추억을 다시 만나러 가는 거라고 착각하려 한다.


“일상 속에서 행복한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나 지금 왠지 행복한걸’하고 빙긋 웃는 날이 분명 찾아올 테니까요.”


“그런 날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시작해봅니다.”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무튼 오늘부터 이삿짐을 싸야겠다. 아휴, 책들은 왜 이렇게 많아? 이 많은 걸 언제 다 포장을 하지? 아주 정신이 없겠어!


그나저나 영희 씨는 왜 아직도 연락이 안 오지? 오늘은 일이 좀 늦나? 이번 주말에 우리 결혼 예식장 알아보는 것 때문에 상의해야 하는데..!


근데 나 결혼하고 나서도 책 많이 읽을 수 있겠지??



(2년 전 당시)


이영희: 저 장거리 연애는 자신 없어요. 죄송해요.


김세평: 그, 그렇군요······.


이영희: 장거리 연애는 자신 없지만... 장거리 독서는 자신이 있어요.


김세평: 네? 장거리 독서요?


이영희: 부산에 내려가시면 지금보다 더 많은 책들 읽게 되실 거 아니에요? 그중에 좋은 책들 읽게 되시면 저한테 이야기해주셔야 해요.


김세평: 여, 영희 씨?


이영희: 아니. 누가 이렇게 급작스레 고백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것도 이런 지하주차장에서요! 선배님, 생각을 좀 해보세요. 이런 상황에 급작스레 받은 고백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오히려 당황스럽기만 하지 않겠어요?


김세평: 어? 영희 씨 이야기 들어보니 그러네요??


이영희: 그러니까 저한테도 시간을 좀 주세요. 지금 저한테 차였다고 부산 내려가서 멋대로 연락 끊지 마시고, 계속 저한테 무슨 책들 읽으셨는지 보고하세요! 무슨 남자가 분위기도 없고, 타이밍도 모르고, 어휴 진짜..!

김세평: 죄, 죄송합니다!!


이영희: 아무튼 내일 잘 내려가시고요. 이따 필라테스 끝나고 연락할게요. 들어가세요.


김세평: 네, 네!!



(그렇게 3년 후)


김세평: 여보. 혹시 내 핸드폰 못 봤어? 분명 여기다 두었는데...


이영희: 응? 아까 식탁 위에 본 것 같은데.


김세평: 식탁? 어, 그러네? 하하! 나는 여보 없이는 뭐 아무 것도 할 수 없단 말이지.


이영희: 참나. 예전에 당신 지방에서 근무할 때 나 없이도 책이랑 아주 잘 지내고 있더구만!


김세평: 그, 그건···! 어, 근데 나 문득 궁금한 게 생겼는데.


이영희: 뭐야. 말 돌리는 거야?


김세평: 아니. 말 돌리는 거 아니야. 진짜 당신한테 궁금한 게 있어서 그래.


이영희: 뭔데?


김세평: 우리는 남들과는 달리 장거리 연애를 하느라 솔직히 무척 힘들었잖아?


이영희: 그렇지.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김세평: 그렇게 힘든 연애였음에도 여보가 나랑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있을까?


이영희: 뭐야. 갑자기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김세평: 아니, 그냥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보는 거야.


이영희: 흠··· 왜 당신이 나한테 택배로 보내준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라는 책 있잖아?


김세평: 아아. 네모토 히로유키 작가가 쓴 책 말이지?


이영희: 응. 그 책에서 파랑새와 관련된 문구가 있더라고.


김세평: 파랑새?


이영희: 잠깐만. 말 나온 김에 한번 찾아볼게. 어··· 여기 있다. 한번 읽어볼게.


"파랑새를 찾아 헤매던 동화 속 어린 남매도 결국은 자신들이 키우던 비둘기가 파랑새였음을 깨닫습니다. 행복은 내 가까이, 바로 내 안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행복을 느끼는 데 조건이 필요할까요?"


"저는 종종 ‘지금 내가 가진 행복 찾기’를 사람들에게 제안합니다. 우리의 일상에는 자연재해나 코로나19로 ‘없어진 후에야 그 가치를 알게 된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 비로소 ‘그때가 행복했다’고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의 행복’을 만끽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세평: 행복은 내 가까이, 바로 내 안에 있다라······.


이영희: 여보랑 지난 장거리 연애는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런데 그 장거리 연애를 통해 나는 더더욱 여보가 소중하다고 깨닫게 되었고. 히히.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힘들다는 이유로 파랑새를 파랑새로 못 알아보면 안 되겠다 싶어 여보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거지.


김세평: 오~ 감동이다. 내가 당신의 파랑새였다는 걸 독서를 통해 깨닫게 되었던 거구나!


이영희: 응. 근데 요즘 여보 살이 너무 쪄서 파랑새가 아니라 파랑 돼지로 보이는데? 회사 쉴 때는 운동도 좀 하고 그래! 독서만큼 운동도 중요하다고!!


김세평: 어, 어? 그, 그래··· 다이어트 해야지······.


이영희: 그나저나 지난 우리처럼 우리 회사에서 사내에서 연애하고 있는 커플이 분명 있겠지?


김세평: 그럼.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이영희: 히히. 궁금하다. 그분들은 어떤 사내연애를 하고 있으실까?


김세평: 하하. 그러게~?


- <직장선배 김세평> 제 3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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