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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27. 2022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15 근자감은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김다슬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에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자신감의 근거여야 한다.


내가 한 일이 망했든 성공했든 그건 내가 행한 일일 뿐이다.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는 자신감이야말로 삶을 바꾼다.


김다슬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지난 나의 삶을 돌이켜보면 나는 주위로부터 무시도 많이 당했다.


내 어린 시절 아버지는 내게 꿈이 뭐냐고 단 한 번도 물으신 적이 없다. 아버지는 늘 나는 세상물정도 모르니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하라며 본인의 생각을 늘 강요하셨다. 이런 일도 있었는데, 어느 날은 나도 처음으로 무언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이 생겼다. 장래희망이 생겼다는 기쁨에 아버지께 달려가 저도 꿈이 생겼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내 꿈을 들으시던 아버지는 피식 웃으시더니 내게 쓸데없는 생각은 말고 그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걸 꿈으로 삼으라고 하셨다. 나는 나를 보고 피식 웃으시던 아버지의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 어느 주제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나는 내 의견을 정리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대뜸 그 친구가 내 말을 끊더니 네가 뭘 안다고 떠들고 있냐며 비웃는 것이었다. 사실 학창시절 그 친구는 항상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반면 나는 늘 하위권이었다. 그래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친구는 공부도 못했던 게 뭘 아냐는 듯 뉘앙스로 자주 내 의견을 무시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조차 무시당하던 나였다.


그러고 보니 결혼식에서도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 다른 누구의 결혼식도 아닌 바로 내 결혼식에서다. 결혼식에 오신 하객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아내의 먼 친척 되시는 어르신 한 분이 내게 대뜸 어디 대학 나왔냐고 물어보시는 거다. 보통 하객 분이 이런 걸 질문하지 않을 텐데... 아무튼 나는 어르신이 물어보시니 내 출신 대학교를 알려드렸다. 어르신은 내가 나온 대학 이름을 들으시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어머니가 좋은 태몽 꾸셨나보다며 말씀하셨다. 사실 내 아내는 명문대 출신이었고 나는 일명 지잡대 출신이었다. 어르신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신지 알겠다. 참나, 내 결혼식에서도 나는 지잡대를 나왔단 이유로 이렇게 무시당하다니...


그러고 보면 부모님도, 친구도 나를 무시하고, 심지어 결혼식 하객마저 나를 무시하는데 회사는 오죽하랴? 회사에는 직장상사, 직장동료, 클라이언트 등등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 정말 한둘이 아니다. 최근에는 직장 상사에게 보고서 결재 받으러 갔는데, 상사는 내 보고서는 한 줄 읽지도 않고 그냥 다시 써오라고 했다. 하... 내가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도 아니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저런 무시를 당하다 어느 날, 우연히 찾은 시립 작은도서관에서 김다슬 저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라는 책을 만났다. 책을 읽다 마음에 와 닿는 문구들이 꽤 있었다. 그중 나 같이 무시당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문구들을 만났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에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자신감의 근거여야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라... 그러고 보면 나 같이 무시당하는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인 거 같다. 평생을 무시당하며 살아왔더니 나는 늘 자신감이 없었다. 뭘 하려고 해도 늘 자신 있게 도전한 적이 없다. 나는 늘 주눅 들어 있었고, 그래서 주위로부터 더 무시당한 거 같다. 어떻게 보면 내가 나를 무시당하게끔 더 자초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무시당하며 살진 않았을 거다.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는 자신감이야말로 삶을 바꾼다.”



나는 내 자신에게 미안해졌다.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면 나도 똑같이 무시해줬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내 자신도 지켜주지 못한 겁쟁이었다. 나는 나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며 살아왔던 거다. 내 자체가 자신감이고 자랑거리였음을 모르고 나부터 나를 무시하며 살아왔다.


나는 아버지가 내 꿈을 무시할 때 당당하게 내 꿈을 무시하지 말라고 대들었어야 했다. 친구 녀석이 나의 이야기를 무시할 때 내 말 끊지 말라고 주먹이라도 날렸어야 했다. 결혼식 하객이 내 학벌을 가지고 조롱할 때 내 결혼식장에서 나가라고 엄포를 놓았어야 했다. 내 보고서를 읽지도 않는 직장상사에게 당장 내 보고서나 읽으라고 호통을 쳤어야 했다. 후후, 물론 좀 극단적으로 표현했지만 그만큼 내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서 나온 표현이다.


앞으로 내 자신에게 약속한다. 나는 그 누구보다 나에게 확신을 가질 것을, 그리고 이런 나의 확신을 무시하는 자가 있다면 당당하게 맞설 것임을! 자! 내 자신은 내가 지킨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 마라. 근자감을 가지고 당당히 살아가길 바란다.

아자! 나는 당신의 근자감을 응원한다! 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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