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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27. 2022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16 어른은요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밀라논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세상의 풍경이 바뀐 지금,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과거에 내가 들었던 멘트를 날리는 어른들을 보면 제발 그러지 말라고요.


어르신들이여, 제발 부탁입니다. 젊은이들과 할 이야기가 없으면 차라리 날씨 이야기를 하세요. 아니면 장점을 찾아 칭찬하던가.


본인이 판단하고 선택한 길을 즐겁게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이나 해주세요. 책임져주실 거 아니잖아요.


기성세대는 인생을 숙제풀 듯 살았지만 요즘 젊은 이들은 축제처럼 살게 해줍시다.


요즘 세상에서 어른이 되는 건 정말 힘든 거래요.


밀라논나(장명숙)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심했나보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회사를 좀 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회사에 제출할 소견서를 써 주셨다. 나는 아내와 상의 후 나는 회사를 조금 쉬기로 결정했다. 나는 회사에 휴직서를 써 제출했다.


사실 회사에서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억울했던 일이기도 했다. 이런 억울한 일로 병도 나고, 회사까지 쉬게 되는 내 상황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나는 위로받고 싶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회사를 휴직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와 비슷한 직종에 종사하셨다 몇 년 전 정년퇴임하셨다. 나는 아버지만큼은 내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위로해 주실 거라 믿었다. 그러고 보면 자식은 나이를 먹어서도 은근 부모님으로부터 인정이나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버지는 내 마음은 몰라주시고 영 딴소리만 하셨다.


“아들아, 아버지 때는 더 힘들었어. 그래도 버텨야지, 뭘 또 회사를 쉬고 그러냐? 나중에 승진할 때 불리한 거 아니야?”


나는 아버지 말씀을 듣고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아버지한테는 아들 한번 위로해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늘 이런 식이었다. 아버지 생각대로 내가 나아가고 있으면 칭찬해주셨고, 반면 아버지 생각에 내가 조금 이탈이라도 하면 어김없이 핀잔을 주셨다. 아무튼 이번 계기로 나는 아버지로부터 그 어떤 위로도 바라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날 일 이후 나는 도서관에서 장명숙 저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읽다 피식 웃었다.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 책에 그대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과거에 내가 들었던 멘트를 날리는 어른들을 보면 제발 그러지 말라고.”


“어르신들이여, 제발 부탁입니다. 젊은이들과 할 이야기가 없으면 차라리 날씨 이야기를 하세요.”



사실 아까 회사에서 억울했었단 그 일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내가 일하던 팀 동료들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여럿 자리를 비웠고, 나 혼자 그들의 빈자리를 매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우리 팀 일손이 부족하니 다른 팀에서 도와줄 수 있으면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다녔다. 나는 각 부서 팀장님들을 찾아가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돌아온 답은 이랬다.


“나도 예전에 그런 적 있었어. 좀만 더 버텨봐.”


결국 나는 주위로부터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그 상황을 홀로 버티고 버티다 결국 몸에 병이 났다. 그리고 나는 회사를 쉬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내 입장에선 나름 억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병이 났다고 해서 당시 내게 도움을 주지 않은 분들에게 악감정이 있거나 불만 같은 건 전혀 없다. 정말이다. 병은 내가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난 거지,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리고 회사라는 조직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는 나이기에, 그들이 도움 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다. 그분들은 굳이 내게 ‘나도 예전에 이랬다는 둥 저랬다는 둥’ 그런 말은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지금 중요한 건 과거의 당신처럼 내가 버티는 게 아니라, 현재 죽어가고 있는 나 자체를 봐주는 거였다. 얼마나 대단했던 사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과거의 대단했던 자신을 기준으로 현재 힘들어하는 나를 굳이 평가하고 뭐라 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세상에서 어른이 되는 건 정말 힘든 거래요.”



아니면 내가 아직 어른이 아닌가 보다.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다 품을 줄 아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보다. 아니면 책 저자의 말처럼 정말 요즘 세상에서는 어른이 되는 게 정말 힘든 거여서 그런 거일 수도 있겠다.


그래, 어른은 안 되어도 좋으니 이제 아프지나 말자.


혹시 당신도 어른이 되려다 아프진 않았음 좋겠다.

난 당신의 건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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