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입때 가장 착각했던 것 중 하나가 열정만 있으면 회사생활을 잘 해나갈 거란 믿음이었다. 이 믿음이 깨진 건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였다. 늘 넘칠 것만 같던 회사를 향한 나의 열정은 5G속도 못지않게 금세 바닥났다. 그리고 바닥난 나의 열정은 금방 채워지지 않았다.
막 입사한 내게 회사 선배들은 “회사는 그냥 버티는 거야”는 말만 했다. 난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열정을 가지고 진취적으로 나아가야지, 무슨 다 산 인생인 마냥 그저 버티라고만 하는 게 좀 별로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별로라 생각했던 조언이 아주 황금 조언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정말 회사라는 곳에서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열정이 있던 거였다.
책의 저자는 열정의 실체가생각만큼 화려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실제로 회사에서 열정을 보이는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들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직원들이었다. 이들이 화려해보이진 않지만 이들로 인해 회사가 문제없이 돌아가는 거였다.
그런데 가끔 회사에서 열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열정이랍시고 없는 일을 막 벌리다가 제대로 수습도 못하고 결국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고 도망가는 상사들이 있다. 본인들이 싸 놓은 똥 다른 이가 치우는 꼴이다. 최근에 내가 이들을 겪어봐서 아는데 정말 답이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아마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열정일 것이다.
아무튼 혹시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분들이 있으시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열정의 개념을 수정하는 것이 좋을 거다. 만약 수정하지 않고 그저 당신의 파이팅 넘치는 열정대로만 회사를 다니면 결국 당신만 지치게 된다. 괜히 직장인들이 번 아웃되고 슬럼프에 빠져 무기력에 허우적대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만큼 우리의 열정을 참고 참는 열정으로 개조해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회사 일상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참고 참는 것이 바로 열정적인 직장인이다. 난 당신이 열정과 씨름하는 게 아니라 참을성과 씨름하라는 책 저자의 조언을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