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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Jan 10. 2024

험난한 길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아나가는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4부 일기장(2016) - 09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부 일기장(2016) - 09 공시생 Nevertheless (고후 7:6)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담한 자들을 위로하시는 하나님께서 디도를 오게 하사 우리를 위로하시되

(고린도후서 7:6, 킹제임스 흠정역)



큰일이다. 시험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한국사 점수가 오르지는 않고 계속 정체 중이다. 작년 시험에도 한국사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던 게 불합격의 화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근현대사 파트와 관련된 문제들을 잘 풀지 못하겠다. 공부를 안 한 것도 아니다. 공부가 부족했다고 하기 보다는 근현대사 문제를 풀 줄 아는 능력이 좀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나는 근현대사만 따로 들을 수 있는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기로 했다. 도서관 컴퓨터로 몇몇 공무원 학원 온라인 사이트들을 전전하다 꽤 괜찮은 근현대사 온라인 강의 하나를 찾았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도 다들 추천하던 그런 근현대사 수업이었다. 그런데 강의 수강료가 꽤 비싸 내가 가진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돈이 없어 지금도 삼각김밥 두 개로만 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젠장. 삼각김밥까지 포기해서라도 온라인 강의를 수강해야하나? 아무래도 그건 좀 아닌 거 같다. 다른 방도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어라? 마침 온라인 사이트 메뉴에 무료강의라는 카테고리가 보였다. 그래, 혹시라도 근현대사 파트와 관련된 무료강의라도 있으면 그거라도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무료강의 카테고리를 들어가 여러 근현대사 강의들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몇몇 강의들을 찾던 중 나는 아까 내가 결제를 할까 고민하던 온라인 유료강의의 선생님이 무료로 올린 근현대사 수업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 물론 유료강의보단 무료강의가 아무래도 강의 시간도 적고 내용 또한 조금은 부족할 순 있겠다. 그러나 지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때인가? 이거라도 감사히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바로 수업 동영상을 클릭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동영상 수업을 듣는데, 오… 무료강의라고 하기에는 강의내용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그간 어렵게만 느껴졌던 근현대사 내용들을 선생님께서 너무나 쉽게 설명해주시는데, 덕분에 그간 내가 이해하기 쉽지 않던 내용들이 아주 쉽게 이해되었다.


아니, 무료강의도 이렇게나 도움이 되는데 유료강의는 얼마나 더 많이 도움이 될까? 공시생 커뮤니티에서 왜 이렇게  많이 추천되는 선생님인지 알겠다. 좋았어! 시험당일까지 근현대사 파트는 이 무료강의로 대비하도록 해야겠다. 무료강의도 이렇게 수험공부에 도움이 될 줄이야. 이걸 공시생 3년 차에 깨닫다니 나도 참…… 아무튼 이참에 다른 과목들도 좋은 무료강의들이 있는지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그나저나 도서관 컴퓨터실 하루 최대 이용가능 시간이 3시간이니까, 이왕 듣기 시작한 강의 3시간 꽉 채워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하는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데, 수업 중간에 선생님이 수업내용과 별개로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셨던지 ‘Nevertheless’라는 글자를 칠판에 적으셨다.


“제가 좋아하는 영어단어 ‘Nevertheless’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뜻이죠. 공시생 여러분.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알았죠?”


강의 중에 정말 좋은 말씀도 해주시는 구나…… 처음에는 선생님의 말씀을 아무생각 없이 듣던 나는 영상 속 칠판에 적힌 ‘Neverthelss’ 단어도 노트에 옮겨적는데, 갑자기 지난 3년의 수험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거였다. 뭐, 뭐지? 문득 떠오른 지난날의  수험생활에  울컥하더니 결국 눈물이 쏟아졌다. 갑자기 흐르는 눈물에 당황한 나는 혹여나 우는 내 모습을 누가 볼까봐 급히 컴퓨터실을 나왔다. 사람들이 그나마 없는 옥상으로 도망친 나는 눈물을 닦으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뜬금없는 눈물이었다 정말. Nevertheless, 대체 왜 이 단어가 나를 울렸던 걸까? 아마도 힘든 수험생활을 걷고 걸으며 지쳐만 가고 있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걸어나고 있는 내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참 신기하다. 이렇게나 힘들기만 한 수험생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nevertheless)' 나는 왜 이 험난한 수험의 길 위를 걸어가고 있는 걸까?


계속된 불합격으로 실망한 아버지는 이제 나와 대화조차하지 않으신다.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친구A와 다툰 이후로 핸드폰도 정지시켜놓아서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 이렇다보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본지도 참 오래된 거 같다. 외롭지 않다면 거짓말일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nevertheless) 도대체 나는 왜 이 외로움을 참아가며 이렇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이제 곧 서른이 되는데도 돈이 없어 매일 삼각김밥 두 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러니 늘 배가 고플 수밖에 없고, 정수기 물로도 배를 채우고만 있다. 그냥 지금이라도 어디 알바라도 구해서 제대로 된 밥 한 끼 챙겨먹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nevertheless) 나는 왜 이런 배고픔까지 참아가면서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담한 자들을 위로하시는 하나님께서 디도를 오게 하사 우리를 위로하시되

(고린도후서 7:6, 킹제임스 흠정역)



그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이 낙담한 공시생을 '위로하시는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험난한 수험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며 버틸 수 있던 거고. 그래서 지난 세 번의 시험에 낙방하며 낙심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나를 위로하시기에, 그렇게 나는 나의 네 번째 공무원 시험의 길을 달려갈 수 있는 거다.


그렇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까지 나의 네 번째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하나님의 위로를 붙들면서!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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