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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Jan 09. 2024

배고픈 시간 가운데 언젠가는 건져내질 거라 믿는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4부 일기장(2016) - 08 공시생 삼각김밥


제4부 일기장(2016) - 08 공시생 삼각김밥 (시 116:3-4)


사망의 고통이 나를 에워싸고 지옥의 아픔이 나를 붙들었으므로 내가 고난과 슬픔을 만났도다.

그때에 내가 주의 이름을 부르며 이르기를, 오 주여, 주께 간청하오니 내 혼을 건지소서, 하였도다.

(시편 116:3-4, 킹제임스 흠정역)



‘여기 어디에 삼각김밥이 있을 텐데… 아, 찾았다. 1+1 삼각김밥!’


이른 아침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나는 항상 편의점에 들러 ‘1+1 삼각김밥’을 찾는다. 1,800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삼각김밥을 두 개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은 굶는다는 가정 하에 삼각김밥로 점심과 저녁에 각각 하나씩 먹으면 적어도 하루 식사는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하. 나도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삼각김밥 두 개만 가지고서 하루를 버틴다니 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당장 내가 가진 돈으로 시험 당일까지 버티려면 하루식비를 2천원안팎으로 버텨야만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밥 한끼 못 사먹을 정도로 돈이 없을 정도면, 솔직히 가족이나 친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하는 게 맞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장수생에겐 내 입장에선 그게 좀 어려운 일이다. 오랜 수험생활로 친구들과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지 오래되었고, 최근 아버지와 갈등도 있었고 해서 가족들과 대화하지 않은지 좀 되었다. 그래서 알바라도 해볼까했지만 당장 시험이 코앞이라 수험공부에 지장이 될까봐 알바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삼각김밥 두 개로만 하루를 버티며 공부를 하고 있으니 공부하는 내내 배가 고파서 참 힘들긴 하다. 그래도 배고픈 걸 참으라면 뭐 어떻게든 참을 수는 있겠다. 다이어트한다고 일부러 밥 굶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조용한 도서관에서 배가고파 계속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건 정말이지 창피해서 참기가 힘들다. 물이라도 좀 많이 마시면 혹시나 배에서 소리가 덜 나지 않을까 도서관 정수기에서 물을 한가득도 마셔봤지만 소용은 없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어찌나 배가고파 배에서 소리가 나던지, 꼬르륵 소리가 날 때마다 속으로 ‘주님, 제발 배에서 소리 좀 안 나게 해주세요!’라고 몇 번을 기도한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꼬르륵 소리 때문에 결국 휴게실로 이동한 나는 열두시에 먹으려고 했던 삼각김밥을 어쩔 수 없이 30분이나 일찍 입에 덥석 물었다.


어라? 분명 제육볶음 삼각김밥이라고 쓰여 있는데 워낙 싼 삼각김밥이어서 그런지 제육볶음은 없고 밥만 한 가득이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무얼 불평하겠는가? 나의 첫 끼니를 최대한 오래 즐기기 위해 조금씩 베어 물며 꼭꼭 씹어 먹었다. 그러면서 어제 메모해둔 시편 116편 말씀을 잠시 묵상해본다.



사망의 고통이 나를 에워싸고 지옥의 아픔이 나를 붙들었으므로 내가 고난과 슬픔을 만났도다. 그때에 내가 주의 이름을 부르며 이르기를, 오 주여, 주께 간청하오니 내 혼을 건지소서, 하였도다.

(시편 116:3-4, 킹제임스 흠정역)



지금은 비록 외로움과 배고픔 등 고난과 슬픔의 수험생활 가운데 있지만, 분명 언젠가 하나님께서 나를 이 힘든 시간으로부터 건져주실 것을 믿는다. 이제 곧 다가오는 공무원 시험, 끝까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주님께 이번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간청하겠다.


 아, 그런데요 주님. 그 전에 제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게 해주실 수는 없으실까요? 아니면 볼륨이라도 조금 줄여주실 수는 없으신지…….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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