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장인 김세평 Jan 05. 2024

눈물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내 눈물을 고하며 붙들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4부 일기장(2016) - 07 공시생 불효자


제4부 일기장(2016) - 07 공시생 불효자 (시 56:8)


주는 나의 슬픔을 아십니다. 내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내 눈물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않았습니까?

(시편 56:8, 현대인의성경)



“아니, 내 친구 딸은 처음 본 공무원 시험에도 바로 합격했다는데, 왜 넌 3년이 다 되어가도록 합격을 못 하는 거냐고!”


“아버지, 갑자기 왜 그러세요…….”


몇 년째 공무원 시험에 낙방만하고 있는 아들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셨던 아버지는, 오랜만에 나간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 하나가 아버지 속도 모르고 최근 자기 딸이 그 어려운 공무원 시험을 단번에 합격했다며 한껏 자랑을 했다고 한다.


뒤늦게 친구 분이 내가 오랜 시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바로 아버지께 사과를 했지만, 이미 아버지는 친구 딸의 공무원 합격소식을 듣고서는 그간 나를 향해 쌓인 불만이 터져버렸고, 그렇게 귀가하신 아버지는 곧장 내 방부터 들어와 한참을 화를 내셨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한심하다, 한심해! 너 때문에 창피해서 진짜 동창회도 못나가겠다. 뭐 동창회뿐이겠냐? 너 때문에 창피해서 진짜 어디를 다니지도 못하겠다고!”


“죄, 죄송해요 아버지…….”


아버지가 방에서 나간 후 나는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는 게 바로 이런 걸까? 눈물은 밤새 멈추질 않았고, 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양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걸 그 아픈 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게 눈물로 밤을 지새운 나는 눈이 너무 퉁퉁 부어서, 부은 눈을 가리기 위해 평소 쓰지 않던 안경까지 써가며 아버지가 일어나시기 전에 일찍 도서관으로 나섰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데 어제 밤 아버지가 화내시는 그 모습이 자꾸 떠올라 눈물이 난다. 계속 눈물이 나니까 공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정말 미치겠다. 결국 울고 있는 내 모습을 혹여나 누가 볼까봐 고개를 푹 숙인 채 화장실로 가서 세수라도 하며 내 우는 모습을 감추어보려 했다. 그런데 세수를 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이는데, 눈은 충혈 되고 눈 주위는 퉁퉁 부었고…… 내 자신이 봐도 너무 안쓰러운 몰골이었다.


이 세상에 불효자가 되고 싶은 자식이 있을까? 나도 아버지의 친구 분 딸처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는 효자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고. 또 동생에게도 형으로서 좋은 모범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거고. 그런데 이 시험에 계속 낙방하는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건가? 정말이지 붙고도 싶은 이 공무원 시험에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건가!


세수한 얼굴로 자리에 돌아와서 다시 공부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다시 온갖 슬픈 생각들이 떠올라 눈물이 또 나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런 상태로는 공부를 할 수 없겠다싶어 결국 나는 짐을 싸 도서관을 나왔다.


일단 좀 걸으면서 마음을 좀 추슬러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공원으로 이동한 나는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그러나 소용은 없었다. 공원을 도는 와중에도 또 슬픈 감정이 차올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울먹이면서 공원을 돌며 하나님께 내 슬픔을 고하며 기도했다.



주는 나의 슬픔을 아십니다. 내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내 눈물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않았습니까?

(시편 56:8, 현대인의성경)



지금 이렇게 너무나도 큰 상심 가운데 울고만 있는 나를 하나님께서 정말 보고 계실까? 시편 56편 8절을 묵상하며 그저 하나님께서 나의 이 슬픔을 알아주시길 바랄 뿐이다. 그래, 시편 56편 8절 말씀처럼 분명 하나님께서 밤새 흘린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셨을 거다. 어제의 눈물뿐만 아니라 지금 내 볼을 타고 흘리고 있는 이 눈물까지 모두 주님께서 기록하셨을 거고.


그러니 이 시편 말씀을 믿고 지금 내 눈물을 보고 계시는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이 눈물이 하나님께 외면되지 않도록 간절히 말이다.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작가의 이전글 친구의 어려움 가운데 응원과 위로로 독려하는 말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