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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Mar 24. 2024

<완전한 공시생> 에필로그

<완전한 공시생> 에필로그 - 2018년 2월, 어느 합격생의 일기


어휴~ 드디어 찾았다! 책장 밑으로 일기장이 숨어있을 줄이야?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해뒀는지 일기장 위로 먼저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그래도 수험 공부할 때는 늘 가방에 가지고 다니던 일기장이었는데…….


이상하게 퇴근길에 문득 잊고만 지낸 내 일기장이 생각났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나는 방에 들어가 일기장부터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일기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설마 하는 심정으로 책장 밑을 한번 살펴봤는데, 헐?! 일기장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책생에 앉은 나는 오랜만에 일기장을 한번 살펴보는데 안에 써놓은 일기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아니, 얼마나 오랜 시간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보냈기에 이렇게나 많은 양의 일기를 나는 쓸 수 있던 걸까? 나도 꽤 고생이 많았구나…….


어디 그럼 마지막으로 쓴 일기가 언제였는지 한번 볼까? 어… 보아하니 작년에 첫 출근하기 하루 전에 쓴 일기였다. 아무래도 일이 바쁘다보니 자연스레 일기 쓰는 걸 까먹었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오랜 수험생활을 함께한 일기장한테 이거 너무 매정한 게 아닌가?


하하. 그럼 미안한 뜻으로 오랜만에 일기장에 몇 줄이라도 좀 남겨야겠다. 오늘은 2018년 2월이고 날씨는 춥고 쌀쌀. 연초여서 그런지 회사에 이런저런 일이 많아 나는 늘 정신이 없는 상태. 내일 저녁에는 회식이 있다는데 별로 가고 싶진 않고…… 아아. 지난달에 나는 시보를 뗐다. 6개월이 진짜 금방 갔다.


오랜만에 쓰니까 재밌어서 그런지 금방 종이 한 장을 다 채우네? 그럼 다음 장으로 가볼… 어? 여기에 뭔가 적혀있는데?? 이상하네, 작년에 쓴 그 일기가 내가 마지막으로 쓴 일기가 아니었나?! 언제 또 이런 일기를 썼지…… 무슨 내용인지 한번 읽어볼까?

 



2014년, 나는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당시 시험까지는 3개월밖에 남지 않아 합격에는 별 기대 없이 공부했다(솔직히 떨어지면 다른 일을 알아보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준비기간이 짧았음에도 나는 공무원 1차 필기시험에 합격을 했다. 평생 공부란 걸 잘해본 적이 없던 내게 도대체 무슨 기적이 일어난 건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스테리다.

 

아무튼 그때 나는 고작 3개월 만에 공무원이 되는 줄 알고 혼자 신나 룰루랄라하며 2차 면접을 보러갔다. 그렇지만 기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 최종 결과는 불합격이었다(면접은 무난하게 봤으나 최종합격까지는 1차 필기점수가 조금 모자랐다). 실망은 컸지만 그래도 처음 치른 시험치곤 최종 문턱까지는 찍고 왔다는 것(?)에 나름 기분은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나는 고민 없이 공무원시험 재수를 결정했다(그때 그렇게 기분 좋게 수험생활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스스로를 수험 고수(?)라고 착각에 빠진 나는 공무원 시험 그까이꺼 대충 공부해도 붙는다며 수험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는 2015년 내 인생 두 번째 공무원 시험을 치렀다. 교만한 수험생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지난 시험과 마찬가지로 나는 1차 필기전형에는 합격했는데, 2차 최종 전형에 가서 또 불합격했다. 이번에도 최종합격까지 필기점수가 부족했다(만약 그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면 혹시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좀 남는다).

 

결국 나는 두 번의 공무원 시험 모두 최종 문턱에서 떨어졌다. 이때 좀 충격이 커서 수험생활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그래도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인데 이대로 포기하면 아쉽지 않냐며, 다음 시험에는 반드시 합격할 거라고 내게 공무원 시험 삼수를 권했다.

 

그래도 삼수면 내 귀한 인생 3년이 들어가는 건데…… 그때 좀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으나 귀가 얇았던 나는 주위의 조언만 듣고 2016년 내 인생 세 번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그런데 주위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는 1차 필기시험 전형에조차도 합격하지 못했다. 아니, 그래도 1차 필기전형에는 꼭 합격하던 내가 이번에는 1차도 못 붙다니?!

 

정말이지 최악의 결과였다. 내 자신에게 너무 너무 실망한 나는 진짜 매일 죽고만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내게 실망이 컸던지 다들 나를 비난했다(나를 조롱하던 친구까지 있었다). 결국 나는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기로 하고 취업할 곳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매일 취업시장을 드나들던 중 어느 날 아버지가 내 방에 들어오셨다. 아들이 공무원이 되길 누구보다 바라셨던 아버지는 내가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나를 설득했다. 그런 아버지의 설득을 외면할 수 없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그렇게 2017년, 나는 내 인생 네 번째 공무원 시험을 치렀고, 감사하게도 그 시험에서 최종합격했다.


<완전한 공시생>은 이런 나의 다사다난했던 수험생활을 바탕으로 쓴 공무원 시험 합격수기이다. 형식은 웹소설처럼 써봤고. 왜 굳이 웹소설 형식으로 썼나면 수험생활에 지친 공시생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재미를 주고 싶어서 그랬다. 그래서 최대한 재밌게 써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엄청 재밌거나 그러진 않은 것 같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그래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집필하다 부랴부랴 출근하는 일상을 견지며 완성한 합격수기이니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주면 좋겠다).


<완전한 공시생>을 다 써놓고서는 이제 와서 하는 말이라 좀 웃기긴 하지만, 왜 공무원 커뮤니티에 가면 3개월 만에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그런 수기들이 널렸다고 하는데 합격까지 무려 3년이 넘게 걸린 장수생이었던 내가 합격수기를 썼다고 하니까 뭔가 창피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창피함을 무릅쓰고 <완전한 공시생>을 쓴 이유는 지난 나처럼 오랜 시간을 공무원 수험생활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수험생 단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난 만족한다.


크리스천 수험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경말씀을 많이 알지는 못해서 내가 수험생 시절 당시  자주 묵상하며 위로 받던 말씀들 위주로 구성했다. 하나님의 말씀이 당신의 수험생활 가운데 많은 위로가 되기를 기도한다.


이것으로 <완전한 공시생>을 마친다. 끝으로 고린도전서 10장 13절 말씀을 여러분에게 전한다. 여러분의 공무원 수험생활은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허락하신 감당할 수 있는 시험이다. 이 사실을 잊지마라. 그러니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험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불확실한 미래에 마치 사방이 꽉 막힌 것만 같지만, 분명 하나님께서 언제든 여러분에게 피할 길을 내주실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니 여러분의 공무원 수험생활 가운데 오직 하나님만 신뢰하라!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완전한 공시생>이 되어 여러분의 시험에서 꼭 승리하기를 기도하겠다!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시험 외에는 너희가 어떤 시험도 당하지 아니하였나니 하나님은 신실하사 너희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시험 당하는 것을 너희에게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또한 그 시험과 함께 피할 길을 내사 너희가 능히 그것을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린도전서 10:13, 킹제임스 흠정역)



*그동안 <완전한 공시생>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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