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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Jan 05.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34 길잡이별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나르 이얄, 줄리 리 <초집중>


가치관은 길잡이별, 즉 살면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참고하는 고정된 점이다.


문제는 우리가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한 시간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무심코 인생의 어느 한 영역에서 시간을 쏟아 붓느라 다른 영역에 소홀해 진다.


나르 이얄, 줄리 리 <초집중>



“이번에는 세평이가 승진하겠지.”


직원들은 이번 승진유력 후보자로 나를 뽑았다. 왜냐면 내가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자리가 가장 승진이 빠르다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일하기 힘든 자리라는 걸 방증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직원들은 내가 이번에 승진이 유력할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음... 조용히 있던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저 이번에 승진 안 해요.”


“엥?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사실 저 얼마 전 인사담당 직원에게 찾아가서 지금 자리에서 승진 안 해도 좋으니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 승진 없이 곧 다른 곳으로 발령 날 거 같아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직원들은 술렁였다. 곧 있으면 승진이 명백한 내가 스스로 승진을 포기했다고 하니 직원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내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승진이 유력한 자리를 내팽개치고 좀 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자리로 인사가 나도록 요청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요청한 곳으로 발령이 났고, 자연스레 승진 후보자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니르 이얄, 줄리 리 저 <초집중>이란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가치관은 길잡이별, 즉 살면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참고하는 고정된 점이다.”



내게는 나만의 가치관이 없었다. 그저 나는 생각 없이 살았다. 내 귀는 늘 얇고, 팔랑귀였다. 나는 남의 말에 잘 넘어가 늘 이끌려 다녔다. 특히 아버지의 강요에 늘 끌녀다녔다. 사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아버지의 강요를 이기지 못해 들어간 회사였다. 그래서 사실상 지금 직장은 내가 정한 진로라기보단 아버지가 정한 진로라고 해도 무방하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직원들은 내게 지금 있는 자리에서 버티기만 하면 승진은 따 놓은 당상이라며 그저 버티라고만 했다. 그래서 그냥 나는 이 자리에서 버텨야만 하는 줄 알았다. 사실 나는 승진이 왜 좋은지 몰랐다. 그저 다들 승진이 좋다고 말하니 나는 생각없이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병명은 스트레스성 급성 간염. 아니, 술은 입에도 안 대는 제가 간염이라고요? 회사에서 받던 스트레스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그저 버티고 버티다 받게 된 처참한 결과물이었다. 그렇게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문제는 우리가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한 시간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무심코 인생의 어느 한 영역에서 시간을 쏟아 붓느라 다른 영역에 소홀해 진다.”



어쩌다 내가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을까? 늘 건강했던 나였기에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튼 이 상황이 난 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다. 줏대 없이 그저 남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라는 대로 살다 결국 몸이 망가진 게 아닌가? 남들이 뭐라던 간에 분명 내 자신은 내가 지켰어야 했음에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 자신에게 정말 미안했다.


이제는 다짐했다. 이제는 생각 좀 하며 살기로.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내 가치관과 생각대로만 살겠다고. 그렇게 2주간 병실 침대에 누운 상태로 나만의 가치관을 찾기 시작했다. 그간 회사일로 바쁘단 핑계로 나의 가치관을 찾을 생각도 못했는데... 그렇게 나는 병실에 누워 그저 나만의 가치관을 찾는 것에 생각하고 집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비록 몸은 아팠지만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퇴원할 즈음 드디어 내 머릿속에 가치관이란 길잡이별 하나가 찾아왔다. 그 길잡이별의 이름은 ‘위로’라는 이름이었다. 그렇구나, 내 가치관은 이제 위로구나... 그래! 이제 나는 내 자신을 위로하며 살기로 했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바로 내가 내 자신을 직접 위로하기로 결정했다!


퇴원 후 사무실로 돌아와 오랜만에 내 자리에 다시 앉았다. 내 자리는 여전했다. 입원 전 쌓여있던 업무와 관련된 문서들이 고스란히 책상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망할 문서들을 보면서 나는 내 가치관 길잡이별인 ‘위로’에게 물어봤다.


‘있잖아, 이 자리에 있으면 회사에서 승진한다고 하는데, 근데 승진이란 녀석이 내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거야?’


내 길잡이별이 이야기했다. 답은 ‘No'.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담당 직원을 찾아갔다. 그 직원에게 나는 지금 자리에서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역시나, 인사담당 직원은 내게 승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좀만 버티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건강상의 사유를 들며 인사담당 직원을 설득했다. 그렇게 나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제 승진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됐다.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날 나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할 수 있었음에 내 자신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나의 가치관에 따라 나는 내 자신을 지키고, 그리고 위로하며 직장생활하고 있다. 특별히 작년에만 나는 130권 정도의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 내게 가치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독서량이다. 그저 내 길잡이별에 감사할 뿐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겐 어떤 가치관이 있는가? 나는 당신의 가치관이란 길잡이별이 궁금하다. 만약 아직 당신만의 길잡이별이 없다면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당신의 길잡이별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이는 다른 누굴 위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서다.


나는 직장에서도 당신의 길잡이별을 따라 당신만의 멋진 가치관을 실현하는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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