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1, 2년이 그리 긴 시간이 아닌데도 재수를 하거나 삼수를 하면 남들보다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할 나이, 취직할 나이, 집 장만할 나이. 마치 정답 같은 시기가 있는 것처럼 다그치고, 그 시기를 놓치면 뒤처지는 것처럼 말합니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고, 자기만의 타이밍이 있고, 자기만의 적기가 있습니다.
결혼, 돈, 대학, 취업, 승진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김창옥 <나를 살게 하는 것들>
음... 뭐지? 나는 그간 느껴보지 못한 몸의 이상 징조를 느꼈다. 나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 선생님은 내게 지금은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니 회사를 쉴 수 있으면 쉬라고 하셨다. 네에? 회사를 쉴 수 있으면 쉬라고요? 정말 예상 못한 선생님의 소견이었다. 그렇게 나는 고민 끝에 의사 선생님의 소견에 따라 회사를 쉬기로 결정했다.
“세평 씨, 아파서 휴직하겠다는 거니 말리진 못하겠는데, 이번 휴직으로 나중에 세평 씨 승진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어요. 이미 세평 씨는 승진에 뒤처진 건 알고 계시죠?”
그런데 내가 회사를 쉬려고하니 인사담당 직원은 내게 조언 아닌 조언을 줬다. 승진 경쟁자들은 다 일하고 있는데 여기서 내가 쉬어가면 이미 뒤처진 승진이 더 뒤처진다는 거다.
음... 물론 그 직원은 나쁜 의도로 내게 승진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닐 거다. 분명 회사에 휴직서를 내려는 직원에게 인사담당 직원으로서 충분히 줄 수 있는 조언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몸이 아프다. 그리고 승진은 나중 일이다. 과연 지금일보다 나중일이 더 중요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철이 없어서 그런가? 갑자 짜증이 밀려온다. 아니, 왜 이렇게 다들 오지랖이 넓지? 지들이 뭔데 내 승진에 뭐 그리 관심을 보이며 걱정하는 걸까?
하... 그러고 보니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몇 년 전 당시 승진이 유력했던 자리에서 나는 버티지 못하고 다른 자리로 자청해서 이동했다. 그때 나의 인사요청 건으로 당시 팀장님과 면담을 했었다. 그때 팀장님도 지금 인사담당 직원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게 이야기했다.
“야 김세평, 너 여기서 못 버티고 도망가면 승진은 그냥 물 건너가는 거야! 너 그러다 회사에서 낙오자소리 듣는다?”
오랜만에 생각났던 팀장님의 따뜻한 조언(?)이었다. 에휴, 도대제 지들이 뭔데 내게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는지 모르겠다. 응? 내가 좀 버릇 없어 졌나? 아무튼 그렇게 나는 입사 6년차에 처음으로 회사를 쉬게 되었다.
회사를 쉬던 어느 날, 나는 김창옥 강사 저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을 읽게 되었고, 모처럼 이 책을 통해 나는 재밌는 문구들을 많이 만났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1, 2년이 그리 긴 시간이 아닌데도 재수를 하거나 삼수를 하면 남들보다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정답 같은 시기가 있는 것처럼 다그치고, 그 시기를 놓치면 뒤처지는 것처럼 말합니다.”
사람마다 외모, 성격, 나이, 자라온 환경 등등 모든 게 다 다르다. 사람마다 제각각 인생을 살아간다. 사람은 다 같을 수 없다. 사람은 다 다른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한 몇몇 사람들이 마치 어떤 정답을 정해놓고선, 사람들이 그 정답에 맞추고 순응하도록 막 다그치며 괴롭힌다.
심지어 그들은 누가 자신들이 정한 정답에 빗겨나가기라도 하면 마치 그 사람의 인생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막 겁을 주며 몰아세운다. 아주 대단한 인간들이다. 아니, 각자의 인생이 다 다른 게 정상인데, 쟤네들은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정답과 기준을 정해놓고 이렇게 남들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일까?
“자기만의 속도가 있고, 자기만의 타이밍이 있고, 자기만의 적기가 있습니다.”
“취업, 승진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회사에서 승진하는 거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마다 회사에서 승진하는 속도가 다 다른 걸 어쩌겠나? 나 같은 경우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뒤쳐졌다. 후배들에게도 역전당할 판이다. 그러나 승진이 뒤쳐졌단 이유로 나는 왜 낙오자소리까지 들어야 할까?
나는 내 스스로를 지극히 정상이라 생각한다. 나는 회사에서 주어진 일에 늘 최선을 다해왔다. 나는 내 회사에 늘 감사하다. 늘 감사한 마음에 회사에 보답하고 싶다. 왜냐면 지금 회사는 내가 오랜 취업준비생 끝에 만난 회사였고, 그리고 이 회사에서 사랑하는 아내도 만났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 그런 내가 승진이 정체되었단 이유로 그저 누구에게는 비정상으로 보이나보다. 아이고, 정말 그들에게 고마워 죽겠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직장인 여러분이 꼭 알아줬으면 한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고, 자기만의 타이밍이 있는 거다. 그리고 당신의 그 속도와 타이밍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 그러니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당신의 속도와 적기를 보고 훈장질을 해도 절대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훈장질은 그저 한 귀로 흘리면 된다.
그리고 남들이 정해놓은 그 쓸데없는 타이밍에 굳이 당신의 소중한 타이밍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마라. 당신만의 타이밍은 그 누구의 타이밍보다 소중하다. 멋지고 멋진 미래의 당신 자서전에 들어갈 흥미진진한 그 타이밍을 왜 굳이 볼품없고 재미없는 남의 이야기에 끼어 맞추려하는가? 이제 그런 일은 그만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