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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Jan 16.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41 나답게요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오늘도 무사히’예요. 그렇게 살려고 하다 보면 어떤 경우도 나답게 살 수 없는 거예요.


‘오늘도 무사히’에서 ‘무사히’라는 단어를 지우고 ‘오늘도 나답게’라고 바꾸고 싶어요. 그러려면 결국은 상처 입을 각오를 해야 돼요.


기꺼이 상처받을 것. 항상 상처받을 공간을 둬야 해요.


무조건, 다 잘 될 거야? 그건 진짜 약올리는 거죠.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아들아, 안정적으로 사는 게 제일 최고다.”


“너는 무조건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거야. 알았지?”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 직장생활하길 원하셨다. 얼마나 간절히 원하셨던지, 내가 취준생 시절에는 집에서 아버지와 눈만 마주아버지는 바로 내게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셨다.


결국 나는 아버지의 협박대로(?)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다. 신기했던 건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와서 만난 직원들도 대부분 아버지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그들은 내게 늘 안정적인 직장생활과 관련된 주제를 빼먹지 않았다.


직원들은 저녁 6시 정각이 되면 하나같이 “오늘 하루도 안정적으로 무사히 보냈다”며 방긋 웃으며 퇴근준비를 했다. 그러면 나도 눈치를 보다 그들과 같이 무사히 보냈다고 말하며 퇴근 준비를 했다. 나는 그런 무사기원 분위기에 함께 물들며 직장생활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안정적이었던 내 직장생활에 어떤 불청객이 등장했다. 그 불청객은 나를 시도 때도 없이 괴롭혔고, 그렇게 나는 그 불청객으로 인해 주위동료들처럼 “오늘 하루도 안정적으로 무사히 보냈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 그 망할 불청객 녀석 때문에 내 직장생활이 갑자기 불안정해졌다. 나는 내 직장생활이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났고, 절망했고, 그리고 우울했다.


나는 내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위협하는 저 불청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미칠 것 같았다. 동료들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지금 이 상황을 조용히 넘기기만 하면 곧 내게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다시 찾아올 것이니 일단 그저 버티라고만 했다. 나는 동료들 말을 믿고 입술을 꽉 깨물고 버텼다.


그러나 몇날 며칠을 버텨도 내 직장생활에 안정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 망할 불청객은 여전히 내 주위를 맴돌며 나를 위협했다. 때론 그 위협이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나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주위를 돌아봤다. 그러나 주위 동료들은 내 요청을 못 본척했다. 동료들은 혹시나 내게 도움을 주다 본인들까지 휘말릴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주저했고, 무시했고, 그리고 난 버텼다. 계속 버티던 나는 결국 입술을 너무 꽉 깨문 나머지 입술에 피가 났다. 그렇게 흐르는 피를 닦았지만, 내 앞에 있는 불청객까지 닦을 순 없었다. 그저 나는 피 흘리며 버티고 또 버텼다.


그렇게 나의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무너져가던 어느 날, 우연히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라는 책을 만났다. 그 책은 내게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고, 특별히 인생의 벼랑 끝에 붙잡을 건 사람이 아닌 책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살기위해 독서를 선택했다. 분명 이지성 작가 말이 맞았다. 독서는 벼랑 끝에 내가 할 수 있던 유일한 선택이었다. 이제는 내 아버지나 직장동료들이 아닌 책의 저자들을 믿기로 했다. 나는 여러 책들을 읽으며 만난 수많은 저자들의 조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형광펜을 치고, 볼펜으로 밑줄을 긋고, 그리고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던 중 만났던 책도 바로 <태도에 관하여>이었다.



“제가 싫어하는 말이 ‘오늘도 무사히’예요.”



책을 읽다 나는 흠칫 놀랐다. 아니, 제일 싫어하는 말이 ‘오늘도 무사히’라고? 우리 회사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던 말을 책의 저자는 싫어했다.



“그렇게 살려고 하다 보면 어떤 경우도 나답게 살 수 없는 거예요.”


“‘오늘도 무사히’에서 ‘무사히’라는 단어를 지우고 ‘오늘도 나답게’라고 바꾸고 싶어요.”



하루를 무사히 살려고 하기보단 나답게 살아야 한다고? 음...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문구를 읽는 순간 무언가 마음에서 불같은 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뭐지? 내 안에 일어난 그 불로 인해 그간 내 마음에 있던 응어리가 불타 해소되는 것 같았다.


묘하게 해소되는 이 기분을 붙잡고, 나는 어떻게 해야 나답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발견했다. 아, 이렇게 해야 나답게 하루를 살 수 있는 거구나! 그 답은 바로 상처 받을 용기였다.



“그러려면 결국은 상처 입을 각오를 해야 돼요.”


“기꺼이 상처받을 것. 항상 상처받을 공간을 둬야 해요.”



그래, 나는 상처받기 싫었던 거다. 내 아버지로부터, 직장동료들로부터 상처받기 싫었던 거다. 그래서 안정과 무사함을 외치는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 사실 나는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음에도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다는 것에 안도하는 척을 했다. 나는 이들에게 상처만 받지 않을 수 있다면 겁쟁이가 되어서라도 이들과 같은 옷을 입으려했다.



“무조건, 다 잘 될 거야? 그건 진짜 약 올리는 거죠.”



그런 내게 불청객이 불쑥 찾아왔다. 불청객은 내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위협했다. 그리고 그 위협은 점점 도를 넘어 이젠 나를 무너뜨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주위 동료들은 그저 버티라고만 했다. 아니, 내가 지금 무너지는 게 보이는 게 빤히 보이는데 그저 버티라고만 하다니! 이건 완전 나를 약 올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독서를 통해 나는 나만의 눈을 뜨게 되었다. 이제는 나만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나 동료들이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던 그들의 순행의 길에서 벗어나 이제 나만의 길 위를 걷기로 했다. 직장생활 가운데 이제 나는 안정과 무사 따윈 추구하지 않기로 한 거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길을 걸으며 출근했다. 역시나 불청객 녀석은 아침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 녀석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펜을 들어 모니터 옆에 적어놓은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에 가위표를 했다. 그리고 ‘오늘도 나답게’라는 문구로 고쳐 썼다.


그리고 당당히 그 불청객을 바라봤다. 나는 눈빛으로 덤빌 거면 덤벼보라는 사인을 녀석에게 보냈다. 녀석은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내 눈빛에 당황하더니 이내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어서 와라! 달려오는 녀석을 난 피하지 않았다. 나는 당당히 일어나 녀석과 맞서 싸웠다.


그렇게 그날 나는 불청객을 무너뜨림으로써 나만의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누구도 내게 버티라는 이야길 해주는 직원은 없었다.


오늘도 점심식사 후 직원들은 휴게실에 모여 수다를 떤다. 역시나 그들의 대화 주제에는 여전히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의 열띤 토론이 시작되면 나는 조용히 그 무리에서 나와 내 자리로 와 책을 읽는다. 그런 책 읽고 있는 내 모습을 지나가다 본 몇몇 직원들은 굳이 회사까지 와서 책을 읽고 있냐며 비아냥대며 한마디 툭 뱉고 간다. 나는 그들이 뱉은 그 한마디를 가볍게 무시한다.


'얼마든지 뱉어봐라! 결국 네 입만 아플 거다! 내 마음에는 상처 받을 공간이 열라 넉넉하거든!'


그렇게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다 시계를 본다. 어느덧 여섯 시가 되었다. 와우, 오늘도 난 직장에서 책 한권을 다 읽었다! 오늘 내가 읽은 그 책갈피 스티커가 난무한 책을 바라보며 오늘도 나답게 살았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어느 날 불쑥 등장한 불청객이 당신을 괴롭히지 않는지? 그렇다면 당신에게 두 가지의 선택이 있다. 하나는 그 불청객의 괴롭힘을 그저 버티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 불청객에 맞서 당신만의 방법으로 싸우는 것. 나는 당신이 그 후자이길 원하며, 그리고 당신만의 방법이 바로 독서이길 바란다.


나는 당신의 직장에서의 오늘을 그저 ‘무사히’가 아닌 ‘나 답게’ 당당히 걸어가는 당신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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