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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Jan 17.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42 실망해도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완벽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오랜 오해는 상대의 마음을 추측하며 자신을 옭아맨다.


물론 소중한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지나쳐서 자신을 짓눌러서는 안 된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기에 타인의 실망을 받아들일 용기를 내야 한다.


때론 내게 중요한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실망시킬 용기도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다.


누구도 당신의 최선에 실망할 자격은 없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너는 본사에서 버틸 생각을 해야지! 아니, 승진이 코앞인데 전근신청을 했다고? 너 그래가지고 도대체 언제 승진하려고 그러는 거야!”


“아버지, 전 더 이상 본사에서 고생하며 일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저 좀 그만 내버려 두세요!”


당시 나는 본사에서 2년 동안 일하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이대로 본사에서 계속 일하다간 내가 정말 어떻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회사에서 나를 이번에 승진시키면서 본사에서 몇 년 더 묶어두려 한다는 거였다. 와우, 이게 말로만 듣던 바로 그 회사의 당근과 채찍이었다.


그 소문을 듣자마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인사담당 직원을 찾아갔다. 나는 이번에 승진 못해도 좋으니, 제발 나를 본사 밖으로 발령을 내달라고 간절히 부탁을 했다. 내 간절한 부탁이 통했던지(?), 다행히도 인사담당 직원은 나를 본사 밖으로 발령을 냈다. 물론 동시에 내 승진도 없던 거로 처리됐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승진을 포기하고 직접 본사 밖으로 전근을 신청했다는 걸 하필 아버지가 아시게 되었다.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셨다. 아니, 어떤 직장인이 승진을 코앞에 두고 이렇게 도망갈 수 있냐는 거였다.


사실 내가 입사한 회사는 아버지가 예전에 근무하셨던 회사였다. 그런데 집안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아버지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셔야 했다. 그래서 전 회사에 대한 미련이라도 남으셨던 건지, 아버지는 아들이라도 자신이 전 회사에서 못 이루었던 꿈을 대신 이루어줬으면 하셨다.


그런데 자신의 바람과 다르게 아들이 회사에서 버티지도 못하고, 심지어 승진까지 스스로 포기했다고 하니 화가 단단히 나실 수밖에 없었다.


... 나도 이번 일로 아버지에게 죄송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아들로서 아버지가 못 이루셨던 꿈을 대신 이뤄드리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니,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지,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은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본사에서 일하던 나는 몸과 마음이 몹시 지친 상황이었다. 얼마나 힘들었던지 얼마 전에는 스트레스성 간염으로 병원에 2주나 입원하기도 했다. 그래, 나도 내가 좀 완벽했으면 좋겠다. 내가 완벽하게 직장생활을 했다면 분명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렸을 텐데! 그러나 나는 완벽하지 못했고 내 직장생활에는 급성간염뿐이었다.



“완벽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오랜 오해는 상대의 마음을 추측하며 자신을 옭아맨다.”


“물론 소중한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지나쳐서 자신을 짓눌러서는 안 된다.”



책의 저자는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소중한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문제가 없지만 그 마음이 지나쳐 자신을 짓눌러선 안 된다고. 작가의 말에 나도 공감한다. 나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본사에서 억지로 일하며 몇 년을 더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기에 타인의 실망을 받아들일 용기를 내야 한다.”


“때론 내게 중요한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실망시킬 용기도 필요하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를 읽다 만난 문구들은 내게 아버지를 실망시킬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지만, 나도 내가 완벽한 아들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래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를 정말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그러나 나는 완벽한 아들이 아니고, 그런 아들이 될 수도 없다. 그렇기에 나는 어쩔 수 없다.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보다는, 나는 아버지의 실망을 받아들일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실망시킬 용기도 갖추기로 했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아버지를 더 실망시켜 드리고 있는 중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다.”


“누구도 당신의 최선에 실망할 자격은 없다.”



2년 전 내가 본사에 남지 않고 스스로 승진을 포기했던 그 일에 대해 누군가 후회 하냐고 내게 묻는다면, 내 답은 No! 나는 지난날 내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이 내리는 선택에는 어차피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나는 정답을 찾기보단 그저 내가 내린 선택이 100% 내 의지이며, 그게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런 선택만이 내게 어떤 후회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설날이 다가온다. 아이고, 이번 설에 본가에 내려가 아버지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갑갑하다. 분명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꺼내 나를 아주 달달볶으실 거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죄송하지만 내 안에는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어떤 실망도 받아들일 용기,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언제든 실망시켜드릴 용기가 버젓이 숨 쉬고 있다. 그리고 누가 뭐라하든 나는 이 숨을 앞으로도 계속 쉴 거다. 누구든 나를 질식시킬 수 없다. 나만의 호흡으로 오늘도 나답게 살아갈 거다.


아버지의 지난 날의 못 이루신 꿈은 아들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내 인생이다. 그리고 이건 내 직장이다. 나는 내 직장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어떤 미움도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


혹시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당신만의 직장생활에 실망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당신도 이번 명절을 통해 당당히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실망 받을 용기를 가져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용기로 이번 명절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당신만의 꿈과 이야기를 온전히 지켜냈음 좋겠다.


나는 당신의 직장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비록 당신의 직장생활이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실망시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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