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장인 김세평 Jan 13.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40 자유로운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기시미 이치로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대가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미움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만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단연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비록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김세평, 넌 내가 반드시 술 맥인다.”


내가 신입사원이던 당시 회사에 직원들 술 먹이기로 유명한 과장님 한 분이 계셨다. 회식자리에 과장님만 나타나면 그 어떤 직원이든 술 마시는 걸 피할 수 없었다. 그런 과장님이 유일하게 술을 못 먹인 직원이 있었으니, 바로 나 김세평이었다.


과민성장염을 심하게 앓고 있던 나는 20대 중반 이후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 마시고 장이라도 탈이 나면, 그 다음날 화장실 가느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과민성장염을 심하게 앓던 나였다.


그래서 회사 회식자리에서 상사들이 내게 술을 권해도 나는 앓고 있는 병을 핑계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상사들은 부하직원이 아파서 술을 못 마신다고 하니 다들 이해해주셨다. 그런데 그 과장님만은 달랐다. 과장님은 어떻게 해서든 내게 술을 먹이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렇게까지 부하직원들에게 술을 먹이고 싶어했을까?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회사 연말 회식이 잡혔다. 과장님은 직원들에게 회식이 잡혔으니 그날은 누구도 도망갈 생각마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회사를 돌아다니셨다. 그러던 과장님과 나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과장님은 나를 보며 씨익 한번 웃으시더니 내게 경고를 날리셨다.


“회사 회식 잡혔다, 세평아. 그날은 넌 무조건 나랑 같이 술 마시는 거야. 도망갈 생각마라! 넌 내가 반드시 그날 술 무조건 맥인다.”


지금 생각하면 참 황당한 이야기지만 그때는 내가 신입사원 때라 과장님의 발언이 그저 무서울 뿐이었다. 아무튼 그날 과장님의 경고 이후로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다가오는 회식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나? 하... 술 마시면 다음날 진짜 화장실을 못 벗어날 정도로 탈이 나는데...’


‘과장님은 유독 나한테 왜 이러시지? 부하직원에게 술을 먹이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나는 스트레스때문인지 이제는 점심밥도 제대로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했다. 결국 나는 점심도 먹다 말고 회사 내 작은 도서관에 들어가 쉬었다. 그런데 도서관 책장에 비치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이란 제목의 책이 뭔가 눈에 띄었다. 당시에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책 제목이 주는 어떤 오묘한 매력(?)에 그냥 한번 책을 집어 읽기 시작했다.



“미움을 받는 다는 것은 세상에서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대가일 것이다.”



응?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대가가 바로 미움을 받는 거라고? 뭐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건 무조건 나쁜 게 아니었나? 음... 책에서 만난 문구는 그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미움 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어라? 작가의 질문에 순간 나는 과장님이 생각났다. 과장님이 생각나더니 작가의 질문이 어느덧 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과장님한테 사랑받는 부하직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과장님에게 미움 받는 부하직원이 될 것인가?'



“만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단연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비록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책이 마치 내 상황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내게 답을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그래, 과장님이 나를 미워하더라도 나는 회사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만큼 자유롭고 싶었다. 굳이 과장님한테 사랑받겠다고 내가 오랜 시간 앓고 있는 과민성장염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책을 통해 답을 얻던 중, 어라? 전화벨이 울렸다. 나얼 팬클럽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었다.


“형, 저 이번에 나얼 신곡 청음회에 당첨되었어요! 그 청음회 나얼 님도 직접 오신다고 해요! 대박이죠? 아무튼 당첨자는 한 명까지 동행할 수 있다고 해서 형 같이 갈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혹시 다음 주 화요일 괜찮으세요?”


“와우, 그게 진짜야? 나야 좋지! 어라? 근데 다음 주 화요일이라고?”


이럴수가! 다음 주 화요일은 우리 회사 연말 회식 날이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신입사원이 연말 회식을 빠진다라...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가수 나얼을 눈앞에서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떡하지?


잠깐만! 아니, 도대체 이 절묘한 타이밍은 무엇이지? 이건 마치 미움 받을 대가로 회식을 빠지라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뭔가 이건 운명이라 생각하니 내 마음 속에 불쑥 미움 받을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 나는 나얼 신곡 청음회에 가겠어! 회식 빠진다고 뭐 죽이기라도 하겠어? 당당히 욕먹고 나는 회식도 안 가고 나얼 님도 직접 만날 거다! 일타쌍피 가즈아!'


나는 곧장 과장님한테 달려가 개인적인 일로 회식은 못 갈 거라고 말씀드렸다. 내 얘기를 듣자마자 과장님은 말 같지도 않는 소리 말라며 내게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고, 주위 직원들의 만류로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과장님과의 대립과는 별개로, 신입사원이 회사 연말 회식을 과감히 째는(?) 용기를 보여준 덕에 나는 주위로부터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만나 그의 신곡도 들어보고, 회식도 가지 않고 그날 너무나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에도 과장님은 내게 술을 먹이려고 했지만 내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며 과장님의 그 꿈은(?) 안타깝게 마무리 되었다.


아마 당신도 직장생활 중 자신의 의사대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을 거다. 그런데 당신의 자유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미움을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직장생활에서 자유를 누린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거 같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직장생활 중 한 번 정도는 그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더라도 자유를 한번 느껴봤음 좋겠다. 나 같은 경우 과장님에게 미움 받은 대가로 연말 회식도 피하고, 좋아하는 가수를 만나기도 했다. 정말 최고의 자유였고,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 있던 미움 받을 대가였다.


나는 당신의 직장생활이 늘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설사 누군가 당신을 미워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난 당신이 그 미움 받을 대가를 당당하게 지불하고 당신만의 멋있고 자유로운 직장생활을 누렸으면 좋겠다. 당신은 분명 할 수 있다! 당신의 자유를 응원한다! 악동뮤지션이 부릅니다! FREEDOM!



매거진의 이전글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39 걱정없는 직장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