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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Jan 21.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44 꼰대일상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나를 사랑할 용기> 기시미 이치로



상사에게 용감히 맞서는 부하를 탄압해 복종시키면 무능한 상사의 우월감은 더욱 커진다.


나보다 위에 서려 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질문은 요점에서 벗어난 내용일 때가 많다.


상사가 그런 사람이어도 부하는 일상적으로 대하면 된다.


일상적으로 대하면 당신 앞에서는 특별히 자신을 잘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


<나를 사랑할 용기> 기시미 이치로



“김세평,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알았어?”


2년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팀장님이 새로 부임하셨는데, 첫 만남부터 팀장님은 자신을 일명 ‘초고속 승진의 대명사’라고 소개했다. 회사에서 누구보다 빨리 승진하고 단시간에 팀장을 달았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넘치던 분이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팀 회의 중에 나는 내가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 경과에 대해 말씀드렸다.


“팀장님, 지금 프로젝트는 여기까지 진행되었고요, 이런 방향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뭐? 아니, 그런 식으로 할 필요 없어. 그건 그렇게 하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팀장님은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내가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바꿔버리셨다. 아니, 이 프로젝트는 내가 1년 내내 열심히 추진하던 프로젝트였다. 아무리 초고속 승진의 대명사로 불리는 팀장님이라고 하더라도 이 프로젝트는 나보다는 잘 안다고 할 수 없었다.


나는 너무 황당했다. 그래서 나는 팀장님께 재차 프로젝트의 올바른 방향성을 설명 드렸지만 팀장님은 나를 그저 무시했다.


“시끄럽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알았어?”


기시미 이치로 저 <나를 사랑할 용기>에선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상사에게 용감히 맞서는 부하를 탄압해 복종시키면 무능한 상사의 우월감은 더욱 커진다.”



나는 당시 팀장님이 무능한 상사라 생각하진 않는다. 회사에서 인정하는 초고속 승진의 대명사인 분이 아니신가? 그렇지만 당시 팀장님은 우리 팀으로 부임하신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래도 해당 업무를 1년 이상 다루고 있던 내가 팀장님보단 더 잘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팀장님은 나보다는 자신이 잘 모른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으셨던 건지,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으셨던 건지 뭐 잘 모르겠지만, 내 이야기는 일절 듣지 않으셨다.



“나보다 위에 서려 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질문은 요점에서 벗어난 내용일 때가 많다.”



솔직히 나는 팀장님께 화가 났다. 내가 1년 동안 열심히 공들여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도대체 팀장님은 나보다 뭘 안다고 계속 이래라저래라 하시는 걸까? 그러나 그렇다고 이런 일로 팀장님과 부딪치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내가 설득한다고 해서 설득당할 분은 아니었으니까.



“상사가 그런 사람이어도 부하는 일상적으로 대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그냥 팀장님이 하라는 대로 했고, 아무렇지 않게 그저 팀장님을 일상적으로 대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났다. 나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고, 그래서 자연스레 내가 맡고 있던 프로젝트를 후임자에게 인계해주었다.


그래, 어차피 내 프로젝트가 아니었나보다. 어차피 이렇게 헤어질 거 역시 굳이 팀장님하고 프로젝트 건으로 부딪칠 필요는 없었다.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임홍택 저 <90년생이 온다>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배워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살아본 적 없는 미래의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시간 속의 이주민’인 셈이다.”


“이제 청년이 스승이 될 수 있다.”



5년 전 우리 회사에 사회복무요원이 한명 있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였지만 컴퓨터 다루는 건 회사에서 누구보다 잘했다. 어느 정도 잘했냐면 내가 수년간 쓰면서 익숙해진 회사 컴퓨터 프로그램을 그 친구는 단 며칠 만에 익숙해졌다. 심지어 나보다 훨씬 더 잘 다루었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를 스승님이라 불렀다. 모르는 게 있으면 늘 그 친구에게 물어보며 배웠다. 그 친구가 나보다 한참 어린, 회사직원도 아닌 사회복무요원이란 건 전혀 상관없었다. 나는 내가 회사에서 좀 더 일을 능숙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그래서 그 친구의 가르침이 필요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고마운 친구였다. 모처럼 설 명절인데 연락이라도 한번 해야겠다!


혹시 당신의 직장상사가 당신을 탄압하고 복종시키려 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이해해줘라. 무능한 상사는 그렇게라도 우월감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불쌍한 존재여서 그런 것이니.


그러니 그냥 굳이 부딪치지 말고 일상적으로 대해주자. 일상적으로 대해주는 건 별 거 없다. 그냥 밖에서 처음 만난 사람인마냥 적당한 선을 긋고 예의를 차려주는 것. 그러면 그 직장상사는 본인 앞에서 특별히 자신을 잘 보이려 하지 않는 당신에게 집착하지 않을 거다. 왜냐면 당신을 통해 어떤 우월감도 챙길 수 없으니까!


어느덧 설 명절이 다가왔다. 직장인으로서 만날 수 있는 공휴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니 이 귀한 공휴일에는 그 무능한 상사 생각은 내려놓고 그저 당신이 푹 쉬는 것에만 집중하자!

나는 그 어떤 꼰대 상사의 공격에도 그저 무시하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으로 대처하는 당신의 멋진 디펜스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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