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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Feb 02.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53 화를참는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이금희 아나운서 <우리, 편하게 말해요>


무엇보다 벌컥 화를 내는 나 자신이 싫어지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느껴지는 게 짜증나지 않습니까.


화산 폭발 전에 경보음이 울릴 때부터 내 감정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적절히 대응하세요.


감정의 변화를 인지하고 조절하는 연습은 순한 사람들이 타인과 공존하며 세상을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해소하는 경험은 당신을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겁니다.


이금희 <우리, 편하게 말해요>



“야, 김세평! 성적이 이게 뭐야! 너 공부 똑바로 안 할 거야?!”


“당신은 왜 세평이 공부 안 시키고 뭐했어! 얘 성적이 저모양이잖아!”


학창시절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늘 다혈질이셨다. 아버지는 툭하면 화를 내며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우리 가정에서 아버지는 마치 폭군이나 다를 게 없었다. 나는 그런 폭군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닮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인이 된 나는 아버지를 닮아버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버지만큼 폭군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처럼 나도 화가 나면 남들에 비해 화를 잘 참지 못했다. 특히 회사에서 말이다. 이런, 회사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조심해야하는데!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화를 내버리고 나면 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음… 그래서 부끄럽지만 내가 회사에서 화를 내고 나서 어떻게 결과가 좋지 않았었는지 나도 지난날들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베스트 쓰리(?)를 뽑아서 한번 이야기해보겠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마 10년 전 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모 회사에서 실습생으로 있었는데, 일이 적성에 맞았던지 나는 회사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실습이 끝나면 내가 이 회사를 정식으로 입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하필 나는 어떤 회사직원하고 갈등이 좀 있었다. 그 직원은 나랑 나이는 같았지만 '난 직원이고 넌 실습생이야' 마인드로 툭하면 나를 무시했다. 결국 실습 중에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 회사직원에게 버럭 화를 내버렸다. 그렇게 나는 화를 냈다는 이유로 그간 좋았던 평가는 전부 사라졌고, 회사 직원들로부터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참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내가 화를 냄으로서 실습생으로서 잘 쌓아온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다. 화를 내는 것이 내 노력의 산물들을 한순간에 빼앗아갈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예전 근무하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옆 팀이 너무 시끄러웠다. 왜 이렇게 시끄럽나 봤더니, 어떤 클라이언트가 화가 나는 일이 있었던지 옆 팀 직원에게 큰 소리로 항의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팀 일이 아니다보니 왜 싸우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그냥 지나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일단 너무 시끄러웠다. 너무 시끄러워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렇게나 시끄러운데 그 팀원들은 다들 귀가 먹었는지 그 누구도 나서질 않는다.


결국 내가 나섰다. 나는 그 클라이언트에게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좀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클라이언트는 네가 뭔데 참견이냐며 이제는 내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거였다.


아니, 조용히 좀 하라고 했는데 오히려 더 시끄럽게 구네? 결국 나도 참지 못하고 클라이언트랑 한판 싸우게 됐다. 에고, 회사에서 직원이 클라이언트랑 싸우다니! 그냥 다른 팀에서 조용히 넘길법한 상황을 굳이 팀원도 아닌 내가 크게 싸움판으로 키워버린 거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 사유서까지 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화가 난 사람을 건드릴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다른 팀 일에 굳이 참견한 게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든다. 나의 오지랖으로 그냥 넘길 수 있던 상황을 괜히 싸움판으로 키운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 일이다. 작년에 있던 일이었는데, 어떤 고객이 내게 전화로 대뜸 후배들 똑바로 관리 안 하냐고 항의를 하는 거였다.


나는 뭔 소리인가 들어봤더니, 우리 팀에서 매일 사고치는 직원 하나가 있었는데, 그 직원이 전화를 건 고객한테 일적으로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쳤던 거였다. 그래서 화가 난 그 고객은 다짜고짜 내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사실 평소에 나도 그 직원 때문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 그런데 하필 나도 화가 난 상태에서 이런 전화를 받게 되니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결국 나도 참지 못하고 수화기에 대고 이런 말을 해버렸다.


“누구는 뭐 저딴 직원을 제 밑으로 두고 싶은지 아십니까!”


그렇게 고객과 한참을 싸우다 전화를 끊었는데 아차 싶었다. 알고 보니 문제의 그 직원이 마침 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무언가 미안했다. 그러나 당시 나는 화가 났다는 이유로 그 직원에게 사과하진 않았다.


지금생각하면 후회되는 일이다. 아무리 그 직원이 일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인격적으로 모욕까지 줄 필욘 없었다. 화가 나면 이렇게 아무 말이나 던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까지 줄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였다.


오랜 시간 국민방송 아침마당을 진행했던 이금희 아나운서는 자신의 저서 <우리, 편하게 말해요>를 통해 화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무엇보다 벌컥 화를 내는 나 자신이 싫어지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느껴지는 게 짜증나지 않습니까.”



어린 시절, 나는 다혈질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나서 보니 어느덧 나는 그런 아버지를 많이 닮아버렸다. 그렇게 닮고 싶지 않던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버리다니! 이런 내 자신이 싫고 짜증도 난다.


그래, 지금부터라도 나는 아버지처럼 막 화를 참지 못하고 벌컥 화를 내고 싶지 않다. 특히 회사에서 더더욱 말이다. 이제는 지난날들의 실수들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화산 폭발 전에 경보음이 울릴 때부터 내 감정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적절히 대응하세요.”


“감정의 변화를 인지하고 조절하는 연습은 순한 사람들이 타인과 공존하며 세상을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내 머리에 경보기를 설치하고 싶다. 화가 나는 상황이 오면 즉시 경보음을 울리는 그런 경보기를 말이다. 그렇게 설치한 경보기가 울릴 때마다 나는 나의 감정에 집중하고 적절히 대응하고 싶다. 앞으로의 나의 직장생활에는 최소 누구와 다투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해소하는 경험은 당신을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겁니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책을 든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나는 독서를 통해 내 마음에 양식을 마음껏 먹이며, 내 마음을 무럭무럭 키우고 싶다. 그렇게 마음이 좀 무럭무럭 크고 넓어지난날 엄하셨던 아버지, 피해만 주던 후배직원도 좀 품고, 앞으로 많은 이들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의 직장생활 가운데 당신이 지금 그 인간 때문에 답답하고 화가 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정말 고생이 많다. 에휴, 착한 당신이 오죽했으면 그 인간 때문에 그리 화가 났겠는가? 그 인간을 생각하니 나도 답답하고 화가 난다.


분명 당신은 억울하고 그 인간에게 충분히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당신이 지금 그 인간에게 화를 내도 주위에서는 당신을 충분히 이해해줄 거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당장은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막상 화를 내봤지만 생각보다 당신이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좋지 않은 결과를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지혜의 왕 솔로몬이 쓴 잠언에는 성을 잘 내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란 말씀이 있다. 성을 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성을 잘 내지 않는 게 현명하다는 거다. 나는 당신이 현명하게, 조금만 더 참아봤으면 좋겠다. 화를 내는 건 한순간이다. 그 한순간을 마지막 보루라 생각하고 일단 아껴두면 좋겠다.


나는 당신의 직장생활 가운데 당신의 넓은 마음과 현명한 지혜로 어떠한 화도 참아내는, 그런 멋진 직장인이 되길 응원한다! 화를 참는 직장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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