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장인 김세평 Feb 15.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66 고독의힘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예술가들이 정신적으로 강한 것은 고독의 힘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강인함은 단독자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누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이 세상에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다.


그럴 때 직면한 상황의 의미를 찾고, 자신만큼은 항상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 있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고독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떠한 시련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누가 가장 좋은 동료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내가 나의 동료가 되어주어야 한다.


‘나만은 내편’이라는 생각을 잃지 않도록 훈련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전우라 생각하고, 전우로서 사랑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던 지난날의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은 자기뿐이기 때문이라.


사이토 다카시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지금 모든 일을 저 혼자 다 하고 있어요!”


“세평 씨, 미안해요. 당장 어디서 데려올 사람도 없어요. 일단은 좀 버텨주세요.”


오늘도 나는 이곳저곳을 통화하며 도움을 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저 그들은 내게 버티라는 말뿐이었다.


'뭐? 그냥 버티라고? 아니, 내가 버틸 수 있었으면 애초에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겠지…….'


회사생활하며 이런 상황은 정말 처음이었다. 회사에서는 신생팀을 만들면서, 나를 신생팀 최고참으로 발령을 냈다. 신생팀에서 일 해보는 건 처음이었던지라 나는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거란 생각에 열심히 해보려했다.


그런데 회사는 신생팀을 만들어놓고선 제대로 된 지원 하나 해주지 않았다. 신생팀이라면 말 그대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팀이고, 그렇기에 어느 팀보다 지원과 도움이 많이 필요할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동료직원이었다. 신생팀에는 자고로 회사 일에 능숙한 이들로 구성해야한다. 그런데 회사는 웬 신입사원을 보내준다는 거였다. 아니, 미친 회사야. 신생팀에 신입을 보내준다고?


그렇게 발령 온 신입사원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니 그저 멀뚱멀뚱 앉아만 있었다. 나는 지금 신생팀 가꾸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동시에 신입사원 일도 대신 해줘야했고, 심지어 신입을 가르치기도 해야 했다. 사실상 내 일이 두세 배로 늘어난 거나 다름없었다. 정말 총체적난국이었다.


그래, 지금 상황에서는 어서 신입사원이 업무를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나는 야근을 해서라도 신입사원을 제대로 가르쳐야 했다. 지금 내가 신입사원 일을 대신 해주는 것도 너무 벅찼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신입이 일을 배워 당장 업무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알고 보니 신입사원은 제대로 일을 배울 수 없는 몸상태였다. 자세한 상황은 여기서 다 글로 쓸 수 없지만, 그 신입은 지병도 있고 뭐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그 신입은 애초에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인력이었다.


그냥 회사가 미친 거였다. 애초에 뽑아선 안 될 직원이었다. 이런 신입을 뽑아놓곤 나보고 이 친구와 같이 신생팀을 만들라고만 한 건가? 너무 황당하고 억울했다. 미친 회사 덕분에 나도 미치는 줄 알았다.


결국 나는 회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제발 직원 한 명이라도 우리 팀에 보내줄 수 없냐고 간절히 호소하고 다녔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못 도와준다, 버티라는 말 뿐이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세상이 이상하다고만 느껴졌다. 분명 회사에 사람들은 이리도 많은데 나는 고독하기만 했다. 마치 나는 홀로 버려진 외딴섬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무도 나의 어려움과 괴로움에 관심이 없었다. 어려움과 괴로움은 온전히 내 몫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버티고 버티던 내 몸에 점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서는 내가 회사를 쉬어야한다고 했다. 결국 나는 회사를 쉬게 되었고, 그렇게 회사 밖으로 밀려난 나는 더 고독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병원 진료대기실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데, 책꽂이에 꽂힌 잡지들 사이로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사이토 다카시 저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란 제목의 책이었다.



“누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이 세상에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다.”


“그럴 때 직면한 상황의 의미를 찾고, 자신만큼은 항상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 있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심코 펼친 책에서 만난 문구에 나는 흠칫했다. 뭐지? 마치 저자가 내 상황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했다. 그나저나 자신만큼은 항상 자기편이라 생각하라고? 훈련하라고? 나는 계속 책을 읽어나갔다.



“예술가들이 정신적으로 강한 것은 고독의 힘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강인함은 단독자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예술가? 고독의 힘? 단독자? 솔직히 다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이 내게는 어떤 실낱같은 희망의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이 희망의 메시지가 고독 한 가운데 묶여있는 내 자신을 풀어줄 열쇠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는 그 열쇠를 집어들어 묶여있는 나를 풀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고독한 상황이었다. 그냥 이대로 고독 가운데 지쳐 죽을 순 없었다.


그렇게 난 나만의 고독의 힘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누구보다 강인한 단독자가 되기로 결정했고, 고독한 힘을 갖춘 예술가로 거듭나기로 했다.



“고독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떠한 시련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남들은 다 출근하고 있을 이른 새벽 시간. 불 꺼진 방에 홀로 고독하게 앉아있는 내 자신에게 나는 괜찮다며 독려했다. 세평아, 괜찮아. 나는 끝까지 네 옆에 있을게.



“누가 가장 좋은 동료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내가 나의 동료가 되어주어야 한다.”


“‘나만은 내편’이라는 생각을 잃지 않도록 훈련해야 한다.”



문득 신생팀에서 제대로 된 동료가 없어 괴로워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당시 외로워만했던 내 모습이 지금은 조금 후회가 된다. 그때 그렇게 외로워하지만 말걸……. 그때 내가 내 자신에게 동료로서 조금 기대었으면 그렇게까지 아파하진 않았을 것을…….



“자기 자신을 전우라 생각하고, 전우로서 사랑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던 지난날의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은 자기뿐이기 때문이라.”



감사하게도 지금 몸은 다 나았다. 그러니 이제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 음, 이번에는 어느 곳으로 발령이 날지 모르겠다. 뭐 이전과 같은 상황을 또 겪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이젠 괜찮다. 앞으로 직장생활 가운데 내겐 외로움따윈 없을 거다. 내게는 동료로서, 그리고 전우로서 함께할 내가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제 나는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회사에서 아프지 않겠다.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전우로서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혹시 당신도 회사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고독한 시간 가운데 자기 자신을 동료로서, 전우로서 맞이하길 바란다. 그렇게 당신의 그 고독한 시기를 통해 강인함을 겸비한 단독자이자 예술가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


난 고독의힘 직장인인 당신을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65 내일행복 직장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