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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Mar 16.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94 양보희생 직장인

[직장인 책 추천]  <피아노 치는 변호사, Next> 박지영


흔히들 교만하지 말라고 충고들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교만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겸손할 수 있는지까지는 충고해주지 못한다.


겸손의 생리를 모르고 한 섣부른 충고일 가능성이 크다. 충고자조차도 그 해답을 못 찾았다는 것이다.


나의 지금까지 경험상으로는 겸손은 희생에 의해 유지되는 것 같다. 희생하고자하면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이기심이 꿈틀거려 나를 사로잡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더 겸손해야 하는가를 절절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희생하는 사람은, 겸손하지 못하다는 혐의에서 일단 자유로울 수 있다. 교만과 희생을 겸유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돈 버는 일에는 모두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의외로 의미 있는 일, 섬기는 일, 반대급부가 당장 들어오지 않는 일을 시작할 때에는 ‘전에 해 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며 주저한다.


충고란 세 가지 요건이 갖추어질 때만이 충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첫째, 충고하는 사람이 순수하게 충고받는 사람의 발전이 도모되기를 원하는 의사에서 충고할 것.


둘째, 충고받는 사람이 그 충고를 독설로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순수한 의미로 충고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


셋째, 그 충고가 객관적으로 타인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내용을 갖출 것.


나는 그래서 남들에게 충고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 위 세 요건 중 하나 이상이 결여되어 충고 아닌 충고가 오고 가는 것을 여러 번 보아왔기 때문이다.


박지영 <피아노 치는 변호사, Next>



“이번 추석 당직이요? 제가 설게요. 다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하하. 크리스마스 당직도 제가 설게요. 다들 메리크리스마스!”


“설날에 떡국들 많이 드세요. 이번 당직도 제가 섭니다.”


지금은 당직 근무가 사라졌는데, 우리 회사에 당직 근무가 있던 시절에 나는 명절이나 공휴일에는 당직근무를 자원했다. 특히 명절이면 다들 고향에 내려가고 싶을 텐데, 만약 당직근무라도 걸리면 그러지 못하게 되니 내가 대신 일을 해주려고 했다. 어차피 나는 가족들이 모두 회사 근처에 있기에 퇴근하면서 찾아뵈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세평이가 당직 서줘서 이번 추석에 맘 편히 고향에 갔다 왔다니까.”


“세평 씨가 대신 당직근무 해주셔서 이번 크리스마스에 저 엄마랑 콘서트도 보고 왔어요! 정말 감사해요!”


“세평 주임님 감사합니다. 매번 이렇게 희생해주시네요.”


그렇게 명절이 끝나고 나면 다들 내가 희생해줘서 명절에 잘 쉬고 왔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음……. 다들 내가 희생한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 근처에 가족들이 있으면 당연히 내가 당직을 서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직 수당도 나름 짭짤했다(?). 아무튼 다들 내가 늘 회사에서 희생한다고 생각하니 머쓱하기도 하고 좀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다른 팀에 팀장님이 새로 오셨는데, 원래 다른 팀 팀장님하고 업무적으로 갈등이 있기 쉽지 않은데, 아무튼 나하고 좀 갈등이 있었고 그래서 결국 그 팀장님이 따로 나를 불러 꾸짖으셨다.


“세평 씨. 그렇게 일 처리를 했으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직장에선 항상 겸손하게 행동해야 하는 거고.”


“네? 겸손이요? 예. 알겠습니다…….”


뭐 그렇게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겸손까지 들먹이는 한소리(?)를 듣고 나는 자리로 돌아왔는데, 동료들이 다들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내 주위로 몰려들더니, 내 편을 들면서 팀장님 험담을 하는 거였다.


“세평 씨. 저 팀장님 말 신경 쓰지 마요. 아니, 다른 팀 팀장님이 왜 세평 씨에게 난리래?”


“그러게요. 그리고 겸손은 무슨. 세평 씨만큼 우리 회사에서 희생해주는 직원이 어디 있어요?”


하하. 이렇게 다들 내 편을 들어주고 있으니 고맙기도 하면서 머쓱하기도 하고 좀 그랬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책이 하나 문득 생각이 났는데, <피아노 치는 변호사 Next>라는 책이다. 서울 음대를 준비하다 몸에 암이 발견되어 항암치료 등 고생하시다가 결국엔 서울 음대입학과 졸업, 그리고 서울 법대로 편입하고 준비한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박지영 변호사님이 쓴 책이다.



“흔히들 교만하지 말라고 충고들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교만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겸손할 수 있는지까지는 충고해주지 못한다.”


“겸손의 생리를 모르고 한 섣부른 충고일 가능성이 크다. 충고자조차도 그 해답을 못 찾았다는 것이다.”


“나의 지금까지 경험상으로는 겸손은 희생에 의해 유지되는 것 같다. 희생하고자하면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이기심이 꿈틀거려 나를 사로잡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더 겸손해야 하는가를 절절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이 생각난 이유는 마침 이 책에서 ‘겸손’과 그리고 ‘희생’의 연관성을 다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 직장상사들이 부하직원에게 겸손하라고 꾸짖는 이유는 대체로 상사를 기분 나쁘게 하거나, 뭐 불편하게 만들거나(?) 할 때 주로 그런 거 같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튼 책 저자의 말대로 만약 겸손하라고 충고하는 이들에게 어디 겸손에 대해 한번 설명해보라면, 막상 이들은 겸손에 대해 아마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거다.


왜냐면 겸손이란 말을 정의하기 의외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저자가 ‘겸손은 희생에 의해 유지된다’는 말이 개인적으로는 겸손의 의미에 대해 정리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그래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내가 그동안 희생이라 오해받아온 행동들(?)이 결과적으로 겸손한 이미지로 주위에 비춰졌고, 그래서 직장동료들은 겸손하라고 꾸중 듣고 온 내게 오히려 팀장님 말은 신경 쓰지 말라며 다들 내 편을 들어줬다.



“나아가 희생하는 사람은, 겸손하지 못하다는 혐의에서 일단 자유로울 수 있다. 교만과 희생을 겸유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돈 버는 일에는 모두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의외로 의미 있는 일, 섬기는 일, 반대급부가 당장 들어오지 않는 일을 시작할 때에는 ‘전에 해 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며 주저한다.”



물론 직장에서 지나치게 희생하는 자세는 별로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의 호의가 때로 누군가에게는 그저 호구로만 보일 때도 있었다. 어휴, 그렇게 호구 취급이라도 받게 되면 얼마나 울화통이 터지던지! 그래서 직장에서 희생을 자처하는 자세는 조금 조심해야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희생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양보와 배려는 필요하다.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누군가를 양보하고 배려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차라리 선뜻 배려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나는 직장에서의 양보나 배려는 어떤 마일리지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마일리지가 쌓이다보면 언젠가 분명 써먹을 날이 오기 때문이다. 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느낌이 강하긴 한데, 아무튼 나중에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주위에 요청하면, 그간 내가 쌓아온 마일리지를 보고 어쩔 수 없이 동료들은 나를 도와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남에게 충고 아닌 충고(?)도 가능해진다. 평소 희생이나 배려가 없는 사람이 남에게 겸손하라고 말하고 다니면 얼마나 꼴불견이겠는가?


그런데 양보와 배려라는 마일리지를 쌓아온 사람이라면, 그가 겸손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그 말에 분명 힘이 실릴 수 있다. 겸손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 평소 비춰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꼰대라는 말을 듣기 싫다면 먼저 평소 자신부터 양보와 배려에 솔선수범해야겠다.



“충고란 세 가지 요건이 갖추어질 때만이 충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첫째, 충고하는 사람이 순수하게 충고받는 사람의 발전이 도모되기를 원하는 의사에서 충고할 것.”


“둘째, 충고받는 사람이 그 충고를 독설로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순수한 의미로 충고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


“셋째, 그 충고가 객관적으로 타인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내용을 갖출 것.”


“나는 그래서 남들에게 충고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 위 세 요건 중 하나 이상이 결여되어 충고 아닌 충고가 오고 가는 것을 여러 번 보아왔기 때문이다.”



직장인 당신은 직장생활 중 언젠가 부하직원 혹은 후배에게 충고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때는 책 저자의 조언대로 충고의 세 가지 요건을 참고해서 그들에게 충고해보길 권한다.


그런데 그전에 나는 직장인 당신에게 먼저 희생과 배려라는 마일리지를 미리 쌓아놓길 조언한다. 당신이 평소 솔선수범한 모습을 보였다면 당신이 어떤 충고를 하더라도 아마 상대방은 당신의 충고에 경청하려 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당신에게 직장에서 한번 양보와 희생에 도전해보길 권해본다. 물론 호구가 되라는 게 아니라, 언젠가 당신의 말에 힘을 싣기 위해 양보와 희생을 통한 마일리지를 쌓으라는 뜻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그런 취지로 나는 '양보희생' 직장인 당신을 응원하겠다. 그렇게 당신의 양보와 희생으로 당신에게 멋진 직장생활이 펼쳐지길 응원하겠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

- 논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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