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시스템
와, 팔굽혀펴기를 100개라니.
나는 겨우 3개도 버거운데, 대체 어떻게 저 숫자에 닿을 수 있는 걸까 하고 늘 궁금했다.
친구 미진이는 항상 주변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 배움과 성장 쪽으로 몸이 먼저 기우는, 그런 체질의 사람.
어떤 날은 단백질 잘 챙겨 먹고 아침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하곤 했다.
“미진아, 소고기도 단백질 많다던데?” 하고 묻자, 그녀가 웃으며 답했다.
“맞아. 근데 더 좋은 선택지도 많잖아.”
그 말 끝에 그녀가 건넨 추천은 황태, 병아리콩, 렌틸콩, 그리고 김.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균형 있게 챙겨보라는 조언이었다.
운동 얘기로 시작했던 대화는 어느새 책 이야기로 흘렀다.
벌써 12월이라며, 올해 목표였던 책 96권 읽기를 마침내 해냈다고 했다.
주 2권, 한 달 8권을 읽으려 마음먹고 쉼 없이 실험했는데, 알고 보니 하루 40~70페이지가 해답이었다고.
“너도 해봐.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적정량을 찾아서 쌓으면 되더라.”
듣다 보니 문득 깨달았다.
끈기의 본질은 거창한 의지가 아니라 반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 같은 게 아닐까 하고.
알고 보니 그녀에게 운동과 루틴은 ‘추가 옵션’이 아니었다.
수면 7시간, 물 2L, 단백질 섭취는 고민 없이 지키는 기본 설정, 일종의 운영 체제였다.
간식은 Greek yogurt에 블루베리. 이마저도 기분이 아니라 계획 안에 있었다.
그녀를 움직이는 동력은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이었다.
스스로의 상태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피드백으로 루틴을 조금씩 다듬고 업그레이드하는 구조.
도파민 보상까지도 일정 뒤에 배치해 스스로 설계한 사람.
매일 3~5개의 작은 성취를 확인하며 하루를 완성하는 사람.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갓생(goated life)’이란, 강한 의지를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나를 지탱해 주는 구조를 가진 사람의 삶 아닐까.
나 역시 누군가의 문장에서 힌트를 얻어 이 질문에 다가갔다.
“인간은 의미를 찾는 존재다.” — Viktor Frankl
“우리가 반복해서 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 — Will Durant
결국 갓생은 결심의 크기가 아니라 반복의 설계에서 시작된다.
생각에서 완성되는 삶이 아니라, 행동의 누적에서 완성되는 삶이다.
“웅크린 개구리도 언젠가는 뛴다.”는 속담처럼,
우리가 지금 잠시 멈춰 있고 움츠러져 있어도, 도약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3개뿐인 팔굽혀펴기를 하는 나에게, 미래의 나를 맡겨본다.
언젠간 100개를 해내겠지. 그리고 그날의 나는 오늘의 나를 조금쯤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지막 질문 하나를 남겨둔다.
자, 이제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운영 체제를 설계해 보는 건 어떨까.
남의 값이 아닌 당신의 루틴으로,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반복이 쌓인 어느 날, 당신의 실행은 결국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당신의 갓생은 거창한 결심이 아닌 조용한 실행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 미진이는 반복과 루틴의 철학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가상의 친구입니다. 실제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