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관찰 자원봉사 지원하다.
토마토 공장에서 3달간 일하며 상당한 자금을 모았다. 그 나이에 그런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내게 엄청난 일이었다. 호주는 주급을 주는 시스템이라, 매주 약 100만 원씩 받았고, 총 88일 유급 근무로 세컨드 비자도 획득했다. 힘들었던 기억은 어느새 잊히고, 남은 건 뿌듯함과 대견함뿐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쉐어하우스에서 함께 살았다. 우연히도 유명 연예인의 친동생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는데, 순박했던 나는 괜히 그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어느 날은 요리 경연대회를 열며 파티를 했는데, 나는 탕수육을 만들었다. 엄마 찬스로 레시피를 전수받아 직접 고기를 튀기고, 물녹말로 소스까지 만들었다.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 밀가루 대신 감자 전분과 고구마 전분을 섞고, 두 번 튀긴 것이 핵심 비법. 그날 나는 2등을 차지했다.
그렇게 조금씩, 낯선 땅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도 어느새 이방인이 아닌 공동체의 일부가 되어갔다.
중국인 친구였던 ‘리’는 호주인 친구 ‘벤’을 소개해 주었고, 우리 셋은 씨푸드 뷔페에 푹 빠져 주기적으로 갔다. 그곳에서 나는 생전 처음, 캥거루 고기를 맛보았다. 호주는 캥거루 개체 수가 사람보다 많아 일정 수의 사냥이 합법인데, 특유의 야생 향이 강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 내게는 꽤 낯설고 거친 맛이었다.
그렇게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며 88일을 채웠다. 노동으로 모은 돈과 함께, 내 안에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후 나는 WWOOF Australia라는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유기농 농장에서 하루 4~6시간 자원봉사를 하고 음식과 숙소를 제공받는 제도다. 단순한 노동을 넘어, 호스트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운 좋게도, 나는 Eco WWOOFing 자원봉사에 선정되었고, 그곳에서 고래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는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목적지는 ‘투문’이라는 절벽 위 외딴 장소였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나는 **브룸(Broome)**이라는 해변 도시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면 2~3시간이면 도착하지만, 비용을 아끼기 위해 36시간짜리 장거리 버스를 택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펫말을 들고 서있는 투문 호스트가 나를 마중 나왔다.
다시 차를 타고 해안 절벽을 따라 숲속 깊이 들어갔다. 창밖으론 붉은 흙이 깔린 길과 불에 그을린 나무들이 펼쳐졌고, 빽빽한 부시(Bush) 풍경이 끝없이 이어졌다. 호주는 세계에서 산불이 가장 자주 나는 지역 중 하나라고 들었다. 그 땅을 직접 눈으로 마주하니 실감이 났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땅. 목적지도 모른 채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생각보다 훨씬 용감했고,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더 컸다. 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WWOOFing 프로그램은 호스트 등록이 까다롭고 공식등록된곳은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터라 그래도 안심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그날 밤, 시작되었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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