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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노트8화] 감사가 피어오르는 저녁

감사함의 힘

by 민이

집안을 감도는 화기애애한 대화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내 마음에도 석양빛 노을처럼 불그스름한 따뜻함이 피어오른다.

“당신이 패를 잘못 냈지?”
“이것 봐~ 쌌잖아.”
“난 1점만 따면 나는 거야.”
“어머! 당신, 패를 뒤에 숨긴 거 아니야?”

오순도순 고스톱을 치는 부모님은 취미도 함께하며 서로를 귀히 여긴다.
노년이 되었어도 두 분의 다정함은 질투가 날 만큼 사랑스럽다.
건강하게, 유쾌하게, 인생을 즐기시는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어? 민경이 왔니?
주방에 단호박이랑 고구마 있어.
네가 좋아하는 샤인머스켓도 있단다~”

매번 비슷한 일상 속에서, 오늘은 잠시나마 ‘관찰자’가 되어본다.
언제부턴가 나는 완벽함을 좇으며 시간을 쪼개고, 이성적으로만 살아왔다.
그러다 감성이 피어오르는 이 순간, 문득 깨닫는다.
소중하고 고귀한 감정인 ‘감사함’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의 활짝 핀 미소,
식당 직원의 따뜻한 한마디,
회사 동료들의 손난로 같은 관심,
상사의 묵직한 인정.

그리고 오랜만에 받은 친구의 편지 한 통.
이 모든 순간이 바로 ‘나의 존재를 인식해주는 감사’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우리는 ‘사회적 거울’을 선물받는다.

우리는 종종 ‘잃은 것’에 집중하며 산다.
하지만 감사는 ‘이미 가진 것’을 다시 보게 한다.
“나는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여전히 가지고 있을까.”
이 질문 하나가 삶의 시선을 바꾼다.

누군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고.
어제를 마치고 오늘을 맞이하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는 것, 그것이 오늘의 감사다.

누구나 실패와 고통 속에 마음이 아팠던 순간이 있다.
하지만 고통은 ‘의식의 초점’을 맞추게 하는 촉진제다.
그 덕분에 세상을 이해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간다.

감사의 본질은 역경 속에서도 우리를 다시 배움으로 이끄는 힘이다.
책 한 줄, 대화 한 문장이 시야를 넓히고
지식은 경험 속에서 체득된다.
배움이란 결국 ‘무지를 인정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 아닐까.

또한 햇빛, 바람, 물결, 음악—
이 모든 자연의 감각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것만으로도 삶은 이미 충분히 충만하다.

감사는 단순한 미덕이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우리가 감사할 때 불안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활동은 줄고,
사고를 조절하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즉, 감사는 정신 건강을 위한 ‘생존 전략’이다.

감사하는 태도는 우울과 불안을 낮추고, 긍정 감정을 강화한다.
UC버클리의 ‘Greater Good Science Center’ 연구에 따르면,
3주간 감사 일기를 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감이 25% 높았다.
또한 감사는 수면의 질, 면역력, 혈압 조절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은혜에 대하여』에서 말했다.
“감사는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 덕목이다.”
그의 말처럼, 감사는 인간관계와 삶을 단단히 엮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그러니 우리는 의도적으로라도 감사 일기를 써야 한다.
큰 종소리가 마음을 울리고, 그 울림이 온몸에 전율을 만들 듯—
큰 소리로 외쳐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감사합니다.

오늘 나는 감사함을 깊이 간직하며,

"작은 기적 위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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