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우주
Bang!
무한히 뜨겁고 밀도가 높던 한 점.
그곳에서 팽창이 일어났다.
우주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출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창밖을 바라본다.
도시의 불빛 사이로 두 개의 별이 유난히 선명하다.
마치 반딧불처럼 초롱초롱 빛을 내며 반짝인다.
밤하늘을 따라 이동하는 철새들은 별빛을 길잡이 삼지만,
도시의 과한 조명 때문에 길을 잃고 빌딩에 부딪혀 죽기도 한다.
이처럼 빛으로 뒤덮인 밤하늘 속에서 별을 찾기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빛공해’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유난히 강하게 빛나는 별 하나가 시선을 붙잡는다.
나는 그 별을 바라보다 무언의 사유 속으로 빠져든다.
저 별빛은 수년, 어쩌면 수백 년 전에 발한 빛이라는데—
그렇다면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곧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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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래된 질문이 떠오른다.
‘우주’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단순히 하늘의 별과 달, 태양과 행성을 가리키는 말일까?
과학적 정의에 따르면,
우주는 공간과 시간, 물질과 에너지의 총합이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의 집합이며
빅뱅 이후 138억 년 동안 팽창을 계속해온 거대한 시공간의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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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나는 문득 작은 점 같은 존재로서의 인류의 기원을 떠올린다.
시간을 거슬러 약 40억 년 전,
지구의 바다 속에서 아미노산과 핵산 같은 유기물이 스스로 결합했다.
그 결과 RNA와 단백질이 형성되었고,
이것이 바로 생명 이전 단계의 물질이었다.
1953년, 밀러-유리 실험은 이를 증명했다.
번개와 가스만으로도 아미노산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단백질과 RNA는 자기복제 능력을 지닌 분자다.
원자가 알파벳이라면, 분자는 그 알파벳이 모여 만들어진 단어다.
이 단어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듯,
생명 시스템을 가진 분자는 마침내 최초의 생명체—
즉, 단세포 생명체의 등장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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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의 몸은 모두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카락, 피부, 심장, 피, 근육, 신경, 혈액.
이 모든 세포들은 태초의 단세포가 진화하여
‘다세포 생명체’를 이룬 결과다.
세포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여러 조직이 모여 장기를 만들며,
장기들이 함께 작동해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태초의 세포는 혼자였다.
그러나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었다.
인간 사회가 협력으로 발전했듯,
세포들도 서로 손을 잡았다.
역할을 나누고, 생명을 공유하며 하나의 존재가 되었다.
그 협력이 피부가 되고, 근육이 되고, 마음이 되었다.
결국 세포는 분자들이 안정적으로 협력하는 작은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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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포가 작은 우주라면, 나는 우주의 일부다.”
그렇다면 우주의 힘을 믿는 건 곧 나 자신을 믿는 일이다.
그 믿음 속에서 우리는 무한한 잠재력을 느낀다.
무의식적 습관이 아닌 ‘자각’으로 살아가는 사람,
즉, 깨어 있는 존재가 되는 길.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우주가 팽창을 멈추지 않듯,
우리의 의식도 멈추지 않고 팽창할 수 있을까.